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column]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 맨시티의 성공 비결은 ‘펩의 철학’

포포투 2023. 6. 1.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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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 'IF'의 사전적인 의미는 '만약에 ~라면'이다. 은 '만약에 내가 축구 기자가 된다면'이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누구나 축구 전문 기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시작됐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부수를 발행하고 있는 'No.1' 축구 전문지 '포포투'와 함께 하는 은 K리그부터 EPL, 라리가 등 다양한 축구 소식을 함께 한다. 기대해주시라! [편집자주]


무려 248일 동안 아스널이 선두를 지켰지만, 어차피 우승은 맨체스터 시티였다. 스쿼드, 전술 및 전략 등 모든 것이 훌륭했지만 ‘원팀’을 중시하는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축구 철학이 있었다.


2022-23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가 막을 내렸다. 줄곧 1위를 달리던 아스널이 시즌 막바지에 미끄러지며 맨시티가 우승컵을 들어 올렸고, 맨시티는 리그 3연패와 함께 위대한 왕조가 탄생했음을 알렸다. 특히 과르디올라 감독은 7시즌 중 무려 5번의 우승을 차지했고, 이제 영광의 트레블을 노리고 있다.


아스널은 무려 248일 동안 선두를 지켰지만 마지막에 웃은 팀은 결국 맨시티였다. 그렇다면 맨시티가 역전 우승을 만든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핵심은 과르디올라 감독의 철학이다.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 과르디올라가 가진 축구 철학이었다.


과르디올라의 뚝심은 ‘클럽 이상의 가치’를 표방하던 FC 바르셀로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권위주의와 스타 의식에 심취한 선수들에 부정적이었다. 한 명의 선수보단 하나의 팀을 우선시했다. 당대의 스타들이 대거 모인 바르사 시절에도 예외는 없었다.


대표적인 선수는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이었다. 즐라탄은 출중한 실력으로 유명했지만, 그에 못지않은 상당한 자존감의 선수로도 알려져 있었다. 개성 있는 선수 즐라탄이 과르디올라에게는 눈엣가시였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당시 폭발적인 득점력을 보였던 리오넬 메시를 위해 즐라탄의 포지션을 변경했다. 그 선택이 팀의 승리에 적합하다는 판단이었다. 때로는 ‘스타플레이어’의 칭호가 무색하게 즐라탄을 교체 자원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결국 즐라탄은 참지 못하고 이적하며 과르디올라와의 결별을 선언했다.


맨시티에서도 예외는 없었다. 지난 시즌부터 팀의 에이스를 맡아왔던 주앙 칸셀루를 임대 보냈다. 팀의 신성 리코 루이스가 자리 잡으며 칸셀루가 주전으로 뛰는 경기는 적어졌다. 칸셀루는 차츰 불만을 표했고 훈련에서 불성실한 태도를 보였다. 결국 과르디올라 감독은 과감한 결정을 내렸으며 팬들은 충격에 빠졌었다. 공수 가리지 않고 칸셀루의 역할은 대체할 수 없다고 여겨졌기 때문이고, 과르디올라 전술의 핵심적인 선수였기 때문이다.


결과는 달랐다. 필수 불가결로 보였던 칸셀루가 없어도 맨시티는 잘 운영됐다. 약간의 적응기는 필요했으나 3-2-4-1이라는 새로운 전술이 자리 잡자 어떤 팀도 맨시티를 막을 수 없었다. 칸셀루의 공백은 나단 아케, 존 스톤스 등 기존 선수들이 메우면서 수비적으론 훨씬 안정감을 얻었다. 이번 시즌에 새롭게 영입한 마누엘 아칸지의 뛰어난 경기력도 한몫했다. 공격 시에 날카로운 전방 패스, 드리블 전개를 보였던 칸셀루의 부재도 잭 그릴리쉬의 볼 점유와 엘링 홀란드의 득점력으로 해결했다.



