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자 전환은 보이는데…경기 회복이 안 보인다
이달 무역수지 적자 폭 21억달러
지속적 감소세…흑자 전망 기대감
올해 들어 무역수지 적자 폭이 점차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자 조만간 흑자로 돌아설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다만, 경기 부진 여파로 반도체나 철강 등 주요 품목 원자재 수입액까지 함께 줄면서 수입이 더 큰 폭으로 감소해 이익을 내는 ‘불황형 흑자’ 우려도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5월 수출이 전년 대비 15.2% 감소한 522억40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1일 밝혔다. 수출은 지난해 10월부터 8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다. 2018년 12월∼2020년 1월 이후 가장 긴 연속 수출 감소다.
같은 기간 수입은 14.0% 감소한 543억4000만달러였다. 이에 따라 무역수지 적자 폭은 21억달러에 그쳤다. 올 들어 적자 폭은 1월(125억3000만달러), 2월(53억2000만달러), 3월(47억4000만달러), 4월(26억5000만달러) 등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다.
이에 ‘무역수지 흑자 전환’ 기대감도 고개를 들고 있다. 정부도 이르면 9월에는 무역수지가 흑자로 전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에너지 등 주요 수입액 급감한 탓
해외 수출품 원자재 수입도 줄어
수출 8개월째 감소…반등 안갯속
반도체 경기 전망도 계속 어두워
다만, 무역수지 적자 폭이 줄어든 데는 수출이 늘어서보다는 수입 특히 에너지 수입액이 감소한 영향이 크다. 1월에 157억달러였던 에너지 수입액은 액화천연가스(LNG), 유가가 하락하면서 지난달 117억달러까지 줄어든 상황이다.
그러나 경기 부진 영향으로 지난달 반도체(-14.6%), 철강(-17.6%), 컴퓨터(-22.9%) 등 주요 품목들 관련 수입액까지 줄어든 점은 우려되는 대목이다. 김완기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우리 수입액 상당 부분은 국내에서 재가공해 해외로 수출하기 위한 목적인 만큼 세계경기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비에너지 품목의 수입액도 내리막을 걷고 있다. 올 1월만 하더라도 비에너지 수입액 감소 폭은 전년 대비 2.6%였지만 지난달에는 12.0%로 늘어났다.
이에 따라 수출보다 수입액이 더 큰 폭으로 줄면서 나타나는 ‘불황형 흑자’ 가능성이 커졌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은 “무역수지 흑자 전환 시점이 수출 반등보다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불황형 흑자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도 수출 반등 시점에 대해서는 장담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 실장은 올해 수출 목표달성과 관련해 “매우 쉽지 않다. 목표 달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2월 정부는 올해 수출액 목표를 전년보다 ‘0.2%’ 늘어난 6850억달러로 내걸었다.
이는 수출 대내외 여건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가 반년 가까이 뚜렷하지 않은 데다, 중국의 산업구조도 점차 자립·내수형으로 변모하면서 반사효과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무엇보다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 경기 회복도 아직 불확실하다. 메모리 감산, 재고소진 등 영향으로 하반기부터 업황이 개선될 가능성이 크지만 2021년 반도체 호황 당시 수준까지 회복하기에는 상당 기간 걸릴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다만, 상반기에 비해 올 하반기 수출 감소 폭은 다소 진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평균 수출액은 지난해 10월 이후, 처음으로 24억달러대를 회복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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