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 몇점에 4만원?”…지역축제마다 바가지 논란, 원인은? [미드나잇 이슈]
전라북도 남원에서는 해마다 5월이면 춘향과 이몽룡이 처음 만난 날에 맞추어 춘향제가 열린다. 올해 제93회 남원춘향제에도 닷새간 40만명이 몰리며 우리나라 지역 축제의 효시로서 자존심을 지켰다. 하지만 수많은 인파가 몰리며 주목받은 춘향제에서 또다시 ‘바가지’ 논란이 점화됐다. 진해 군항제와 함평나비대축제에 이어 비싼 축제 행사장 음식값이 논란이 된 것이다. 때마다 불거지는 지역축제 바가지 논란, 그 원인은 무엇일까.
하지만 그는 주문한 음식이 나오자 기분이 상해 음식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문제는 지나치게 높은 가격이었다. 그는 통돼지 바비큐 메뉴 사진을 올리며 “술안주로 1명당 1점씩 4점 먹은 건데 너무 심한 것 같아, 이때부터 사진을 찍었다”며 “이게 4만원”이라고 전했다. 사진에는 반 접시짜리로 보이는 고기 몇 점이 올라간 음식이 담겨 있었다.
그는 또 손도 대지 않은 해물파전 사진을 공개했다. 1만8000원짜리 해물파전은 손바닥만 한 크기로 추정되는 적은 양이었다. 2만5000원짜리 곱창볶음 역시 야채가 대부분이었다.
정부도 이런 바가지 논란에 대응하고 있다. 앞서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6월을 ‘2023년 여행가는 달’로 추진하면서, 한국관광협회중앙회 및 전국 지역·업종별 관광협회와 6월 전후로 바가지요금 등 불공정행위와 환대서비스·청결·안전관리 등 전국 관광 접점의 여행 수용 태세를 집중적으로 점검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현행법상 숙박업이나 음식업의 경우 자율가격제를 적용하고 있다 보니 관광지 업체들의 자정노력 없이는 바가지요금 근절이 쉽지 않다고 한다. 특히 지자체도 바가지요금에 대한 계도 조치에 나서고 있지만, 야시장 상인들이 지역 주민이 아닌 축제 때만 식당을 운영하다 보니 지자체의 계도조치를 잘 따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논란이 된 한 지자체의 축제 담당 관계자는 “제시된 메뉴 값과 다른 가격을 요구한다면 시정조치에 나설 수 있지만, 같은 값을 받는다면, 양이 적다는 이유로 조치를 취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만약 너무 과도한 가격을 책정해서 주위에 있는 음식점들과 함께 담합한다면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관광지 영세상인을 상대로 가격 담합을 입증하는 것이 쉽지 않다 보니 계도 조치만 이뤄지는 것이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축제장 음식값 불균형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음식 부스 운영 방식에서 찾고 있다. 즉 축제를 기획하는 지자체는 지역의 다양한 먹거리가 골고루 소개되길 바라지만, 실제로는 야외 식당을 운영할 수 있는 부자재를 충분히 보유한 일부 식당들만 참여하게 된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지역축제에 참여하는 식품업체들 사이에 경쟁이 부재해 논란이 돼도 며칠만 버티면 된다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유경숙 세계축제연구소장은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재정 확보를 위해 지자체들이 부스 입점비를 받고 획일적으로 음식부스를 운영하다 보니 지자체가 컨트롤할 능력을 잃고, 이런 축제장 바가지물가 논란이 탄생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K축제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시점에서 정부가 나서서 우후죽순 생겨나는 지역 축제와 정부 축제를 관리할 컨트롤 타워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