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입법 강행과 거부권 행사’, 언제까지 봐야 할까

박지영 기자 2023. 6. 1.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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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회 출입 기자에게는 '어 이거 썼던 기사 아닌가?' 데자뷰를 일으킬 정도로 반복되는 기사가 있다.

어떤 법안을 '거야(巨野)가 입법을 강행→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 재표결, 폐기'의 수순을 거치는 내용의 기사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후 두 번째 거부권을 행사한 이 법안은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재투표에 부쳐졌지만 결국 부결되면서 폐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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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회 출입 기자에게는 ‘어 이거 썼던 기사 아닌가?’ 데자뷰를 일으킬 정도로 반복되는 기사가 있다. 어떤 법안을 ‘거야(巨野)가 입법을 강행→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 재표결, 폐기’의 수순을 거치는 내용의 기사다. 법안의 이름과, 몇 번째 거부권인지 정도만 바뀔 뿐 기사의 흐름과 그래서 ‘실종된 여야 협치는 어디 갔나’는 우려 섞인 결론은 놀라울 정도로 똑같다.

악순환을 거쳐 가장 최근에 폐기된 법안은 ‘간호법 제정안’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후 두 번째 거부권을 행사한 이 법안은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재투표에 부쳐졌지만 결국 부결되면서 폐기됐다. 윤 대통령이 ‘1호 거부권’을 행사한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똑같은 수순을 밟게 됐다.

당연한 결과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국회로 되돌려보내진 법안이 통과하기 위해서는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데 그러기 위해서는 여당인 국민의힘(113석)의 찬성표가 필수적이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이 상임위원회에서 의석수로 밀어붙여 단독으로 처리하거나,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본회의로 직회부한 법안을 국민의힘이 갑자기 입장을 바꿔 찬성해 줄 리가 만무하다. 그렇게 법안 하나만 폐기되는 것이다.

대통령에게 거부권이라는 견제 수단이 명백하게 존재하는데 민주당이 이런 ‘입법 폭주’에 가까운 행동을 하는 이유는 뭘까. 일각에서는 이를 ‘핵심 지지층 결집’을 위한 행동이라고 해석한다. ‘김남국 코인’, ‘돈봉투 의혹’ 등 각종 리스크로 흔들리는 당에 대한 중도층의 시선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돌리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협치의 의사가 없어 보이는 여당의 태도도 아쉽기는 마찬가지다. 민주당의 거대 의석수가 유례없는 수준인 것도 사실이지만, 이처럼 정치적 사안이 아닌 법안에 거부권을 연이어 행사하는 사태가 발생한 것도 역사적으로 보기 드문 사례다. 국민의힘은 몇 번째 대통령 거부권까지 사용할 생각인 걸까.

6월에도 여야 쟁점 법안은 줄줄이 국회에 대기 중이다. 야당이 단독으로 본회의에 직회부한 ‘노란봉투법’과 ‘방송 3법 개정안’이 있고 언제든 여야 갈등으로 번질 소지가 있는 ‘학자금 무이자 대출법’이 있다. 기자도 긴장이 된다. 최소한 전에 썼던 기사와는 다른 제목을 생각해 내야 할 텐데, 여야가 이 법안들에서도 비슷한 대결 양상을 펼쳐 너무 뻔한 제목밖에 생각 못 해내면 어쩌나 벌써부터 걱정이 된다.

동시에 안타깝다. 여야에는 정치적 유불리가 걸린 쟁점 법안일지 몰라도 누군가에게는 간절한 민생 법안일 테다. 그렇기 때문에 ‘법안 폐기’라는 결론으로 이어지는 이 악순환이, 끝이 정해진 ‘가짜 싸움’ 같아 비겁하게까지 느껴진다. 차라리 지난하게 이어지더라도 오래 협상하고 하나씩 주고받아 법안을 통과시키는 ‘진짜 싸움’을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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