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활동비와 권력의 흑역사 그리고 검찰
검찰 특수활동비 예산의 첫 공개가 22일 앞으로 다가왔다.
3년 5개월을 끌어온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 행정소송’에서 뉴스타파와 시민단체에 패소한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6월 23일, 특수활동비를 포함한 특정업무경비, 업무추진비의 사용 내역과 지출 증빙자료를 공개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 재직 시절에 쓴 특수활동비 예산 정보도 포함돼 있다.
특수활동비는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정보와 사건 수사’에만 써야 하는 경비다. 그러나 역대 정권은 특수활동비를 범죄 자금으로 악용하고, 뇌물로 상납하는 등 예산 오남용을 저질러 왔다. 특수활동비의 사용 내역이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검찰 역시 ‘수사 기밀’이라는 구실로 특수활동비 정보의 공개를 거부해왔다. 그 ‘성역’ 아래, 윤 대통령을 포함한 대한민국 검사들도 세금 사용을 감시받지 않는 ‘특권’을 누렸다.
검찰 예산 정보의 최초 공개에 앞서 뉴스타파는 노무현 정부에서 윤석열 정부까지 지난 20년간 역대 정권에서 벌어진 특수활동비 오남용 사건을 정리했다.
노무현 정부 (2003.2.~2008.2.)
① 권력자의 ‘쌈짓돈’ 특수활동비
노무현 정부의 김성호 법무부 장관은 2007년 5월 10일, 부산의 한 특급 호텔에서 부산시의회 의장 등 지역 인사들과 만찬회를 열었다. 김 장관은 식사비 600만 원 가운데 200만 원을 특수활동비로 결제했다. 이를 부산MBC가 보도하자, 법무부는 “김 장관이 나중에 200만 원을 사비로 처리했다”고 해명했다.
② ‘깜깜이’ 특수활동비 집행
2007년 감사원의 감사 결과에 따르면, 당시 국정홍보처 김창호 처장과 이백만 차장은 2005년 1월부터 2006년 10월까지 홍보처 특수활동비 3억 6,500만 원을 썼다. 그러나 지출 증빙자료는 남기지 않았다.
당시 국정홍보처는 “국정홍보 수행을 위해 각계각층의 여론 수렴 과정에 특수활동비를 썼지만, 대부분 신분 노출을 꺼려 증빙자료를 갖추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③ 청와대 특수활동비로 10억대 ‘비자금’ 조성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예산을 총괄한 정상문 총무비서관은 2004년 11월부터 2007년 7월까지 대통령에게 배정된 특수활동비 12억 5천만 원을 빼돌렸다. 정 비서관은 특수활동비를 빼돌려 지인 등의 이름으로 된 차명계좌에 보관했다.
그(정상문)는 내가 퇴임한 후에도 자신이 집사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는 연금 범위에서 살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그는 그것이 불가능하다고 믿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특수활동비를 떼서 몰래 쌓아 두었던 것이다. 그가 내게 이야기한 적이 없었기에 나는 언론에 보도되고 나서야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
-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고 자서전 ‘운명이다’(2010) 중
정상문 전 비서관의 혐의는 이명박 집권 2년 차였던 2009년 검찰 수사로 드러났다. 이듬해인 2010년 정 전 비서관은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죄 등으로 대법원에서 징역 6년, 추징금 16억 4,400만 원의 판결을 받았다.
이명박 정부 (2008.2.~2013.2.)
①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로 민간인 사찰 내부고발자 ‘입막음’
이명박 정부는 2008년 7월 국무총리실 산하에 ‘공직윤리지원관실’을 만들어 민간인과 정치인 등을 불법 사찰했다.
2012년 3월 공직윤리지원관실 소속 장진수 주무관은 “청와대의 지시로 민간인 사찰 증거를 없애고 있다”고 폭로했다. 또 “2011년 4월, 청와대로부터 ‘입막음용’으로 현금 5,000만 원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 돈의 출처가 국가정보원의 특수활동비였다. 2018년 검찰의 수사 결과, 5,000만 원은 원세훈 국정원장의 승인 아래, 신승균 국가정보원 국익전략실장 → 김진모 청와대 민정2비서관 → 장석명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 류충렬 국무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을 거쳐 장진수 주무관에게 전달된 것으로 밝혀졌다.
