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상한 특수페인트‥권유한 지자체는 '나몰라라'
[뉴스데스크]
◀ 앵커 ▶
일반 페인트보다 여섯 배나 비싼 특수 페인트를 사용한 신축 건물들이 지은 지 2, 3년도 안 돼서 벗겨지고 갈라지는 일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특히 부산에서 이런 피해가 집중되고 있는데, 부산시가 이 특수 페인트의 사용을 권장했기 때문입니다.
피해가 커지고 있지만, 정작 부산시는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손령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3년 전 지어진 부산의 신축 아파트입니다.
옥상 곳곳에 페인트가 갈라졌고 그 사이로 하얀 액체가 길게 흘러내렸습니다.
"여기는 다 1자야. 여기도 갈라져 있고."
액체가 뚝뚝 떨어지면서 고드름처럼 맺힌 곳도 있습니다.
[페인트 전문가] "콘크리트 염이라는 게 이제 용출이 되면서 도막 수면을 오염시키는 거거든요. (페인트의 특수)기능이 있으면 도막이 커버를 해줘야 되는데‥"
근처의 또 다른 아파트.
지은 지 2년밖에 안 된 신축 아파트입니다.
특수 페인트를 사용했다는 부분들을 살펴봤는데요.
이렇게 곳곳이 벗겨지거나 갈라져 있습니다.
새로 칠한 지 3년 된 대학병원과 소방서도 곳곳이 갈라졌습니다.
모두 특수 소재라는 '나노 세라믹' 페인트가 사용됐습니다.
이 페인트의 가격은 한 통에 30만 원.
일반 수성 페인트의 6배에 달합니다.
[입주민] "우리는 다 좋은 것을 쓴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닌가? 훨씬 비싸게 분양했거든요."
업체는 이 특수페인트가 열 차단과 방수 기능이 뛰어나고, 균열도 방지한다며, 10년 넘게 품질이 유지된다고 홍보해 왔습니다.
페인트 관련 전문 연구기관을 찾아왔습니다.
일반 페인트와 해당 페인트의 성능을 비교 분석해 보겠습니다.
실험 결과, 차열 성능은 일반 수성 페인트와 유사했고, 발수 성능은 아예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페인트 연구원] "그래프로 봤을 때는 두 샘플 (차열 성능이) 거의 유사한 값으로 보입니다."
해당 페인트를 쓴 것으로 확인되는 60여 곳 중 대다수인 50여 곳이 부산에 몰려 있습니다.
부산시가 건축 심의 과정에서 이 페인트의 사용을 권장한 겁니다.
건설사와 설계사무소들은 건축 인허가권을 가진 지자체의 권장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말합니다.
[설계 사무소 관계자] "독점의 어떤 그런 부분은 있는데 그런 걸 불사하고도 좋은 재료를 쓰라고 (부산시가) 그때 심의에서 얘기를 했기 때문에‥"
실제로 부산시의 권장 이후 현장에는 반드시 이 제품을 쓰라는 지시가 건설사들로부터 내려왔습니다.
[임채룡/건축사 겸 변호사] "특정 성능을 구현할 수 있는 사양 정도만 표기를 해서 발주자 또는 시공자가 선택해서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피해가 확산되고 있지만, 정작 부산시는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부산시 관계자] "유지 관리가 용이하니까 말 그대로 권장이잖아요. 강압적으로 우리가 사용해라 이렇게 할 수는 없는 상황이고 자유 선택 아니겠습니까."
업체 측은 시공 업체들이 페인트에 물을 타거나 제대로 된 공법을 지키지 않아 생긴 일이라며, 페인트 하자의 원인은 대부분 시공 문제이고, 재료가 원인인 경우는 5%에 불과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시공업체들은 자체적으로 세 차례 의뢰한 성분 분석에서도 해당 페인트의 특수 성능이 거의 없는 것으로 나왔다며, 시공과정은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MBC뉴스 손령입니다.
영상취재 : 강종수, 윤병순 / 영상편집 : 김민지 / 자료제공 : 최인호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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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취재 : 강종수, 윤병순 / 영상편집 : 김민지
손령 기자(right@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2023/nwdesk/article/6489651_3619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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