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 아카데미극장으로 원주 원도심의 미래를 그리다
얼마 전 다른 지역 아티스트가 아카데미 극장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며 타카타 세카이칸이라는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극장의 사례를 보내왔다. 이 극장도 철거위기를 견뎌내고 문화공간으로 운영 중이었다. 이 사례에 대해서는 처음 알게 됐지만 그동안 유휴공간에 대한 작업과 지난해 유휴공간 문화재생사업의 전문가 자문단으로 활동하면서 다양한 유휴공간을 만나왔다.
유휴공간 활용 사례들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부산의 F1963, 전주의 팔복예술공장, 청주의 동부창고, 담양의 담빛예술창고, 춘천의 커먼즈 필드, 속초의 칠성조선소 등 지역을 상징하는 다양한 공간들이 유휴공간을 활용해 새롭게 탄생하고 있다. 유휴공간이 가졌던 시간을 문화적 활동과 콘텐츠로 전환하고, 지역 특성을 표현하는 상징적 공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카데미극장은 도시의 문화거점으로 활용가치가 높은 공간이다. 3가지 특성을 이유로 들 수 있는데 공간성, 장소성, 그리고 공간이 자리한 위치다. 먼저 공간성을 보면 단관극장과 사택이 연결된 현재는 경험하기 힘든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시간이 쌓은 흔적들은 낡음을 넘어 공간에 담긴 이야기를 상상하게 하고 창작에 대한 새로운 영감과 호기심을 가져다준다.
장소성은 사람과 공간이 시간을 통해 쌓아온 이야기, 감정, 기억 등을 통해 맺은 관계다. 60년간 자리해온 아카데미극장은 그 시간만큼 사람들의 경험과 이야기가 쌓여 있고 문 닫은 이후로도 이야기가 이어져 왔다. 그만큼 다양한 소재를 품고 있어 공간 콘텐츠, 마케팅, 학술적 소재 등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공간이 위치한 자리다. 유휴공간 재생에서 가장 난감한 경우 중 하나는 도심 외곽에 위치한 공간이다. 사람 유입과 도시와의 연결 등에 있어 과제가 많은데 아카데미극장은 도심에 있다. 주변에 여러 시장과 강원감영이 있고 인근에 원주천과 천변 주차장이 있어 접근성뿐만 아니라 주변시설과의 관계 및 활성화의 영향을 쉽게 주고받을 수 있다.
원도심 활성화는 원주의 중요한 과제다. 시민들의 지난 삶을 담아왔던 공간이고 도시의 뿌리이기 때문이다. 원도심 활성화에 있어 중요한 공간적 거점은 원주역과 아카데미극장이라고 생각한다. 원주역은 문 닫은 이후 새로운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 원주시는 이 장소에 공원을 준비하고 있다. 이 공원에 사람들을 모을 문화적 콘텐츠가 함께한다면 학성동 주변 상권과 원도심 활성화에 중요한 거점이 될 것이다.
아카데미극장은 앞서 언급한 가치에 기반해 원도심을 무대로 문화·예술의 생산 거점 역할을 할 수 있다. 강원감영, 미로시장 등 주변과 연계되는 시너지 효과를 생각하면 중앙동과 평원동, 일산동이 위치한 원도심의 활성화에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도시 활성화에 필요한 것 중 하나가 보행의 흐름, 즉 사람들이 도시를 거닐게 만드는 것이다. 원주역과 아카데미극장은 도보권 거리보다 멀리 위치해 두 공간을 연결할 보행공간이 필요하다, 이를 메워줄 수 있는 것이 원주시가 계획중인 바람길숲 조성이다. 철로를 활용한 선형공원의 형태를 가져 자연스럽게 보행 흐름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다만 철로를 접하지 않은 원도심 아래는 그 영향을 받기 어려운데 이를 보완하기 위해 원주철교에 원주천변과의 접점을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 그렇게 된다면 바람길숲과 원주천변을 따라 원도심을 향한 새로운 보행 흐름이 만들어 진다. 이때 아카데미극장은 원주천변과 원도심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며 이 흐름을 기점으로 원도심의 변화가 시작되고 확대돼 갈 것이다.
만약이라는 가정을 두고 그려본 원도심의 미래지만 거닐고, 머물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도시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한다. 아카데미극장에 대한 생각이 단순히 낡은 공간이라는 것에 머물지 않고 원도심 활성화의 한 축을 담당할 중요한 자산으로 생각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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