선수 개인보다 팀을 생각한 과르디올라의 철학은 홀란드에게도 예외 없었다. 지난 유럽 챔피언스리그(UCL) 16강 2차전에서 홀란드는 RB 라이프치히를 상대로 5골을 몰아넣었다. UCL 1경기에서 5골을 기록한 선수는 2012년 메시, 2014년 루이스 아드리아누에 이어 3번째였다. 6골을 넣는다면 엄청난 기록이 될 수 있었음에도 과르디올라 감독은 홀란드를 교체했다. 그는 “지금 나이에 그런 기록을 세우면 지루해진다. 앞으로 어디서든 그 목표를 노릴 수 있다”라며 교체의 이유를 언급했다.


이외에도 홀란드에게는 리그 단일 시즌 최다 득점, 최다 해트트릭의 순간에 가까워지는 기회가 번번이 찾아왔다. 그때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어김없이 그를 교체했다. 이유는 명확했다. 한 선수로서 기록 달성은 의미 있겠으나 모든 선수가 개인적 성취에만 몰두하면 완전한 팀이 될 수 없다. 완전한 팀이 될 수 없다면 이상의 발전은 없다.


혹자는 과르디올라의 결단이 지나친 권위 의식이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결과론적일 뿐 본인과 갈등을 겪던 선수들을 내친 이유는 자신의 영향력에 도전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다.


그러나 과르디올라의 행보를 권위 의식에서 찾는다면 크나큰 오해다. 과르디올라는 항상 팀의 승리를 최우선으로 생각했다. 과감한 선수단 관리도 본질적인 목적은 다르지 않았다. 2022-23시즌 UCL 4강 2차전도 마찬가지였다. 맨시티가 레알 마드리드에 4-0으로 완승하며 팀의 분위기는 좋았지만, 해당 경기에서도 과르디올라 감독과 선수 사이에 갈등은 존재했다. 심지어 갈등의 주인공은 명실상부한 맨시티의 ‘에이스’ 케빈 더 브라위너였다. 더 브라위너가 볼을 전개하다가 공격권을 빼앗기자 과르디올라 감독은 그에게 빠르게 패스하라고 소리쳤다. 더 브라위너는 굴하지 않고 상관하지 말라며 욕설로 받아쳤다.


난색을 표할 거라는 우려와 달리 인터뷰 속 과르디올라의 반응은 달랐다. 오히려 “자주 있는 일이다. 그가 훈련장에서 치는 고함을 들으면 놀랄 것이다”라며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였다. 이어서 “에너지가 마음에 든다. 팀이 그에게 기대하는 부분이 바로 그런 것이다”라며 예상치 못한 대답을 했다.


과르디올라의 운영이 팀을 위한 선택임을 알기에 선수들은 누구보다 강력한 지지를 보낸다. 이번 시즌의 ‘슈퍼 서브’ 훌리안 알바레스가 대표적이다. 알바레스는 ‘EPL 첫 시즌’임에도 리그에서 9골을 기록했고, 제한된 출전 속에서도 빛을 발했다. 타 팀이었다면 확실한 주전 자리를 꿰찰 수 있었기 때문에, 팬들은 알바레스가 머지않아 불만을 표출하고 팀을 떠날지도 모른다고 믿었다.


예상과는 달리 알바레스는 지난 3월 팀과 재계약했다. 계약 기간은 무려 5년 6개월이었다. 과르디올라에 대한 신임 없이는 불가능한 선택이었다. 비록 주전 선수로서의 출전 시간은 부족하더라도 과르디올라의 판단이 팀의 발전을 위함임을 믿는 것이다.


과르디올라 감독의 선수단 운영, 그에 대한 선수단의 지지는 결실을 보았다. 이제 맨시티는 리그 우승을 확정 짓고 트레블에 도전하고 있다. 새로운 전술을 보인 과르디올라의 지략도 돋보이지만, 그의 선수단 운영 철학이 맨시티의 역사를 쓰고 있다.



글=‘IF 기자단’ 1기 김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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