국가정보원에 자금을 요청했던 김진모 전 비서관은 2020년 5월 대법원에서 업무상 횡령죄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는 등 사건에 연루된 이들 대부분에 유죄가 선고됐다.
② 국무총리실 특수활동비로 청와대 ‘인맥 관리’
당시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불법 사찰을 주도한 이인규 공직윤리지원관과 진경락 기획총괄과장은 2009년 1월부터 2010년 6월까지 총리실 특수활동비 1,680만 원을 이영호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 등에게 상납했다.
업무상 횡령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인규 공직윤리지원관은 2013년 9월 대법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③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로 전직 대통령 ‘뒷조사’
이명박 정부의 국가정보원은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위 풍문을 추적하는 데도 특수활동비를 썼다.
2010년, 당시 국가정보원 최종흡 3차장과 김승연 대북공작국장은 원세훈 국정원장의 지시로 ‘데이비드슨’과 ‘연어사업’이라는 작전명을 붙여 소문으로 떠돌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미국 비자금 등을 뒷조사했고, 대북 공작용 특수활동비 약 10억 원을 투입했다.
2021년 3월, 대법원은 최 전 3차장과 김 전 국장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죄 등으로 각각 징역 1년 6개월과 징역 2년을 확정했다.
④ ‘인터넷 여론 조작’에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이명박 정부는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로 인터넷 여론 조작도 벌였다.
국가정보원은 2009년 5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알파(α)팀’ 등 민간인으로 구성된 ‘사이버 외곽팀’을 운영했다. 이 조직은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 토론글 게시, 댓글 달기를 벌였는데, 2012년 대선 때에는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고 야당 후보를 비방하는 글 6만 4천여 건을 올렸다.
댓글 작업에 투입된 아르바이트생의 월급 등 국가정보원 사이버 외곽팀의 활동비로 쓰인 65억 원은 특수활동비를 포함한 국가정보원 예산에서 나왔다.
18대 대선을 7개월 앞두던 2012년 5월, 국가정보원은 ‘포인트뉴스’라는 인터넷 언론을 설립 운영했다. 2017년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의 자료에 따르면, 포인트뉴스 운영에 2012년부터 2013년까지 약 4억 4천만 원의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가 투입됐다.
이른바 ‘댓글 부대’를 관리하며 불법 정치 관여 활동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국가정보원 직원들은 2019년 대법원에서 실형이 확정됐다.
⑤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로 ‘오프라인 여론 조성 공작’
2017년 10월 국가정보원 개혁위원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은 2010년 1월, 원세훈 국정원장의 지시에 따라 ‘국가발전미래교육협의회(국발협)’를 설립했다. 그리고 2014년 1월 협회 청산 때까지 특수활동비 등 국가정보원 예산 63억 원을 지원했다.
국발협은 기관, 기업, 학교의 400만여 명을 대상으로 강연하며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공격하고, ‘종북세력 척결’을 위한 극우 논리를 전파했다.
⑥ 원세훈,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불법 오남용 정점’
이명박 정권 5년 가운데 4년을 국정원장으로 재임한 원세훈은 특수활동비의 오남용 등 국정원의 각종 불법을 주도했고, 특활비를 사적으로도 유용했다.
검찰 수사 결과에 따르면, 원 원장은 2011년 미국 스탠퍼드 대학에 미화 200만 달러(당시 환율 기준 약 22억 원)를 보냈다. 해당 대학의 아태연구소에 객원연구원 자리를 만들고, 국정원장 퇴임 뒤 연구원으로 갈 목적의 예산 유용이었다.
원 원장은 또 2010년 10월, 특수활동비 10억여 원을 들여 서울 강남에 있는 국가안보전략연구소 18층을 개인 사무실로 리모델링하는 등 모두 30억 원의 특수활동비를 빼돌려 사적으로 썼다.
2021년 11월, 원세훈 전 원장은 재판에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죄 등으로 징역 9년을 확정받았다.
