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 없는 태권 샛별, 거침 없이 ‘하이킥’

강상현, 태권도 세계선수권 87㎏급 18년 만에 금

스무살의 기대주, 첫 출전에 쾌거
약세 보여온 중량급 새 희망으로
올림픽에선 무제한급으로 뛰어야
태극마크 달려면 체격 극복 과제
파리에서도 메달 꿈 이룰지 주목

“태극기 휘날립니다” 강상현이 1일 아제르바이잔 바쿠 크리스털 홀에서 열린 2023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남자 87㎏급에서 우승을 확정한 뒤 기뻐하고 있다. 세계태권도연맹 제공

‘국기’ 태권도의 남다른 위상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빛나고 있다.

한국이 잠시 약세를 보이던 중량급에서도 샛별의 화려한 등장으로 내년 파리 올림픽 금빛 희망이 살아났다.

강상현(20·한국체대)은 1일 아제르바이잔 바쿠 크리스털홀에서 열린 2023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남자 87㎏급 결승에서 이반 사피나(크로아티아)를 2-0으로 꺾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한국이 이 체급에서 우승한 것은 2005년 마드리드 대회의 오선택 이후 18년 만이다.

세계선수권에 처음 출전한 강상현은 결승전에서 1~2라운드 모두 상대에게 공격을 허용하면서 리드를 내줬지만 놀라운 뒷심으로 모두 역전승해 금메달을 따냈다. 특히 2라운드에선 경기 종료 48초 전까지 1-6으로 끌려가다 몸통 공격 4번을 성공해 9-7로 역전했다.

강상현이 결승에서 이반 사피나에게 발차기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세계태권도연맹 제공

강상현은 “진천선수촌에서 잘하는 형들과 함께 운동해 자신감을 얻고 기량도 좋아진 것 같다”며 “처음 국가대표로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해) 긴장을 많이 했지만, 응원받으면서 재밌게 경기를 치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제대회보다) 국내대회 우승이 더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런 생각을 갖고 (세계선수권대회에) 임해 좋은 성과를 거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제주도 출신인 강상현은 올해 2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다. 제주도 출신 태권도 선수가 국제대회에서 우승한 것은 2002년 7월 월드컵태권도대회 고대휴 제주도청 감독이 마지막인데, 강상현은 그해 9월 태어났다.

강상현은 “제주도에도 멋진 선수들이 많다. 응원을 많이 해주셔서 좋은 성적을 거둔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큰 무대에서 사고를 친 강상현이 2024 파리 올림픽에서 금메달 보증수표로 성장할지도 관심사다.

강상현은 이제 꿈을 키워가는 기대주인 만큼 올림픽 출전을 장담할 수는 없다. 먼저 강상현은 올림픽에서 자신의 87㎏급이 아닌 80㎏ 초과급에서 뛰어야 한다. 사실상 체중 제한이 없는 체급이라 체격 조건이 불리할 수밖에 없다. 강상현은 이 체급의 올림픽 랭킹도 65위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상현이 이번 대회에서 보여준 가능성은 높게 평가받고 있다.

과거 한국은 2000 시드니 올림픽부터 2008 베이징 올림픽까지 80㎏ 초과급에서 3연속 금메달을 수확했지만 이후에는 금맥이 끊겼다. 강상현은 “내 체격은 국제대회에서 왜소할 수 있지만, 그만큼 스피드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파리 올림픽에 나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간다면 후회 없이 도전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편 남자 80㎏급 디펜딩 챔피언 박우혁(23·삼성 에스원)은 8강에서 만난 세계랭킹 1위 시모네 알레시오(이탈리아)에게 0-2로 패배해 2연패 달성에 실패했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