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는 왜 러닝 앱에 공들이나, 다시 각광받는 게이미피케이션

안중현 기자 2023. 6. 1.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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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게임하며 즐기도록 유도하는 마케팅 기법에 주목
/일러스트=김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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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서 엔터테인먼트 작가로 활동 중인 첼시 맥러플린씨는 웹매거진에 “달리기를 시작했을 때 ‘나이키 런 클럽’ 앱은 신의 선물과도 같았다”고 했다. 그는 “재미있게 달리는 요령을 알려주고 운동을 꾸준히 할 수 있도록 동기 부여까지 해준다”고 했다.

글로벌 스포츠용품 업체 나이키의 ‘나이키 런 클럽(NRC)’이라는 앱은 디지털 시계를 통해 거리·속도와 같은 러닝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는 앱이다. NRC의 더 큰 매력은 따로 있다. 사용자가 뛴 거리에 따라 레벨을 부여하고, 다른 사람들과 내 순위를 비교할 수 있게 해준다. 경쟁과 게임의 요소를 가미해 달리기의 묘미를 느끼게 도와준다는 얘기다.

2012년 출시 이후 NRC는 1000만회 이상 다운로드됐다. 많은 NRC 팬을 바탕으로 고객 충성도가 높아졌다고 판단한 나이키는 대형 유통 플랫폼을 거치지 않고 직접 고객에게 제품을 파는 ‘D2C’(direct to customer) 전략을 강화했다. 2019년 아마존을 통한 판매를 중단한 게 대표적이다. 덕분에 2019년 9%에 불과하던 나이키의 자체 온라인 매출 비율은 올해 1분기에는 27%까지 늘었다.

NRC는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게이미피케이션은 2003년 영국의 게임 개발자 닉 펠링이 처음 제시한 개념으로서, 게임의 작동 원리와 디자인 요소를 적용해 사용자에게 재미와 보상을 제공하는 마케팅 기법을 말한다. 최근 들어 메타버스 열풍과 코로나에 따른 비대면 활동 증가를 발판으로 국내외 기업들이 게이미피케이션을 활용하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프리시던스리서치는 2022년 134억달러(약 17조8000억원)였던 글로벌 게이미피케이션 시장 규모가 연평균 28%씩 성장해 2030년에는 968억달러(약 128조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도전·경쟁·성취·보상·관계, 5대 요소

마케팅에서 게이미피케이션의 목표는 도전-경쟁-성취-보상-관계로 이어지는 메커니즘으로 고객 참여를 늘리고, 궁극적으로 이들이 제품을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NRC는 이런 메커니즘을 충실히 따랐다. 앱 사용자에게 각자 달리기 목표를 설정할 수 있도록 ‘도전’의 요소를 우선 갖췄다. 뛴 거리에 따라 레벨을 부여하고, 도전 과제 달성에 따라 배지나 트로피를 부여해 ‘성취’와 ‘보상’을 준다. 또한 온라인상의 다른 사용자들 사이에서 순위를 확인할 수 있게 했고, 친구 초대 기능으로 서로의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경쟁’과 ‘관계’라는 요소도 갖춘 것이다.

나이키는 NRC 사용자가 원하는 제품을 출시해 판매를 늘렸다. 존 도나호 나이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3월 실적을 발표하면서 “NRC를 통해 인빈서블(invincible·나이키 러닝화 라인업) 소비자들이 더 먼 거리를 달릴수록 발을 더 잡아주길 원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이런 요구를 반영해 쿠션감을 극대화한 인빈서블3를 출시했다”고 말했다.

커피 전문점 스타벅스도 게이미피케이션으로 톡톡히 재미를 봤다. 스타벅스는 음료를 구입하면 이른바 ‘별’을 적립해주는 리워드 시스템을 운영한다. 별 적립 개수에 따라 웰컴-그린-골드 순으로 등급이 부여되고, 등급에 따라 무료 음료 쿠폰 같은 혜택이 제공된다. 특히, 골드 등급이 됐을 때 받을 수 있는 실물 ‘골드 카드’가 고객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적이 있어 스타벅스가 게이미피케이션의 ‘보상’ 개념을 잘 활용한다는 평가를 들었다.

언어 학습 서비스 업체 듀오링고 역시 게이미피케이션의 모범 사례로 꼽힌다. 사용자가 학습 목표를 달성할 때마다 축하 메시지를 전하거나 포인트를 지급했고, 그 포인트로 부가 기능을 구입하거나 캐릭터를 꾸밀 수 있도록 했다. 또 자신이 학습하는 언어 내에서 다른 사용자들과 경쟁을 통해 상위 리그로 승급하는 제도로 게임 요소를 적용해 학습 능률을 올렸다. 게이미피케이션을 활용해 사용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듀오링고는 2021년 나스닥에 상장했다.

스페인 BBVA 은행의 온라인 서비스 ‘BBVA 게임’도 게임 요소를 활용해 긍정적인 효과를 얻은 사례다. 사용자들이 인터넷뱅킹으로 조회·이체·세금 납부 등을 할 때마다 포인트를 줬다. 이 포인트를 이용해 사용자는 음원이나 영화를 내려받거나, 스포츠 경기 티켓 추첨에 참여할 수 있었다. 덕분에 BBVA의 인터넷 뱅킹 평균 사용 시간은 1.6배가량 증가했다.

네이버·카뱅·토스… 국내에도 게이미피케이션

국내에선 네이버·카카오뱅크·토스 등 빅테크를 중심으로 게이미피케이션이 활용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2018년 게이미피케이션 요소를 더한 ‘26주 적금’을 출시했다. 최초 가입 금액을 선택하면 그다음 주엔 선택한 금액만큼 늘려서 적금을 넣는 서비스다. 기본 금리에 더해 26주간 매주 빠지지 않고 적금을 부으면 우대 금리를 제공하는데, 26주 적금은 출시 245일 만에 가입자 100만명을 돌파했다.

토스는 만보기 기능으로 게이미피케이션 요소를 더했다. 5000보를 걸으면 10원, 1만보를 걸으면 30원을 제공하며 목표 달성에 따른 보상을 제공한다. 특히 친구 초대하기 기능을 통해 친구와 함께 일정 걸음 수를 채우면 추가로 금전적인 보상을 제공해 앱 사용자를 늘리기도 했다. 지난해 토스 만보기 사용자는 400만명을 넘어섰다.

네이버는 지난해 네이버 블로그에 매주 글을 작성하는 ‘주간일기 챌린지’를 진행했다. 매주 글을 쓸 때마다 성공 스탬프를 주고, 매월 블로그에서 사용할 수 있는 이모티콘을 제공했다. 모두 103만명이 참여했고, 이 중 88%를 30대 이하 젊은층이 차지했다.

게이미피케이션은 때론 역풍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의 주식 거래 플랫폼 로빈후드 사례다. 로빈후드는 주식 거래를 할 때마다 화면에서 폭죽을 터뜨렸는데, 코로나 기간에 초보 투자자들에게 무분별한 거래를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았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증권 규제 당국은 2020년 “초보 투자자를 대상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면서도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통제 장치를 마련하지 않았다”면서 로빈후드를 고발했다. 이 사건은 매사추세츠주 고등법원에서 아직 심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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