⑦ 이명박,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뇌물 수수’
이명박도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뇌물로 챙겼다.
2011년, 야당은 물론, 여당인 한나라당에서도 “국가정보원의 쇄신을 위해 원세훈 국정원장을 교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당시 입지가 불안해진 원 원장은 원장직을 지켜려고 당시 이명박 대통령에게 특수활동비를 상납했다.
검찰 수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 순방을 앞두던 2011년 10월, 국가정보원 예산관 → 김희중 청와대 제1부속실장 → 대통령 관저 직원을 거쳐 이명박 대통령에게 미화 10만 달러(약 1억 원)의 국정원 특수활동비가 전달됐다.
2020년 10월, 대법원은 이명박이 받은 이 돈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로 최종 판단했다.
⑧ 홍준표, 국회 특수활동비 “생활비로 썼다”
2015년 5월, 일명 ‘성완종 리스트’ 수사를 받고 있던 당시 홍준표 경남도지사(현 대구시장)는 2011년 당대표 경선 자금의 출처에 대해 “2008년 국회 운영위원장 시절, 매달 국회 대책비(특수활동비) 4,000~5,000만 원 중 일부를 집사람에게 생활비로 주고는 했다”고 해명했다.
박근혜 정부 (2013.2.~2017.3.)
① 박근혜,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뇌물 상납의 정례화’
재임 내내 박근혜 대통령과 최측근인 안봉근, 이재만, 정호성 비서관 등 ‘문고리 3인방’, 이원종 비서실장은 매달 정기적으로 국가정보원으로부터 특수활동비를 뇌물로 상납받았다.
2013년 5월부터 2016년 9월까지 남재준, 이병기, 이병호 국정원장이 청와대에 ‘갖다 바친’ 특수활동비는 검찰 수사로 확인된 것만 36억 5,000만 원이다. 박근혜의 청와대는 상납받은 특수활동비를 사저 수리비, 기치료·주사 비용, 의상비, 차명폰 요금 등에 썼다.
또 국가정보원은 특수활동비로 청와대 수석들에게 ‘용돈’을 주기도 했다. 추명호 국가정보원 국익정보국장은 2014년 9월부터 2016년 6월까지 조윤선·현기환 정무수석에게 500만 원씩 모두 9,500만 원을 줬다.
2021년 1월, 대법원으로부터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죄 등으로 모두 징역 22년을 확정 판결받은 박근혜를 포함해 특수활동비 뇌물 상납에 연루된 최고위급 권력자들은 모두 유죄 판결을 받았다.
② 박근혜, 공천 개입 위해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로 ‘불법 여론조사’
20대 총선을 앞두고 있던 2016년, 당시 박근혜 청와대는 ‘진박(진실한 친박)’ 감별 여론조사를 벌었다. 당시 박근혜가 새누리당(국민의힘의 전신) 공천에서 배제하려 했던 ‘김무성계’와 ‘유승민계’의 지역구에서 진박 정치인을 찾아낼 목적의 불법 여론조사였다.
당시 박근혜 청와대 정무수석실은 여론조사 비용 약 5억 원을 국가정보원으로부터 받은 특수활동비로 결제했다. 박근혜는 공천개입 등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2018년 11월 해당 범죄로 징역 2년형이 확정 선고됐다.
③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로 장관에 ‘감사 인사’
2014년 10월, 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은 자신의 집무실에서 이헌수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으로부터 특수활동비 1억 원을 건네받았다.
검찰 수사 결과, 당시 이병기 국정원장이 국정원 예비비 472억 원이 증액된 데 대한 감사 표시로 최경환 장관에게 뇌물을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9년 7월, 당시 자유한국당(국민의힘의 전신) 소속 국회의원이던 최경환은 대법원에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죄로 징역 5년, 벌금 1억 5,000만 원, 추징금 1억 원을 확정 선고받았다.
④ 양승태 대법원장의 특수활동비는 ‘로비용?’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인 2015년, 대법원에 특수활동비 예산이 처음으로 편성됐다.
