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취임 1년' 이복현…칼잡이에서 금융안정 전도사로

서대웅 2023. 6. 1.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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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신뢰' 없는 금융시장은 모래성"
흥국사태 해결하며 시장 안정에 앞장
불법 무차입 공매도 최초 척발 '성과'
거침없는 발언에 관치 논란은 숙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일 서울 여의도 모처에서 열린 취임 1년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금융감독원)
[이데일리 서대웅 기자] “공정과 신뢰가 뒷받침되지 않는 금융시장은 모래성과 같습니다.”

윤석열 정부 초대 금융감독원장으로서 금융시장 안정 및 선진화 역할을 부여받은 이복현(사진) 금감원장이 오는 7일 취임 1년을 맞는다. 이 원장은 1일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우리 금융시장은 선진시장 도약을 위한 출발선상에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검사 시절 대표 ‘칼잡이’였던 이 원장은 지난해 6월 취임 후 1년 동안 ‘금융시장 선진화’에 매진했다. 그는 취임사에서 ‘금융시장 선진화와 안정 도모’를 첫째로 주문하며 “이는 금감원장으로서 저 자신에게 새기고자 하는 메시지이기도 하다”고 했다. ‘공정’과 ‘신뢰’는 금융시장 선진화를 위한 절대값이었다. 공정과 신뢰가 없는 시장은 ‘모래성’과 같아서 선진화를 이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등판 여건은 좋지 않았다. 이 원장이 취임하기 두달 전인 지난해 4월 우리은행에서 700억원대 횡령사고가 발생하며 은행권 신뢰가 바닥까지 떨어진 상태였다. 취임 직후엔 외화 이상송금 사태가 터졌다. 이 원장은 금융권 신뢰 회복을 위해 내부통제 혁신방안 마련에 주력했다. 주요 사고예방조치 세부 운영기준을 마련하고 사고 취약업무 프로세스를 고도화했다.

4분기 들어 단기자금 시장이 말썽을 부렸다. 글로벌 긴축 여파로 10월 레고랜드발 자금경색 사태로 채권시장이 요동치더니, 11월 흥국생명이 5억 달러 규모의 해외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콜옵션(조기상환권) 미행사를 결정하자 시장 불안이 정점을 찍었다. ‘코리안 페이퍼’(한국물) 신인도가 급격히 떨어졌다.

이 원장은 여기서 역량을 발휘했다. 흥국생명이 콜옵션을 행사하도록 이 원장이 직접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과 물밑에서 조율한 것으로 알려진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금감원 직원은 “흥국사태는 이 원장 개인기로 해결됐다”고 했다. 흥국사태가 해결되자 채권시장은 안정을 찾기 시작했다. 회사채 금리(AA-, 3년물 기준)는 지난해 11월 말 5.45%까지 치솟았으나 현재 4%대 초반까지 내려앉은 상태다.

불법 공매도를 최초로 적발한 점은 두고두고 회자될 일이다. 금감원은 주식을 빌리지 않은 상태(무차입)에서 주가 하락을 위해 고의로 매도 주문을 낸 사례를 적발했다. 이전에도 무차입 공매도를 적발한 바 있지만 주문 실수나 착오에 따른 매도 주문이었다.

불법 공매도 적발은 금감원 내에서도 최고의 성과로 평가된다. 금감원 한 직원은 “조사국 직원들조차 불법 공매도를 어떻게 적발했는지 놀라워한다”고 했다. 이 원장이 취임 직후 공매도 조사 전담반을 꾸리고, 취임 두달 뒤 공매도조사팀으로 조직을 확대 개편한 결과의 성과다. 특히 기획조사를 통해 악재성 정보를 이용한 공매도 연계 불공정 거래혐의를 포착하는 데 집중했다.

이 원장은 공정과 신뢰를 금융회사·시장뿐 아니라 금감원 업무수행 방식에도 적용했다. 취임사에서 그는 “규제가 불가피한 영역에서는 합리성과 절차적 투명성을 확보해 예측 가능성을 부여해야 한다”고 했다. ‘음지’에서 하던 일들을 시장에 알려 정당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해외 투자자 유치와도 직결되는 문제다. 이 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해외 투자자들에게) 한국은 규제 리스크가 너무 큰 나라로 인식되고 있다”며 “투자자가 들어와 있어도 6개월 후 무슨 일이 터질지 장담을 못해 불안감이 크다”고 했다. 규제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투명하고 일관된 규제가 없어 ‘불확실성’이 크다는 게 문제라는 의미다. 불확실성은 금융시장이 가장 무서워하는 주요 요인이다.

이 원장은 기존의 경제관료 출신 금감원장들과 달리 발언에도 거침이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말 손태승 우리금융지주(316140) 당시 회장의 거취 문제를 두고 “현명한 선택을 하길 바란다”고 말한 게 대표적이다. 올해 초엔 은행권의 영업행태를 두고 “약탈적”이라고도 했다. 금감원 직원들은 “힘 있는 원장이기에 가능한 발언”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로 인해 불거진 관치 논란은 꼬리표처럼 이 원장을 따라다니고 있다. 금융지주 회장 선임 및 내부통제 문제와 관련해 쏟아낸 강도 높은 발언이나, 은행을 겨냥한 ‘이자장사’ 프레임 씌우기는 금융권의 반발을 샀고, ‘관치의 부활’이란 비난을 사기도 했다. 금감원 한 직원은 “사실 관치 논란에서 자유로운 원장은 없었다”면서도 “원장 의도가 어떻든 간에 시장에서 논란이 있다면 이를 해결해야 할 의무 역시 원장에게 있다”고 했다.

서대웅 (sdw618@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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