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기한 표시제’ 도입 6개월…중소기업들 여전히 ‘혼란’

이나경 기자 2023. 6. 1. 18:36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판매식품 언제까지 먹어야?
실험해야 하지만 자금 막막... 포장지도 새롭게 인쇄 돈 들어
올해부터 유통기한 표시제에서 소비기한 표시제 표기로 변경이 됐지만 아직까지 유통기한을 표시하는 등 제각각으로 표시되고 있는 가운데 1일 오후 수원특례시 권선구 한 마트에서 마트관계자가 소세지 코너에서 유통기한을 확인하면서 물건을 정리하고 있다. 이번 소비기한 표시제는 두부, 소세지, 과자 등 품목이 해당된다. 홍기웅기자

 

“새롭게 투자할 여력도 부족한데…중소기업들에게 소비기한 도입은 ‘언감생심’입니다.”

정부가 식품 폐기물 감소 등을 위해 38년 만에 유통기한 대신 소비기한을 도입한 지 약 6개월이 지난 가운데 대기업과 달리 투자 여력이 부족한 경기도내 중소 식품업계에선 여전히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1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월1일부터 식품 판매 허용 기한인 유통기한제를 소비기한제로 변경했다. 소비자에게 판매가 허용되는 기한인 유통기한과 달리 소비기한은 소비자가 안전하게 식품 섭취를 할 수 있는 기한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식품 폐기물 감소, 소비자에게 명확한 식품 섭취 정보 제공 등을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제도 시행 6개월이 흘러가고 있지만 여전히 도내 중소 식품업계들은 ‘우왕좌왕’하는 모양새다. 소비기한은 영업자가 자신의 식품에 대해 적절한 소비기한을 직접 설정해야 하는데, 제도 도입 전부터 내부 점검 등을 시행하며 준비해왔던 대기업들과 달리 식품 연구 등에 새롭게 자금을 투입할 여건조차 안 되기 때문이다.

안양의 한 과자 제조업체도 기존의 유통기한을 그대로 소비기한으로 표시하고 있다. 100여개에 달하는 품목에 대해 적절한 소비기한을 찾기 위해 새로 실험할 여력이 없어서다. 

더욱이 소비기한으로 바꾸게 되면 포장지를 바꾸는 과정에서 추가적인 금액도 발생해 소비기한 도입의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다.

김포의 두부 제조업체도 상황은 마찬가지. 소비기한 도입에 부담을 느낀 해당 업체 역시 유통기한을 그대로 소비기한에 적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정교하게 실험을 진행할 품질관리 부서가 따로 없어 소비기한은 그야말로 ‘언감생심’이라는 것이다. 

업체 대표 A씨는 “아직 주변에서도 소비기한을 적용한 업체들은 많지 않고, 포장지 변경이나 재고처리까지 고려하면 중소업체들의 경우 제도 도입은 더 힘들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전문가들은 중소기업 현장에도 소비기한 제도가 연착륙할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의 뒷받침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유통기한보다 긴 소비기한이 제시되면 결국 폐기물도 줄어 장기적 관점에선 업체에도 이득이다. 하지만 유통기한과 소비기한이 혼재되는 기간이 늘어날수록 혼란만 가중될 것”이라며 “바뀐 제도가 실효성을 다할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의 정책적인 배려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이 같은 우려에 업체별 사정을 고려해 1년의 계도기간을 부여하고 가이드라인이나 소비기한 참고값을 제공하고 있다”면서도 “중소기업들의 현실적인 어려움 역시 인지하고 있어 향후 지원책에 대해서도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이나경 기자 greennforest21@kyeonggi.com

Copyright © 경기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