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택의 그림 에세이 붓으로 그리는 이상향] 61. 돈, 그리고 삶의 무상

이광택 2023. 6. 2.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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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고 먼 옛날 인간사회에서 돈이라는 것이 만들어진 이래로 그 돈의 중요성과 힘은 세월이 가면 갈수록 줄어들기는커녕 나날이 커져만 간다.

"우리는 죽은 자들의 유골과 석고를 부어 만든 마네킹을 통해 희생자들에 대해 알고 있다. 거지 하나가 누워 있다. 동냥자루에 들어 있던 것들이 뼈만 남은 손가락 옆에 쏟아져 있다. 어떤 유골은 금화를 잔뜩 움켜잡고 있지만, 이 돈으로도 목숨을 사지는 못했다. 어떤 엄마는 젖먹이를 끌어안고 있고, 그보다 좀 더 큰 두 아이는 엄마의 옷자락을 붙잡고 있다. (중략) 달아나고 싶었지만 한 발짝도 떼어놓지 못한 이들도 있다. 광장 근처의 감방엔 유골 하나가 발에 족쇄가 채워진 채 앉아 있고, 원형경기장 옆 막사에는 수갑이 채워진 검투사 두 명이 누워 있다. 그들은 반란을 일으킬 날짜를 잘못 택한 게 분명하다. (중략) 폼페이 공동묘지의 어떤 무덤 안에서는 장례식이 열리고 있었다. 베수비오 화산이 폭발했을 때, 화산에서 날아온 돌덩어리가 청동으로 된 무덤의 문을 밀봉하여 장례객들을 고인과 함께 묻어버렸다." 이렇게 생명을 잃은 이들의 원통함은 고고학자들이 폼페이의 '풍요의 거리' 벽에서 베낀 4행시에 요약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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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란 허망한 ‘소극’ 모든 것이 덧없다
금·은·동·흙 ‘수저계급’ 청년층 반감 증폭
동서고금 고고학·문학 ‘배금의 세태’ 질타
폼페이 ‘풍요의 거리’ 4행시서 무상함 함축
“사랑의 고뇌도 결국엔 산들바람으로 끝나”
인간삶, 영생·황금 꿈꿔도 결국 땅속으로
이광택 작 ‘자연에 깃든 행복도’

멀고 먼 옛날 인간사회에서 돈이라는 것이 만들어진 이래로 그 돈의 중요성과 힘은 세월이 가면 갈수록 줄어들기는커녕 나날이 커져만 간다. ‘돈의, 돈에 의한, 돈을 위한 지배’가 성숙단계의 수준을 넘어 아예 다이아몬드처럼 공고화된 듯하다.

오래전부터 중국에서도 ‘천금불사 백금불형(千金不死 百金不刑: 천금이 있으면 목숨을 살리고, 백금이 있으면 형벌도 면한다)’이란 말과 ‘기름 먹인 가죽이 부드럽고 쇠(돈) 먹은 똥은 식지 않는다’는 속담까지 나오지 않았던가. 우리나라에서도 금·은·동·흙수저의 ‘수저 계급론’이 급속히 퍼져 젊은 세대의 좌절과 분노, 자조, 반감이 증폭되고 있는데, 문제는 이것이 결코 우스갯소리가 아닌 데 있다.

그래서일까. 우리가 살아가면서 돈이 중요하지 않다는 고고학적 교훈이나 문학작품을 접하면 괜히 기분이 좋아지고 마음 밭이 편안해진다.

강인욱 교수(경희대)의 발굴 후일담을 보자.

