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감사원 "감사 착수", 선관위 "안 받겠다"… 또 맞붙은 헌법기관

김민표 D콘텐츠 제작위원 2023. 6. 1. 18:4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헌법에 존립 근거가 명시돼 있는 두 기관, 중앙선관위와 감사원이 또 맞붙었습니다. 선관위 고위직들이 자녀를 특혜 채용했다는 이른바 '아빠 찬스' 의혹에 대해 감사원이 감사에 착수하자 선관위가 '감사 거부' 입장으로 맞서고 있습니다. '소쿠리 투표' 논란 감사를 놓고도 두 헌법기관이 충돌했는데요, 사안은 달라졌지만 충돌하는 논리의 구조는 비슷합니다.
 

감사원, '아빠 찬스' 감사 착수

감사원이 어제(3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고위직 자녀 특혜 채용 의혹에 대해 감사에 착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선관위를 대상으로 채용과 승진 등 인력관리 전반에 걸쳐 적법성과 특혜 여부 등을 정밀 점검한다는 겁니다.


감사원은 '선거 사무'에 대한 감사가 아닌 만큼, 선관위도 감사에 응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2019년 선관위 정기 감사에서 채용 공정성 훼손을 지적하면서 직원 2명의 징계를 요구한 적이 있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습니다. 전례가 있다는 거죠. 같은 인사분야 감사인데, 그때는 받고 이번엔 거부할 명분이 없다는 게 감사원 입장입니다.

감사원 감사는 회계검사와 직무감찰로 나뉘는데요, 헌법에도 명시돼 있습니다. 이번에 감사하겠다는 건 직무감찰입니다.
국가의 세입·세출의 결산, 국가 및 법률이 정한 단체의 회계검사와 행정기관 및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감찰을 하기 위하여 대통령 소속하에 감사원을 둔다.

- 헌법 97조

감사원 직무감찰에 대해서는 감사원법에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습니다. 감사원법에는 직무감찰 제외 대상으로 국회와 법원, 헌법재판소 3곳만 명시돼 있습니다. 그래서 나머지 기관은 모두 직무감찰 대상이라는 게 감사원 입장입니다.
 

선관위 "감사원 직무감찰 대상 아니다"

선관위 반응은 180도 다릅니다. 선관위는 감사원의 회계검사는 정기적으로 받고 있지만 직무감찰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실제로 감사원의 직무감찰을 받은 적이 단 한 번도 없다고 합니다. 2019년 채용 과정 관련 감사는 회계검사에서 파생된 사안일 뿐 직무감찰을 받은 건 아니라고 설명합니다.


선관위가 내세우는 건 헌법상 독립기관이라는 법적 지위입니다. 헌법 97조에 규정된 감사원 직무감찰 대상이 '행정기관 및 공무원'인데, 선관위는 행정기관이 아니라 헌법상 독립기관이라는 겁니다.

감사원으로부터 회계검사가 아닌 직무감찰을 받는 선례를 만들 경우 불법선거 관련 조사에 감사원이 개입할 여지가 생기는 등 독립성 침해 우려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습니다.

선관위는 또 국가공무원법 17조도 감사원 직무감찰 거부의 근거로 들고 있습니다. 이 조항을 보면 '선거관리위원회 소속 공무원의 인사 사무에 대한 감사는 중앙선관위원장의 명을 받아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이 실시한다'고 돼 있습니다. 결국 선관위는 인사 문제와 선거 사무에 대한 감사원 감사는 직무감찰이라는 점에서 같은 것으로 보는 입장입니다. 선거 사무 감사는 안 되고 인사 문제 감사는 된다고 구분할 수 없다는 거죠.

선관위는 지난해 대선 사전투표에서 불거진 '소쿠리 투표' 논란에 대해 감사원 직무감찰을 거부했는데요, 선관위의 이런 입장이 바뀌지 않는 한 감사원과의 충돌은 되풀이될 듯합니다.
 

권익위 "선관위 채용 비리 집중조사"

국민권익위원회가 선관위 채용비리 전담조사단을 꾸리기로 했습니다. 전수조사도 한다고 합니다.

정승윤 권익위 부위원장은 "이미 선관위와 사전 조율을 거쳤으며 현재 자료가 도착해 조사가 본격 착수된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사전 조율을 거쳤지만 합동으로 진행되는 게 아니라 권익위 단독 조사라고 합니다.

정 부위원장은 권익위 조사가 선관위 독립성 침해가 아니라고 설명했는데요, "국민주권과 삼권분립이라는 헌법 테두리 내에서 허용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선관위 독립성은 무제한의 권한이 아니라 국민주권과 권력분립이라는 원칙, 즉 권력의 견제와 균형이라는 헌법 테두리 내에서 허용되는 것인 만큼 권익위 조사가 마치 선거관리위원회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것으로 오해돼서는 안 될 것입니다.

정 부위원장의 말은 선관위가 독립성을 이유로, 법령에 규정된 권익위의 조사를 거부하거나 방해해서는 안 된다는 뜻으로 보입니다.

선관위에서 감사원과 달리 권익위에 자료를 제출한 것을 보면, 권익위 조사에 응할 것으로 보입니다. '법상 근거가 있는 국민권익위원회 조사, 수사기관의 수사, 국회 국정조사는 받을 수 있지만 감사원 직무감찰은 근거가 없어서 수용하기 어렵다'는 게 선관위 입장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미 특혜 채용 의혹이 있는 간부의 정보는 제공할 수 있어도, 전 직원의 인사기록을 권익위에 모두 제출할 수 없다는 입장으로 알려졌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김민표 D콘텐츠 제작위원minpyo@sbs.co.kr

Copyright ©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