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남자와 ‘불’여자의 환상 케미… 이민자 애환은 ‘뭉클’ [엄형준의 씬세계]
물·불·흙·공기… 4대 원소 의인화
낯선 도시 속 ‘삶의 다양성’ 그려
피터 손 감독 등 한국계 대거 참여
“서로 다름 인정하자는 메시지 담아”
‘파이어타운’ 등 한국인 정서 곳곳에
물, 불, 흙, 공기 이 4대 원소 중 가장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물 남자’와 ‘불 여자’가 만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결국 힘들게 거리의 버려진 건물에서 곧 태어날 딸 앰버의 아버지인 버니 루멘과 어머니인 킨더 루멘은 작은 슈퍼마켓을 열고 새 삶을 시작한다. 엘리멘트 시티에서 태어난 앰버는 활달하지만, 화를 잘 내고 주로 물 원소들이 사는 다리 건너의 번화가로 가길 꺼린다. 그의 목표는 오로지 아빠의 자랑인 가게를 물려받는 일이다. 그렇게 무난한 일상 중, 가게의 터진 수도관으로 물 원소 공무원인 웨이드 리플이 휩쓸려 나오며 앰버의 삶은 생각지 못한 방향으로 나아간다.
영화는 곳곳에서 이민자들, 특히 한국인 이민자들의 모습을 떠오르게 한다. 버니와 킨더가 그랬듯 이 많은 이민 1세대들은 입국 심사장에서 영어는 한마디도 못하고, 먼저 삶을 꾸린 유럽의 이민자들이나 토박이 미국인에게는 환대받지 못한 채 영화 속 ‘파이어타운’과 같은 코리아타운에서 슈퍼마켓이나 세탁소를 운영하며 삶을 일궜다. 버니처럼 부모는 자식이 한국인이 아닌 다른 인종과 이성 관계를 가지는 걸 경계했고, 앰버처럼 이민자 2세대들은 다른 인종과 쉽게 어울리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을 것이다.
뉴욕에서 자란 손 감독은 이런 영화적 장치들이 자신과 자기 가족의 경험에서 나왔으며, 부모에 대한 존경의 의미를 담았음을 숨기지 않았다. 영화 개봉에 앞서 지난달 30일 가진 내한 기자간담회에서 손 감독은 “(한국 방문은) 영광이라고밖에 말씀드릴 수 없다. 영화를 만드는 동안 이곳을 떠난 나의 부모님께 감사드리고 싶다”며 “여기서 자라고, 애정과 사랑을 저한테 보여 주셨고, 그 덕분에 이 모든 것을 영화에 담아낼 수 있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네 가지 원소라는 아이디어는 화학 시간에 봤던 주기율표에서 힌트를 얻었다고 한다. 주기율표를 보면서 각 원소가 한 칸 한 칸 아파트에서 사는 가족 같은 느낌이 들었다는 회상이다.
영화는 중년 이상의 세대에게는 한국 이민사를 떠올리게 하지만, 청년 세대나 아이들이 이해하기에도 동떨어져 있는 세계는 아니다. 원소들의 삶은 흥미롭고, 상극인 물과 불의 만남이 보여주는 화학적 작용은 신비롭다.
엄형준 선임기자 t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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