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 과학용어] 한 손으로 드는 인공위성 있다?… 작지만 점점 강해지는 ‘큐브위성’

송복규 기자 2023. 6. 1.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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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대학·지자체가 주목하는 ‘큐브위성’
교육용으로 시작해 상업 서비스 ‘대세’ 자리 잡아
사출관 등장으로 성장… 성능 향상은 여전히 숙제

한국형발사체 누리호(KSLV-Ⅱ)는 지난달 25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성공적으로 발사됐습니다. 실용 위성을 싣고 우주로 가는 첫 ‘실전 발사’라는 점에서 중요한 발사로 평가 받았습니다. 누리호가 지구 궤도에 올려야 하는 위성은 총 8기였습니다.

그런데 위성 8기 중 차세대소형위성 2호를 제외한 7기는 모두 큐브위성이라는 이름으로 불렸습니다. 한국천문연구원의 도요샛 4기와 민간기업 큐브위성 3기가 주인공입니다. 이 위성들은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1년 동안 지구를 돌며 각자 임무를 수행할 예정입니다.

큐브위성을 제작하고 있는 곳은 생각보다 많습니다. 지난해 6월 누리호 2차 발사 당시에는 서울대와 연세대, 조선대,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큐브위성을 만들었습니다. 부산시와 진주시도 대학과 우주 스타트업과 손잡고 지구 관측용 큐브위성을 만들고 있습니다.

대학과 기업은 물론, 지방자치단체까지 왜 큐브위성을 선택한 걸까요. 인공위성 전문가인 윤효상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와 함께 파헤쳐 봤습니다.

지난달 3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위성보관동에 입고된 카이로스페이스 큐브위성 KSAT3U의 모습. KSAT3U는 크기 3U로, 편광카메라를 탑재한 큐브위성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초소형위성? 나노위성? 큐브위성?… 뭐가 맞을까

위성은 보통 크기와 무게에 따라 대형과 중형, 소형, 초소형위성으로 나눕니다. 대형위성은 무게 1000㎏ 이상, 중형위성은 500~1000㎏, 소형위성은 100~500㎏, 초소형위성은 100㎏ 이하로 구분됩니다. 초소형위성은 얼마나 가볍냐에 따라 또 종류가 나뉘는데, 이 중 1~10㎏의 아주 가벼운 위성을 나노위성이라고 부릅니다.

큐브위성은 엄밀히 따지면 나노위성의 한 종류입니다. 큐브위성은 가로·세로·높이가 모두 10㎝인 정육면체에 무게는 1~1.5㎏의 규격을 갖는데, 이게 하나의 ‘유닛(Unit)’입니다. 이번에 발사된 도요샛의 제원에 쓰인 ‘6U’라는 표현은 총 여섯 개의 유닛으로 구성됐다는 뜻입니다. 큐브위성은 총 24U까지 조립할 수 있습니다.

큐브위성의 가장 큰 장점은 규격화입니다. 한 개의 유닛의 부피가 10㎤로 정해진 규격은 발사체에 실을 때 빛을 발합니다. 보통 위성은 발사체의 페어링(위성 덮개) 안에 그대로 들어가지만, 큐브위성은 페어링 안에 있는 ‘사출관’에 한 번 더 집어넣습니다. 규격화된 위성을 탑재하고 로켓의 엄청난 진동으로부터 지켜주는 사출관 덕분에 크기가 작은 큐브위성도 무사히 우주로 갈 수 있는 겁니다.

큐브위성을 고안한 조르디 푸이그-수아리 미국 캘리포니아폴리테크닉주립대 교수. /NASA

◇교육용으로 시작한 큐브위성, 이젠 상업용으로

큐브위성은 처음 교육용으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조르디 푸이그-수아리 미국 캘리포니아폴리테크닉주립대 교수와 밥 트윅스 스탠퍼드대 교수가 대학원생을 교육할 목적으로 1999년에 큐브위성 제작을 시작했습니다. 큐브위성에는 주로 우주급이 아닌 상용 부품이 들어가는데, 점점 성능이 좋아지면서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사용하게 됐습니다.

크기가 작고 개발 기간도 짧아 대량생산도 가능합니다. 대표적인 업체로는 구글이 투자한 미국의 플래닛랩스(Planet Labs)가 있습니다. 플래닛랩스는 위성 생산을 표준화하고 제조 시간과 생산비를 크게 줄였고, 큐브위성과 초소형위성을 활용해 위성 영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우주 분야 시장조사 업체 유로컨설트는 2017년부터 2026년까지 10년 동안 초소형위성 총 6200기가 발사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전 10년보다 7배 정도 늘어나 수준입니다. 그만큼 빠르게, 많이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지난해 3조6600억원 규모였던 초소형위성 서비스 시장은 5년 만인 2027년에 8조7600억원으로 성장할 전망인데, 역시 대량생산이 뒷받침된 영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큐브위성 기술이 발전하면서 다양한 운용을 시도하려는 움직임도 있습니다. 우주 날씨를 관측하는 천문연의 도요샛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도요샛은 사출 과정에서 1기가 소실돼 총 3기가 편대비행을 합니다. 도요샛 3기가 일렬로 종대 비행을 하면 시간별로, 나란히 횡대 비행을 하면 공간별로 우주 플라즈마를 미세한 수준까지 관측할 수 있습니다. 인공위성이 아무리 저궤도에 있더라도 같은 위치로 돌아오는 데 몇 시간이 소요됩니다. 이때 편대비행으로 시공간에 따르는 제약을 없앤 거죠.

사실 큐브위성은 작기 때문에 편대비행에 필요한 추력기를 넣지 않습니다. 도요샛이 큐브위성으로선 편대비행을 세계 최초로 적용한 겁니다. 도요샛이 성공적으로 편대비행을 한다면 향후 편대비행을 이용한 상업 서비스가 나올지도 모릅니다.

도요샛 가상 이미지. /한국천문연구원

◇숙제로 남은 성능 향상… “발사만이 살길”

큐브위성이 최근 우주 분야에서 활발히 사용되고 있지만, 여전히 숙제는 남아있습니다. 큐브위성은 중대형 위성처럼 완벽한 우주 검증을 거치진 않습니다. 우주 검증을 거치는 과정에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상용 부품을 사용하기 때문에 수명도 3개월에서 2년 사이로 짧고 들쭉날쭉합니다. 사출관이 도입되기 전엔 다른 위성에 피해를 줄까 걱정돼 발사체에 싣는 것도 꺼릴 정도였습니다.

이 때문에 큐브위성은 성공률이 낮습니다. 지난해 누리호 2차 발사 때 우주로 간 4기의 큐브위성 중 지금까지 원활하게 교신이 된 건 1기 뿐입니다. 연세대가 만든 ‘MIMAN’은 아직까지 위성 상태와 통신이 모두 원활합니다. 하지만 나머지 3기는 위성에 명령이 전송이 안 되거나 통신이 불능입니다. 이번에 누리호 3차 발사 때 우주로 간 7기의 큐브위성 중 2기도 연락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큐브위성 성능 향상에는 ‘연습이 완벽을 만든다(Practice makes perfect)’라는 영어 속담이 정답입니다. 비교적 값싼 생산비용과 짧은 개발 기간을 앞세워 많이 발사하는 겁니다. 수많은 발사를 통해 부품을 우주급으로 향상하고 목적에 맞게 궤도와 자세를 제어해야 합니다. 한 주먹 정도의 작은 큐브위성에도 고도의 지식과 노하우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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