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학생이 설계한 반도체 실물이 눈앞에...설계검증 시설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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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반도체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앞으로 10년 뒤에는 12만7000명의 전문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정민 ETRI 반도체소부장기술센터 선임기술원은 "자신이 설계한 반도체를 제품으로 만들어볼 수 있다는 것은 학생들에게 큰 의미를 가질 것"이라며 "학생들이 실전적인 설계 경험을 쌓고, 전문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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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이 설계한 반도체 실물로 제작해 제공
실전 경험 갖춘 반도체 설계 인력 양성 기대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반도체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앞으로 10년 뒤에는 12만7000명의 전문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매년 국내에서 배출되는 반도체 전문인력이 5000명 수준에 그친다는 점이다. 반도체 산업의 인력난이 갈수록 심각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지난해 7월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시스템 반도체 개발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반도체 관련 인재양성 방안’을 마련했다. 2031년까지 반도체 전문 인력을 15만명 이상 양성하겠다는 목표로 교육·연구 환경을 개선해 양질의 반도체 전문 인력 육성 생태계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그 첫 걸음을 1일 대전 유성구의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곳에서 ‘반도체 설계 검증 인프라 활성화 사업’을 위한 협약식을 가졌다. 이번 사업을 계기로 반도체 설계를 전공하는 학부생과 대학원생은 자신이 설계한 반도체를 실제로 제작해 회로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할 수 있게 됐다.
구정민 ETRI 반도체소부장기술센터 선임기술원은 “자신이 설계한 반도체를 제품으로 만들어볼 수 있다는 것은 학생들에게 큰 의미를 가질 것”이라며 “학생들이 실전적인 설계 경험을 쌓고, 전문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을 위한 설계검증 서비스가 본격 가동되면 매년 500~1000명 이상의 학생이 칩 제작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사업에 참여하는 ETRI와 서울대,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은 자체 보유한 공공펩(Fab)을 활용해 학생들이 설계한 반도체를 제작한다. ETRI는 반도체실험실에 공공펩을 갖추고 실리콘반도체를 비롯해 화합물반도체, 디스플레이를 연구하고 있다.
유성욱 ETRI 반도체소부장기술센터 책임연구원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보유한 펩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반도체 모든 공정을 한번에 진행할 수 있는 시설을 갖췄다”며 “기판에 회로를 그리는 것부터 패키징까지 모든 공정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날 ETRI 실리콘반도체 실험실에서는 이미 연구원들이 반도체 연구에 한창 몰두하고 있었다. 빛에 민간한 반도체에 손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란색 조명이 켜진 실험실에서는 반도체의 회로를 만들고, 현미경으로 검증하는 연구가 이뤄지고 있었다.
구 선임기술원은 “현재 0.18㎛(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 공정으로 시스템반도체를 만들 수 있는 설비를 운영하고 있다”며 “기업에서 만드는 메모리반도체의 수㎚(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 공정에 비하면 다소 집적도는 떨어지지만, 설계 검증 목적으로는 충분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본격적인 사업은 올해 4분기 시범 서비스로 시작한다. 본격 서비스에 들어가는 내년부터 2027년까지 4년간 매년 6~12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올해 1차례를 시작으로 점차 서비스 제공 횟수를 늘려 나갈 계획이다. 앞으로 매년 500~1000명 이상의 학생들이 자신이 설계한 칩을 실물로 받아볼 수 있을 전망이다.
반도체 설계 전문 인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설계한 칩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해야 하지만 지금까지 학생들의 설계를 바탕으로 칩을 만들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았다. 반도체 생산 설비를 갖춘 민간 기업에 의뢰할 수 있지만, 비싼 가격과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이번 사업에서는 별도의 비용 없이 반도체를 제작할 예정이다.
박건식 ETRI 반도체소부장기술센터 책임연구원은 “한국은 메모리반도체 세계 1위 국가지만, 시장 규모가 2배 이상 큰 시스템반도체에서는 아직 점유율이 한참 부족하다”며 “이번 사업을 통해 실전적인 경험을 가진 전문가를 양성해 반도체 인력난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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