2018년 7월, 참여연대가 발표한 ‘2015~2018년 대법원 특수활동비 지급내역 분석보고서’를 보면, 당시 양승태 대법원장은 2015년 1월부터 퇴임 날인 2017년 9월 22일 사이에 184회에 걸쳐 총 2억 2,360여만 원의 특수활동비를 받았다. 월 평균 690만 원을 받았는데, 2015년 8월과 9월에는 각각 1,007만 원과 1,285만 원으로 특수활동비 지출이 급증했다.
참여연대는 “2015년 8월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상고법원 설치를 위해 박근혜 전 대통령과 독대를 한 시기로, 이 시기의 특수활동비가 상고법원 설치를 위한 로비용으로 사용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⑤ 국회의원, 아들 유학자금으로 국회 특수활동비 유용
2015년 5월,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의 전신) 신계륜 의원은 ‘서울종합예술학교 교명 변경 입법 로비 사건’ 재판에서 아들의 유학 자금의 출처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상임위원장으로 있을 때 나온 직책비(특수활동비)라고 진술했다. 당시 검사가 “특수활동비를 개인적인 용도로 써도 되냐”고 묻자, 신 의원은 “된다고 들었다”고 답했다.
⑥ 특수활동비 1심 승소했으나, 박근혜 탄핵으로 소송 각하
2014년, 하승수 변호사는 박근혜 대통령비서실 등을 상대로 특수활동비 등 예산의 집행내역을 공개하라는 행정소송을 냈다. 2년 뒤, 서울행정법원 1심 재판부는 특수활동비 예산 정보를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대통령비서실은 불복해 항소했고, 항소심 도중 대통령 박근혜가 탄핵되고, 대통령기록관으로 관련 자료가 이관되면서 정보공개법으로 다툴 문제가 아니라는 이유로 소송 자체가 각하됐다.
문재인 정부 (2017.5.~2022.5.)
① 정부부처 특수활동비, 2017년 4,007억 원 → 2022년 2,396억 원 축소
2017년 7월, 감사원은 국방부, 경찰청, 법무부 등 19개 기관의 특수활동비 집행실태를 점검했다.
그 결과, 2016년 1월부터 2017년 6월말까지 19개 정부부처에서 사용한 전체 특수활동비 가운데 49.7%는 특수활동비를 받아갔다는 수령증만 있을 뿐 언제, 어디에서, 누구에게, 얼마를 썼는지 밝히는 ‘집행내용확인서’ 등 지출 증빙자료는 작성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문재인 정부는 정부부처의 특수활동비 감축에 나섰다. 국가정보원을 제외한 정부부처 특수활동비는 2017년 4,007억 원 → 2018년 3,186억 원 → 2019년 2,860억 원 → 2020년 2,536억 원 → 2021년 2,384억 원 → 2022년 2,396억 원으로 1,611억 원, 40.2% 줄었다.
② 대통령 특수활동비 ‘성역’은 전 정권과 같이 비공개 사수
그러나 특수활동비 감축과는 별개로 문재인 정부도 특수활동비 예산의 세부 정보에 대한 공개를 거부했다.
2018년 7월, 대통령비서실은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청와대 특수활동비의 지급 일자와 사유, 금액, 수령자를 포함해 김정숙 여사의 의전 비용에 대한 세부 집행내역 등을 공개해달라는 한국납세자연맹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후 납세자연맹은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2022년 2월 1심에서 정보공개 승소 판결을 끌어냈다.
정보공개를 거부하려면 비공개로 보호되는 이익이 국민의 알 권리와 국정에 대한 국민의 참여, 국정운영의 투명성을 희생해야 할 정도로 커야 한다. 일부 개인정보 부분은 공개할 이익을 인정하기 어려워 그 부분을 제외하면, 피고가 비공개로 결정한 정보에 관해 정보공개가 이뤄지는 것이 타당하다.
-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2022.2.10.)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의 청와대는 공개를 거부하고 항소했다.
국민의 알 권리와 정보공개 제도의 취지, 공개할 경우 해쳐질 공익 등을 비교형량해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
- 청와대 관계자(2022.3.2.)
