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엔 팔아라" 믿었는데 … 뒤통수 맞은 서학개미
장기채·배당주로 대거 이동
금리 반등에 손실 못면해
'셀 인 메이(Sell in May)'라는 증시 격언에 따라 국내 미국주식 투자자들이 지난달 자산을 안전자산으로 대거 이동시켰지만 오히려 손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기업들을 필두로 기술주들이 급등한 데다 미국 장기채 금리가 반등하면서 채권 가격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1일 한국예탁결제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5월 1~30일) 국내 미국주식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 10개 중 9개가 손실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가장 많이 매수한 주식 유형은 미국 장기채 상장지수펀드(ETF)와 배당주인데, 이달 미국 기준금리가 소폭 상승하면서 대부분 자산의 가치가 떨어졌다.
지난달 국내 미국주식 투자자들이 순매수한 종목 10개 중 3개가 장기 국채 ETF였다. 잔존 만기 20년 이상 미국 국채의 가격 상승률을 3배로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20년+국채 3X'(TMF)가 순매수 금액 2억3274만달러로 1위를 차지했다. 만기 20년 이상 미국 국채 수익률에 커버드콜 전략을 더한 '아이셰어스 20년+국채 바이라이트'(TLTW)는 3986만달러로 순매수 상위 5위를 기록했다. 20년 국채 수익률을 그대로 따르는 '아이셰어스 20년+국채 ETF'(TLT)는 순매수 상위 7위에 이름을 올렸다.
최근 한 달간 TMF 주가는 1.37%, TLTW는 0.89%, TLT는 0.14% 각각 하락했다. 나스닥 종합지수가 6%가까이 상승했음을 고려하면 아쉬운 수익률이다.
순매수 상위 종목에는 배당주로 유명한 ETF나 개별 주식도 있었다. '슈와브 미국 배당주 ETF'(SCHD), 'JP모건 나스닥 에퀴티 프리미엄 인컴 ETF'(JEPQ), 리얼티 인컴 등이 대표적이다. SCHD는 펩시코, 머크, 코카콜라, 브로드컴 등 배당을 꾸준히 늘려온 미국주식들을 담고 있는 월 배당 지급 ETF로, 최근 한 달간 주가가 4.19% 하락했다. 월 배당을 지급하는 리츠주로 유명한 리얼티 인컴도 순매수 상위 종목 10위에 이름을 올렸지만 주가는 4.5% 하락했다.
배당주는 금리가 오르면 고금리를 지급하는 예금의 상대적 매력도가 올라가면서 가격이 하락할 수 있다. 리츠주인 리얼티 인컴은 부채비용 증가 우려로 가격이 이중으로 눌림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올해 초 4%에 육박하다 지난 4월 말 3%대 중반까지 떨어졌고, 지난달 26일에는 3.8%까지 반등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을 과도하게 반영한 금리가 제자리를 찾은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달 엔비디아 등 인공지능(AI) 수혜를 받은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가 상승하면서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14% 상승했지만 서학개미들은 해당 지수 수익률을 3배 거꾸로 추종하는 ETF에 대거 베팅하면서 손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디렉시온 데일리 반도체 베어 3X'(SOXS)는 지난달 서학개미들이 9051만달러어치를 순매수하면서 두 번째로 가장 많이 매수한 종목에 등극했는데, 가격은 38% 하락했다. 반도체 등 기술주 위주로 구성된 나스닥 종합지수 수익률을 3배 거꾸로 추종하는 '프로셰어스 울트라프로 숏 QQQ'(SQQQ)도 순매수 3위에 올랐지만 수익률은 -20%였다.
그나마 수익을 낸 종목은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테슬라, 애플 등 기술 대형주들에 집중 투자하는 월 배당 ETF인 JEPQ였다. JEPQ 주가는 지난 한 달간 4% 올랐다.
[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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