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거부 선관위, 권익위 조사는 수용… `정치셈법` 의구심

한기호 2023. 6. 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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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채용·승진 특혜' 감사 놓고 충돌
"감사원 조사 독립성 침해" 거부
전현희 권익위원장 조사 앞두고
"위원·부위원장 모두 참여하자"
조사 맡은 부위원장, 제안 일축
지난 5월31일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고위직 간부들의 자녀 특혜 채용 의혹에 대한 특별감사 결과와 후속대책을 발표하기에 앞서 사과 인사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간부 고위직 자녀 채용·승진 특혜 의혹이 불거진 지 3주 만에 결국 외부기관 조사를 받게 됐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감사원 주도의 전수조사를 거부해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정치적 셈법'이 깔려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선관위 관계자는 1일 언론에 "선관위는 감사원의 직무감찰 대상이 아니다"라며 "법상 근거가 있는 국민권익위 조사, 수사기관의 수사, 국회 국정조사는 받을 수 있지만 근거가 없는 감사원 직무감찰은 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감사원 감찰을 거부한 것이다.

선관위는 지난달 10일부터 박찬진 사무총장과 송봉섭 사무차장의 자녀가 2022년과 2018년 경력직으로 특혜채용됐다는 의혹을 받은 뒤 홍역을 치렀다. 관련 의혹에 휩싸인 고위직 공무원이 4명, 전·현직 11명으로까지 늘어 큰 파장을 낳았다.

선관위는 당초 사무처 투톱의 '아빠 찬스'는 없었다고 부인했으나, 구체적인 면접 특혜 의혹이 추가로 불거지자 늑장 대응을 보였다. 내부 특별감사를 벌인 이후 박 총장·송 차장이 사의 표명하고 월말에 고위직 4명을 수사의뢰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여권의 감사원 감사와 노태악 선관위원장 사퇴 요구는 줄곧 거부했다. 특히 선관위는 지난해 3·9 대선 사전투표 과정에 불거진 '소쿠리 투표' 부실선거 논란에 이어 이번에도 감사원 직무감찰을 거부하며 '헌법기관 독립성 침해 우려'를 이유로 들었다.

감사원은 지난달 31일 선관위 전·현직 직원 가족 채용실태 전수조사를 예고했다.

'선거 직무'가 아닌 인사 행정 문제인 데다, 2016년 불공정채용 사례를 적발한 정기감사 사례가 있으며, 감사원법(제24조 3항)상 직무감찰 제외 대상에 선관위는 없다는 게 근거다.

이에 대해 선관위는 국가공무원법 17조에 규정된 '선관위 소속 공무원 인사 사무에 대한 감사는 선관위 사무총장이 실시한다'는 내용을 들어 감사원 감사를 거부해왔다. 또 감사원이 선관위를 감사할 법령상 근거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선관위는 '국민권익위법'에 의거한 권익위 조사권은 인정했다. 그러나 노 선관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선관위 내부 회의 후 브리핑에서 "외부기관과 '합동'으로 전·현직 직원 친족관계 전반을 전수조사하겠다"며 외부기관 단독조사와 거리를 두려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전현희 권익위원장이 선관위 측에 '6월 1~30일 채용비리 의혹 실태조사' 예고 공문을 보냈다고 밝힌 뒤 나온 입장이다.

전 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 재선 의원 출신으로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6월 임명된 뒤, 윤석열 정부에서 잇단 사퇴 요구를 거부해왔다.

전 위원장은 지난 30일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채용비리 조사단 구성을 두고 정무직인 위원장 자신과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부위원장 3명이 '4명 모두 참여하거나, 모두 불참하는' 방식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적 중립'을 이유로 들었다고 한다.

여권에선 이달 27일 임기를 마칠 전 위원장의 독단이자, 선관위 결탁이 의심된다며 눈총을 보내는 대목이다. 정승윤 권익위 사무처장 겸 부패방지 부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단독조사'임을 강조했다.

정 사무처장은 '채용비리통합신고센터' 중심의 대규모 전담조사단을 꾸릴 것이라며, 선관위에 '면죄부'를 주는 일 없이 자신이 결과 발표까지 챙기겠다고 했다. 특히 전 위원장의 발언에 "오해"라며 "선관위를 조사하는데 무슨 정치적 차별을 한다는 것인가"라고 반박했다. 감사원 측은 선관위의 감사 거부, 권익위 단독조사 개시에 관해 "권익위에서 단독 조사를 선언한 것과 감사원의 감사와는 연관이 없다. 감사원은 어제 공표한대로 채용 비리 등에 대한 전수조사를 엄정하게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선관위에 "감사원 감사를 즉각 수용하라"고 힘을 실었다.

한기호·최상현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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