항소 두 달 뒤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면서 특수활동비 관련 자료도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됐다. 대통령지정기록물이 지정되면, 최장 15년, 사생활 관련 기록물은 30년 동안 비공개 된다. 이에 따라 납세자연맹의 정보공개 행정소송 항소심은 멈춰선 상태다.
당시 야당인 국민의힘은 “떳떳하다면 공개 못 할 이유가 없다”며 문재인 청와대의 특수활동비 비공개를 비판했다.
출범 직후 전 정부의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가지고서는 ‘적폐청산’ 운운하더니 자신들의 치부는 드러내지 않으려는 이중잣대이자 내로남불이다. 영부인의 의전비 내역이 왜 대외비여야 하는지 납득할 국민이 몇이나 되겠나. 떳떳하다면 공개 못 할 이유가 없다.
- 국민의힘(2022.3.3.)
윤석열 정부 (2022.5.~)
대통령 특수활동비 공개 판례 ‘무시’
2022년 6월, 한국납세자연맹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한 달 동안 지출된 대통령비서실 특수활동비의 세부집행내역에 대해서도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이와 함께 2022년 5월 13일 윤 대통령이 서초동 사저 근처에서 450만 원을 지출했다고 알려진 저녁 식사 비용의 영수증, 예산 항목, 그리고 대통령 내외가 2023년 6월 12일 서울의 한 극장에서 지출한 비용의 세부 정보도 공개해줄 것을 요청했다.
윤석열 대통령비서실은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며 거부했다. 불과 넉 달 전, 문재인 대통령의 특수활동비에 대한 행정소송 1심에서 확립된 대통령 특수활동비 공개 판례를 무시한 것이다.
뉴스타파와 세금도둑잡아라 등 시민단체도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2022년 5월 10일부터 7월 29일까지 약 두 달 동안 대통령비서실이 쓴 특수활동비와 업무추진비, 특정업무경비 집행 내역을 모두 공개하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현재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관련 기사: 뉴스타파 vs 대통령실, 예산 공개 소송 시작)
2023년 기준, 윤석열 대통령비서실의 특수활동비 예산은 82억 5,100만 원으로 대통령비서실 전체 예산의 8.1%를 차지한다.
특수활동비와 검찰의 ‘내로남불’
지금까지 확인한 것처럼 특수활동비 관련 오남용은 주로 검찰이 지난 정권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특수활동비 범죄를 단죄했던 검찰은 정작, 자신들이 쓰는 특수활동비 검증은 물론 공개도 거부하고 있다.
이번에는 검찰 특수활동비가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엿볼 수 있는 사건들을 정리했다.
① 특수활동비는 검찰 실세들의 ‘인맥 관리비’
2017년 4월 21일,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과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은 국정농단 특별수사본부 소속 검사와 법무부 검찰국 간부 등 8명과 저녁 식사를 했다. 이 자리에서 안 국장은 특별수사본부 검사 6명에게 각각 현금 70~100만 원씩, 이 지검장은 검찰국 간부 2명에게 각각 100만씩이 든 돈봉투를 돌렸다. 돈의 출처는 검찰 특수활동비였다.
일명 ‘돈봉투 만찬’의 배경을 두고 언론에서는 두 가지 의혹을 제기했다.
1. 안태근 검찰국장: 자신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연루 의혹을 무마해준 국정농단 특별수사본부에 사후 뇌물 제공 의혹
2.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 후보로서 총장 후보 추천위원회의 실무를 담당하는 검찰국 간부에 청탁성 뇌물 제공 의혹
법무부와 검찰이 합동감찰을 벌였고, 두 사람은 면직됐다. 안태근 전 국장과 이영렬 전 지검장은 ‘면직 처분이 부당하다’며 법무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냈고, 모두 최종 승소했다.
당시 ‘돈봉투 만찬’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이영렬 전 지검장만을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그러나 2018년 이 전 지검장은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고, 안태근 전 국장은 기소조차 되지 않았다.
② 검찰총장의 ‘통치자금’ 특수활동비
검찰총장의 특수활동비는 총장에 대한 언론 등의 평판과 검찰 내 자신의 인맥을 관리하는 ‘총장 통치자금’으로 알려져 있다.
