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날리면' MBC기자, 압수수색 당시 "속옷까지 뒤졌다"

한동훈 겨냥 "취재와 수사, 어떤 게 더 공포스러울지 생각해 보셨나"

[이대희 기자(eday@pressian.com)]
한동훈 법무부 장관 개인정보 유출 혐의를 받은 MBC 기자가 경찰이 과잉수사했다고 반발했다.

임모(42) MBC 기자는 지난달 31일 카카오의 블로그 서비스 플랫폼인 브런치에 올린 ''과잉수사'의 정의는 뭔가요?'라는 글에서 지난달 30일 이뤄진 이번 수사로 "개인이 감당하기 힘든 일을 겪"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임 기자는 경찰이 "'휴대전화부터 제출하시죠. 한동훈 장관님께서도 휴대전화 압수수색은 협조하셨습니다'"고 말했다며 "경찰이 영장집행을 나와서 기자에게 '한동훈 장관님'을 언급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수사기관이 마치 한동훈 장관님의 대변인 같은 발언"을 하는 배경은 무엇인지를 따졌다.

임 기자는 이어 "기자가 얼마나 중한 죄를 지었길래 판사가 기자의 신체, 의복, 소지품에 주거지 집, 차량, 사무실까지 영장을 발부했느냐"며 "경찰은 집안에 모든 PC, USB 등을 확인했고 취재수첩과 다이어리 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임 기자는 2006년 사용한 다이어리와 10여 년 전 사용한 취재수첩까지 경찰이 들여다봤다며 이들 옛 자료가 "한 장관님의 인사청문회요청안 PDF 파일과 무슨 연관이 있는지" 납득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경찰은 "방에 들어와서 팬티까지 손으로 만지면서 서랍을 뒤졌다"며 임 기자는 영장을 발부한 서울중앙지법 윤재남 영장전담 판사를 향해 "영장을 발부하신 부장판사님도 같은 여자시던데, 영장에는 기자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하면서 속옷까지 수색하라고" 하느냐고 따졌다.

임 기자는 이어 경찰이 자신의 노트북을 집에서 확보했으면서도 회사의 "제 부서 책상까지 다 확인하셔야 한다"고 해 MBC 직원들과 대치했다고 전날 상황을 요약했다.

임 기자는 아울러 전날 압수수색 전 경찰이 이미 두 차례나 자신의 집을 방문해 "2개월치 차량 기록과 저희 가족들이 엘리베이터를 드나드는 영상들을 모두 촬영해 갔다"는 사실을 새로 알았다고 밝혔다.

임 기자는 "마치 미행하듯 기자 차량이 주차장에 들어오자마자 경찰차가 따라 들어오고, 기자 차량 아파트 출입기록을 2개월치나 떼가면서 가족 얼굴이 담긴 영상을 왜 찍어가신 건지, 이 사건 수사와 저희 가족이 무슨 연관성이 있는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임 기자는 "어제 아침 압수수색을 당하면서 처음으로 한동훈 장관님의 개인정보유출 위반 혐의란 새로운 저의 죄명을 들었"다며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수사에 이어 현직 법무부 장관에 대한 개인정보 유출 수사"는 "저에게 '죄가 있다'고 하시는 분들이 너무 높은 분들이셔서 겁도 나고 두렵다"고 토로했다.

임 기자는 작년 9월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방문 당시 바이든 미국 대통령 관련 윤 대통령 발언 자막으로 논란을 낳은 이른바 '바이든 날리면'을 보도했다.

임 기자는 이어 한동훈 장관을 향해 "인사청문회 검증 당시 따님 국제학교에 다니는 것 기자들이 취재할 때 미성년자니까 자녀에 대한 과잉 취재는 문제가 있다고 하지 않았느냐"며 "미성년 자녀는 장관님 자녀에게만 해당하는 건 아니"라며 "취재와 수사, 어떤 게 더 당하는 입장에서 공포스러울지 한 번쯤 생각해 보셨느냐"고 물었다.

경찰은 한 장관 가족의 주민등록초본 등 개인정보가 한 장관 인사청문회 당시 국회에서 외부로 유출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과정에 임 기자가 연루됐다는 의혹으로 이번 압수수색이 이뤄졌다.

▲MBC 임 기자의 브런치 글. ⓒ브런치

[이대희 기자(eday@pressi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