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병원협 “자동차보험 환자 입원·치료 범위 제한 심하다”

박효순 기자 2023. 6. 1.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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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 외면 ‘손보사이익 챙기기 앞장’ 눈총

자동차보험 가입자들의 ‘건강권 훼손’ 피해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한의계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이 교통사고 환자들의 입원과 치료범위를 일방적으로 제한하는 등 ‘불완전 치료’에 대한 원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와 함께 ‘한의사들의 진료권 침해도 지나치다’는 비판이 거세다.

자동차 사고 환자와 한의계가 꼽은 가장 큰 문제점은 심평원의 ‘일괄삭감 심사방식’이다. 환자의 상태나 한의사의 의학적 판단과 처치를 전혀 반영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심평원은 현재 자동차 사고 환자에 대해 사고일로부터 3일 이내 입원 제한, 입원일 수 5일 인정(디스크탈출증은 7일 입원 인정)을 고수하고 있다. 이후에는 환자의 고통이나 한의사의 어떠한 처방에도 불구하고 외래 치료를 받아야 한다. 한의계는 1일 “객관적 근거 없이, 일방적으로 설정한 임의기준을 어기면 심평원은 가차 없이 진료비 삭감에 나서고 있다”고 문제점을 제기했다.

손해보험사는 자동차 사고 환자의 치료에 대해 끝까지 책임져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제대로 치료받지 못한 환자들이 공적 보험인 건강보험을 이용하면서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즉 손보사에 치료 비용을 청구하지 못해, 그 부담이 고스란히 건강보험 몫으로 돌아간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런 비정상적인 의료비 증가가 어느 정도인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반면 코로나19 사태 이후 손보사 수익성은 매년 크게 개선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손보사의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26.6% 증가한, 5조 5000억원에 육박한다. 이는 상당부분 자동차보험 가입 환자들의 권리 상실과 건강보험의 재정 누수 효과에 힘입은 것이라고 한의계는 지적한다. 국토부와 심평원이 자동차보험 가입자의 권리보호와 국민건강을 외면하고, ‘손보사 이익 챙기기에 앞장선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박종훈 대한한방병원협회 이사

■박종훈 대한한방병원협회 이사 “건보 심사체계 자보 심사에도 적용을”

“심평원의 교통사고 환자 입원심사가 도를 넘었다.”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들의 아우성이다. 난감하기는 의료기관 관계자들도 마찬가지다. 한 치의 오차만 보이더라도 가차 없이 의료비를 삭감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박종훈 대한한방병원협회 이사는 1일 경향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요즘 전국 한방병원 현장은 의료진의 설득과 환자의 고성으로 그야말로 아수라장”이라며 “본연의 진료업무보다 환자의 상해 상태를 구구절절, 심평원에 소명해야 하는 부담이 너무 크다”고 밝혔다. 박 이사는 “통증이 심해 입원이 필요한 환자들을 상대로 과잉 증상 호소가 아닌지 취조하듯 문진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면서 “그 과정에서 환자들이 의료진과 마찰을 겪는 일도 잦아 관계자들의 마음고생이 크다”고 전했다.

박 이사에 따르면, 환자 민원 대부분은 ‘심평원의 교통사고 경증환자 입원제한’으로 발생한다. 실제 골절 등 중증상해 진단이 없는 환자들이 아무리 통증을 호소해도 의료기관은 ‘입원은 단기간으로 제한된다’는 점을 미리 알려야 한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인데, 단기 입원에 대해 수긍하지 않는 환자들의 현장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한다.

“자동차보험 표준약관 개정안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이미 보험사들은 바뀐 제도의 구체적인 내용을 숨긴 채 과장되게 안내하면서 환자로 하여금 충분한 치료를 받지 못하도록 압박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할증이 발생할 정도의 치료를 받을 가능성이 없는 환자에게 보험사들은 치료 많이 받으면 보험료가 할증된다고 안내하곤 한다. 때문에 환자들이 아예 치료를 기피하게 된다. 특히 4주가 지나도 치료가 필요한 경우 진단서를 통해 연장할 수 있음에도 보험사들은 4주 이내에 진단서를 발급받지 않으면 치료가 제한된다는 식으로 안내하기도 한다. 박 이사는 “이런 상황에서 환자는 아무리 통증이 지속돼도 단기간 내에 치료를 중단하는 경우가 많고, 보험사들의 이러한 행태를 방관하면서 의료기관의 입원 진료비 심사만 강화하는 바람에 의료기관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입원심사 기준은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박 이사는 “의료기관 별로 경향을 분석, 이상 징후가 있는 기관을 선별 심사하는 것이 좋다”고 제안했다. 사례 하나하나 따지고 들면 심사로 인한 갈등이 불 보듯 뻔하다는 것이다.

박 이사는 “아무리 정밀 심사를 한다 하더라도 환자 개개인의 특성을 반영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초진 때는 일주일 정도면 충분할 것 같은 환자도 시간이 지날수록 상해 증상이 심화돼 2~3주 입원이 필요한 환자들도 있다”고 분석했다. 의료기관의 진료 경향을 분석하여 이상 징후를 선별하는 건강보험의 심사체계를 자동차보험 심사에서도 적용해야한다는 것이 그의 결론이다.

박효순 기자 anyto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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