2009년 11월, 김준규 검찰총장은 서울 중구 장충동의 한 음식점에서 함께 저녁을 먹던 출입기자 8명에게 각각 50만 원씩, 모두 400만 원을 돌렸다. 촌지의 출처는 검찰총장 특수활동비였다.
당시 참여연대는 “스폰서 검사에 이어 촌지 검찰총장이 나왔다”면서 “앞으로 잘 봐달라는 뜻이 담긴 뇌물인 만큼 법무부가 징계해야 할 사안”이라고 논평했다. 그러나 법무부와 검찰은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또 김준규 총장은 2011년 4월, ‘전국 검사장 워크숍’에 참석한 검사장급 이상 간부 45명에게 각각 200~300만 원씩, 모두 9,800만 원을 돌렸다. 돈의 출처는 이번에도 검찰총장 특수활동비였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검찰총장이 예전부터 검사장들에게 정상적으로 지급해온 업무활동비의 일환”으로 “범죄정보 수집과 수사활동을 하는 데 사용된다”며 “(특수활동비의) 용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③ 윤석열 검찰총장의 특수활동비 오남용 의혹
2020년 11월 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윤석열 검찰총장 역시 특수활동비를 ‘통치자금’으로 쓰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특수활동비 배정을 검찰총장이 마음대로 한다. 그래서 자신의 측근이 있는 청에는 많이 주고 마음에 들지 않는 청에는 적게 주고 있다.” 이런 말이 나와서...
- 소병철 더불어민주당 의원(2020.11.5.)
특활비는 대검에서 일괄 받아 가기 때문에 말씀하신 것처럼 검찰총장이 임의로 이렇게 집행을 하는 거지요. 무슨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고요.
- 추미애 법무부 장관(2020.11.5.)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여야 합의를 거쳐 최초로 검찰 특수활동비를 검증하기로 의결했다.
당시 검찰은 국회의 검증 요구에도 ‘검증 장소에 보좌진은 데려오지 말 것’, ‘검증 문서의 촬영과 복사는 제한’, ‘메모만 허용’ 같은 조건을 내걸었다. 결국 국회의원에게도 특수활동비 자료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고, 온전한 검증은 불가능했다.
정작 꼭 봐야 될 자료, 예를 들면 검찰총장이 임의로 집행할 수 있는 수시집행분에 대해서는 한 장도 자료를 제공하기 않았습니다. 그래서 검증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했습니다.
-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2020.11.16.)
여당 위원, 야당 위원이 다 같이 문서 검증을 가서 똑같이 공히 말씀하신 대로 구체적인 집행 내역은 법무부도 대검도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2020.11.16.)
사상 최초의 검찰 특수활동비 검증... 권력기관에 대한 주권자의 민주적 통제 ‘원년’
이처럼 검찰은 국회의 예산 심의 권한을 무력화하면서도, 매년 특수활동비의 필요성은 강변하고 있다.
검찰 특활비가 궁극적으로는 최소화 내지는 없어져야 할 그러한 제도라고 저는 봅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필요한 부분이 아직은 있습니다.
- 박범계 법무부 장관(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2022. 1. 26.)
특수활동비 존치의 필요성을 입증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특수활동비가 수사와 정보 수집 등에 정확히 쓰여지고 있다는 사실을 검찰 스스로 증명하면 될 일이다. 즉, 예산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면 된다.
예산의 공개와 민주적 통제는 ‘특별한 권력기관’인 검찰을 ‘보통의 행정기관’으로 탈바꿈하는 가장 빠른 길이다
오는 6월 23일 검찰 예산이 공개되는 대로 뉴스타파와 시민단체는 검사들이 세금을 제대로 썼는지, 특히 검사 시절 윤석열 대통령은 세금을 어디에, 어떻게 썼는지, 검증할 계획이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에서 1990년 12월 13일부터 2023년 5월 17일까지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등 6개 일간지의 기사 4,491건을 수집하고, 참여연대 ‘그사건 그검사’를 참고해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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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 임선응 ise@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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