“과거 수많은 사람이 영생을 꿈꾸거나 죽은 뒤에도 여전히 부귀영화를 꿈꾸며 황금으로 치장하여 땅속에 묻혔다. 하지만 그들의 흔적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남아 있는 건 오직 황금뿐이다. 오히려 무덤에 넣은 황금이 많을수록 도굴꾼들의 우선 표적이 되었다. 무덤은 깨지고 황금은 빼앗겼다. 수많은 무덤을 발굴하면서 이처럼 덧없는 인간의 욕망을 깨닫게 되곤 한다.”(카자흐스탄 초원 지역의 스키타이 문화 고분군 발굴기)

한편 스티븐 버트먼이라는 이의 저술 ‘낭만과 모험의 고고학 여행’을 보면 폼페이 시민들을 기습한 불의 재앙에서 인간 삶의 허망함을 느낄 수 있다. 내용이 조금 길지만 인용한다.

“우리는 죽은 자들의 유골과 석고를 부어 만든 마네킹을 통해 희생자들에 대해 알고 있다. 거지 하나가 누워 있다. 동냥자루에 들어 있던 것들이 뼈만 남은 손가락 옆에 쏟아져 있다. 어떤 유골은 금화를 잔뜩 움켜잡고 있지만, 이 돈으로도 목숨을 사지는 못했다. 어떤 엄마는 젖먹이를 끌어안고 있고, 그보다 좀 더 큰 두 아이는 엄마의 옷자락을 붙잡고 있다. (중략) 달아나고 싶었지만 한 발짝도 떼어놓지 못한 이들도 있다. 광장 근처의 감방엔 유골 하나가 발에 족쇄가 채워진 채 앉아 있고, 원형경기장 옆 막사에는 수갑이 채워진 검투사 두 명이 누워 있다. 그들은 반란을 일으킬 날짜를 잘못 택한 게 분명하다. (중략) 폼페이 공동묘지의 어떤 무덤 안에서는 장례식이 열리고 있었다. 베수비오 화산이 폭발했을 때, 화산에서 날아온 돌덩어리가 청동으로 된 무덤의 문을 밀봉하여 장례객들을 고인과 함께 묻어버렸다.”

이렇게 생명을 잃은 이들의 원통함은 고고학자들이 폼페이의 ‘풍요의 거리’ 벽에서 베낀 4행시에 요약되어 있다.

‘모든 것이 덧없다. 태양도 / 낮 동안 찬란하게 빛난 뒤에는 바닷속으로 가라앉고 / 달도 완전히 빛을 우리에게 보여준 뒤에는 이지러진다. / 마찬가지로, 사랑의 고뇌도 결국에는 산들바람으로 끝난다’ (이 시가 발견된 직후에 시가 적혀 있던 회반죽이 부스러졌고, 시는 영원히 사라져버렸다고 함)

그래서일까. 토마스 모어의 ‘유토피아’에 있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은 공짜야. 그걸 누릴 줄 알면 부자인 거야”라는 대목에 공감이 간다. 즉, 하느님은 현명하게 인간 모두에게 진짜로 귀한 것(물, 불, 공기···)은 쉽게 취할 수 있게 지상에 존재하게 했고, 반대로 별로 필요하지 않은 것(금, 다이아몬드, 각종 보석류···)은 깊은 땅속에 감추어버렸다며 당시의 비뚤어진 배금(拜金) 세태를 질타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사랑하는 문태준 시인도 “나의 모든 시를 관통하는 핵심은 ‘무상(無常)’이라 하더니, 정녕 인생이라는 게 지혜의 화신 솔로몬왕의 말처럼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란 말인가? 삶이란 모든 이가 공연하는 소극(笑劇)이란 말인가?

시래기죽도 달력 봐 가며 먹을, 셈평 펴이지 않는 인생을 사는 주변의 예술가들이 생각난다. 나를 포함해 그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금수저를 갑(甲)으로, 우리를 을(乙)로 여기지 말자고! 남루하게 살지언정 비굴하게는 살지 말자고! 영화 ‘베테랑’의 주인공 형사가 힘주어 외치듯 우리도 우리만의 자랑인 자존심의 깃발을 높이 들며 소리치자고!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서양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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