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건 맞지만 “올라도 너무 올랐다”…거품 논란에 휩싸인 이것

차창희 기자(charming91@mk.co.kr) 2023. 6. 1.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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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폭등하던 엔비디아
변동성 커지며 거품 논란
“챗GPT 수익성 두고봐야”
엔비디아 로고. [사진 = 연합뉴스]
챗GPT를 비롯한 인공지능(AI) 열풍에 관련주 주가가 상승하면서 단기 과열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AI 시장의 성장성은 높지만 주가 급등에 따른 밸류에이션(기업가치)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주가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월가에선 ‘AI 거품(버블)론’에 대한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증시에 따르면 최근 연이어 상승세를 띠던 AI 관련주 주가는 하락했다. 시간 외 거래 가격까지 포함해 AI 대장주로 분류되는 엔비디아 주가는 이날 5.26% 하락했다. 최근 분기 깜짝 실적으로 주가가 하루 만에 24% 급등한 엔비디아의 주가 변동성은 커지고 있다.

지난달 30일엔 엔비디아 주가가 장중 7.6%까지 급등하다가 4%포인트가량 상승분을 반납하기도 했다. 당시 또 다른 반도체 종목인 브로드컴 주가도 13%까지 상승하다가 상승분을 죄다 반납하고 1% 하락 전환해 마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 세계 시가총액 23위(440조원)의 대형주가 하루 동안 14%의 큰 변동 폭을 보인 셈이다. AI 챗봇 서비스인 챗GPT, 바드를 개발한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구글) 주가도 31일 각각 0.62%, 1.4% 내렸다.

호실적을 발표했음에도 주가가 내린 경우도 있다. 생성형 AI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제공 중인 세일즈포스 주가는 지난달 31일 실적 발표 후 3.85% 떨어졌다. 세일즈포스의 1분기 매출액은 82억5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4% 증가했다. 월가 추정치인 81억8000만달러도 웃돌았다. 일회성 비용, 이익을 제외한 주당순이익(EPS)도 전년 동기 보다 72% 급증한 깜짝 실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서비스 개발, 유지를 위한 자본 지출액이 2억4300만달러로 전년 보다 36% 늘어난 게 투심 위축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AI 특수발 실적 개선을 비용 이슈가 잠재운 것이다. 최근 AI 특수를 재료로 주가가 과도하게 상승한 점도 밸류에이션 부담이 발생했다는 분석이다. 세일즈포스 주가는 연중 65%나 올랐다. 시장은 매출액 가이던스 상향 등 추가 상승 재료를 원했지만 현상 유지에 그치면서 실망 매물이 나왔다.

컨설팅업체 써드브릿지의 분석가인 조단 베르거는 “AI 서비스가 어떻게 수익 상승으로 이어질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중·소형주인 AI 수혜주들의 경우 내림세가 더욱 거셌다. AI 소프트웨어 제조업체인 C3.ai의 주가는 31일 29.19% 급락했다. C3.ai 주가는 연중 261% 급등한 바 있다. 자체 AI 플랫폼을 선보인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와 음성 AI 플랫폼 기업인 사운드하운드 주가도 각각 2.92%, 2.56% 떨어졌다.

C3.ai도 세일즈포스와 유사하게 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치에 부합했음에도 주가가 급락했다. C3.ai의 분기 매출액은 7240만달러를 기록했는데 이는 과거 회사 측이 제시한 가이던스에 부합하는 수치다. C3.ai 측은 “기업용 AI 애플리케이션 시장이 전문가들이 예측한 것보다 훨씬 더 크고 빠른 성장률로 성장하고 있다는 데 동의한다”는 긍정적 메시지도 남겼다. 하지만 새로운 상승 호재의 부재로 인해 시장은 실망 매물을 쏟아냈다.

챗GPT의 등장으로 가속도가 붙은 AI 시장의 고성장성은 많은 업계, 전문가들이 인정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AI 시장 규모는 연평균 34% 성장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101억달러에 불과했던 시장 규모는 2030년 1093억달러로 훌쩍 뛸 것으로 보인다. 트렌드포스는 전체 서버 시장에서 AI용 서버의 출하량이 연평균 10.8% 성장할 것으로 추정하기도 했다.

다만 월가에선 단기 주가 과열은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온다. 대표적으로 현재 시장은 엔비디아의 매출액이 다음 분기 2배가량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이를 주가에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고금리, 고물가 등 거시경제 불확실성에 따른 경기 침체 위험이 여전해 실적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CNBC에 따르면 과거 메릴린치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역임한 경제학자인 데이비드 로젠버그는 “AI에 가격 거품이 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이는 지난 1990년대 후반 나스닥의 닷컴 버블과 놀랍도록 유사하다”고 경고했다. 로젠버그에 따르면 최근 미국의 대표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내 기술주 비중은 27%를 넘어서며 닷컴 버블 당시에 근접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댐프드 스프링 어드바이저의 최고경영자(CEO)인 앤디 코스탄은 “AI의 부상이 장기적으로 생산성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위험에 처할 수 있다”며 “전체 경제는 AI 주가가 나타내는 식으로 개선되지 않아 밸류에이션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엔비디아 실적 발표 이후 반도체 턴어라운드 기대감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등 메모리 반도체 종목들의 주가도 상승한 바 있다. 하지만 증권업계에선 AI 투자 확대가 메모리 반도체에 끼치는 영향력은 D램 총 수요 내 0.3%포인트 증가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AI에 대한 시장의 지나친 기대감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향후 규제 리스크가 대두될 수도 있다. AI의 확산이 결국 일자리 감소로 이어짐에 따라 정치권에서 특정 분야 내 AI 활용을 제한하는 등 정책이 잇따를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유럽연합(EU)은 최근 챗GPT 등 AI 서비스의 부작용을 막기 위한 ‘자발적 AI 행동강령’ 마련에 착수했다.

정보기술(IT) 기업 경영자, 과학자 등 350여명이 모인 국제 비영리단체 AI안전센터(CAIS)도 지난달 30일 “AI로 인한 인류 절멸의 위험성을 낮추는 것을 글로벌 차원에서 우선순위로 삼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들이 발표한 성명서엔 챗GPT 창시자인 샘 올트먼 오픈AI CEO도 서명했다.

AI가 주도할 신 경제 질서를 고려할 때 상승 랠리는 지속될 것이란 반론도 있다. 제레미 시걸 와튼스쿨 교수는 “엔비디아가 장기적으론 약간 과대 평가됐을지 모른다”면서도 “단기적으로 주가 상승 모멘텀(동력)은 계속될 것이며 주가가 얼마나 오를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고 전했다. 김종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만약 챗GPT가 과거 아이폰, 테슬라의 모델3 이후 다음 메가 히트 제품이 된다면 오히려 지금의 쏠림 현상은 이제 막 시작 구간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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