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에도 물오른 증시, 미·중 경제가 최대 복병
국내 실물경제 지표 악화 속
반도체주 코스피 상승 이끌어
“업황 상승분 못 따라와” 우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내려가고, 무역수지 적자가 지속되는 등 실물경제의 악화에도 불구하고 국내 증시가 상승세를 보이면서 낙관론이 확산하고 있다. 그러나 반도체 대형주가 절대적인 비중으로 코스피 상승을 이끌고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는 전날보다 7.95포인트(0.31%) 내린 2569.17에 거래를 마쳤다. 다만 지난 4월 말과 비교하면 2.70% 상승한 지점이다. 최근 실물경제 지표가 악화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전날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국내 4월 전산업생산은 전월보다 1.4% 감소했다.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는 2.3% 줄었다.
지난 5월 증시는 반도체 업황 개선에 대한 기대감과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에서 비롯된 인공지능(AI) 산업 성장에 대한 기대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형 반도체주에 외국인 투자가 유입되면서 지수가 올랐다.
앞으로 경기가 살아날 것이란 기대감이 최근 주가 상승에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제조업 등이 바닥을 찍고 살아날 것이란 전망이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형렬·강민석 교보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지난해 증시 부진이 경기 침체를 선제적으로 반영한 것이란 해석과 함께 올해 하반기 이후 기업실적 및 수출 개선의 기대가 주가에 순환적으로 반영되는 것으로 해석된다”면서 “대형주에 대한 쏠림 현상이 임계치를 넘어설 경우 증시가 단기 고점을 형성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5월 증시를 끌어올린 반도체주의 상승이 멈추면 증시의 방향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교보증권에 따르면 코스피 5월 시가총액 상승분 64조7000억원 중 반도체 업종 상승분은 57조1000억원으로 전체 상승분의 88%에 해당했다. 외국인 투자자금도 반도체 업종에 쏠렸다. 지난 5월 외국인의 순매수 4조1000억원 중 3조8000억원은 반도체 업종에 몰렸다.
반도체 업황이 아직 주가 흐름을 따라오지 못하는 것도 우려된다. 양해정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출은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2분기 이익도 부진이 예상되고 있어 반등의 지속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라고 밝혔다.
미·중 더딘 경기회복 겹쳐
금융시장 변동성 자극 가능성
끝나지 않은 미국의 경기둔화 흐름 및 중국의 부진한 경기회복 속도도 향후 증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요인이다. 강재현 SK증권 연구원도 “연말에 가까울수록 미국 경기는 긴축 영향이 누적돼 지금보다는 약해질 가능성이 높고, 중국은 회복세를 이어가겠지만 그 강도가 강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며 “그렇다면 국내 수출 기업들도 최악의 실적에서 벗어나겠지만 대대적으로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좋아지는 구간에 진입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도 “미국과 유럽의 높은 물가로 인한 통화정책 완화 기대감 약화 가능성 등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을 자극할 변수들은 여전히 산적한 상황”이라며 “단기 변동성 확대, 등락 과정은 감안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채영 기자 c0c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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