남아공서 브릭스 외교장관회의…외연확장·공동통화 논의
'장소 변경 검토' 보도에 남아공 외무 "요하네스버그 개최"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유현민 특파원 =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신흥 경제 5개국) 외교장관회의가 1일(현지시간) 올해 의장국인 남아공 케이프타운에서 개막했다.
2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회의에서는 마자오쉬 외교부 부부장이 참석한 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4개국 외교 수장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회원국을 늘려 브릭스의 외연을 확장하는 문제와 달러화를 대체하는 '브릭스 공동통화' 도입 방안 등을 논의한다.
아닐 수클랄 주브릭스 남아공 대사는 "20개 이상의 국가가 공식적 또는 비공식적으로 브릭스 가입 의사를 밝힌 상태"라며 이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아랍에미리트(UAE)는 공식적으로 가입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한 브릭스에 이들 주요 3개 산유국까지 가입할 경우 미국을 비롯한 주요 7개국(G7)에 직접적으로 도전하는 대항마가 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고 AP 통신이 전했다.
수클랄 대사는 "의장국으로서 새 회원국의 가입 가능성과 절차 등에 대한 보고서를 준비했다"며 이 보고서가 외교장관회의에서 외연 확장 추진에 대한 지침을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둘째 날인 2일에는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주로 남반구에 위치한 신흥국과 개도국을 통칭)에서 초대한 15개국 외무장관이 함께하는 '브릭스 친구 회의'가 열린다.
수클랄 대사는 "브릭스는 창립 이래 브레턴우즈 체제로 대표되는 기존의 서구 중심의 국제질서 개편을 옹호해 왔다"며 "이 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브릭스는 물론 글로벌 사우스의 목소리가 동등하게 반영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주요 의제인 공동통화 도입과 관련해서는 이번 회의에서는 회원국 외교 수장들이 "개념적인 형태"로 다루게 될 것이라고 수클랄 대사는 전했다.
브라질이 공동통화 도입을 옹호하며 앞장서고 있지만 일부 회의론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수클랄 대사는 "공동통화 도입 문제는 브릭스 전문가들이 논의하고 있다"며 "상호 무역과 투자에서 각국 통화의 확장된 사용이 기초"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외교 소식통은 "미국의 이란이나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보면서 달러를 대체해 결제할 수 있는 통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늘고 있다"며 "브릭스를 중심으로 공동통화 도입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이번 브릭스 외교장관회의는 오는 8월 22∼24일로 예정된 정상회의의 사전 준비 회의 성격이 짙다.
특히 이번 정상회의에는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체포영장을 발부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참석 여부와 방식 등이 초미의 관심사다.
브릭스 의장국으로서 푸틴을 초대한 남아공이 동시에 ICC 회원국이어서 푸틴이 입국할 경우 체포영장 집행에 협조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남아공이 푸틴 대통령이 자국에 와도 체포하지 않을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한다거나 정상회의 개최지를 ICC 회원국이 아닌 중국이나 모잠비크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등 다양한 추측성 보도가 나오고 있다.
날레디 판도르 남아공 국제관계협력부(외무부) 장관은 기자들에게 "이 문제와 관련해 우리에게 어떤 법적 선택지가 있는지 검토 중"이라면서 "결론이 나면 대통령이 이를 설명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상회의의 장소 변경 가능성을 언급한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서는 "8월 정상회의는 요하네스버그에서 개최한다"고 확인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한편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날 판도르 장관과 별도로 만나 시릴 라마포스 남아공 대통령이 주도하는 아프리카 6개국 정상 평화사절단의 러시아 방문 문제를 협의했다고 러시아 외무부 성명을 인용해 타스 통신이 전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남아공 방문에 앞서 케냐와 부룬디, 모잠비크를 차례로 방문했다.
그는 지난 1월에도 남아공과 에스와티니, 앙골라, 에리트레아를, 2월에는 말리와 모리타니, 수단을 순방하는 등 대아프리카 외교에 꾸준히 공을 들이고 있다.
hyunmin6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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