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퍼스트 무버가 되는 길
우리 국가 및 기업 전략으로 '시장 선도자(First Mover)' 전략과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 전략 사이에 논란이 많다. 우리나라가 단기간에 후진국에서 세계 10위권 국가로 부상하고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우리 기업이 글로벌 선도기업으로 발전한 과정에 '빠른 추격자' 전략이 유효했던 건 주지의 사실이다. 우리 국민의 우수한 두뇌, 부지런한 근면성, '빨리빨리' 문화, 경쟁력 있는 인건비 등이 '빠른 추격자' 전략과 완벽히 조화를 이루며 '한강의 기적'을 이루어냈다. 정부와 민간이 합심하여 새로운 혁신(Innovation)을 위한 대규모 투자 없이 선진국의 혁신을 원가·품질·시간 경쟁력으로 상품화하는 전략이 적중한 것이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이제 우리나라는 '빠른 추격자' 전략을 가능케 하는 요소를 대부분 잃어버렸다. 임금, 근로 시간 모두 선진국 수준이 되면서 생산성과 원가·시간 경쟁력이 예전 같지 않다. 우리 대기업 초임은 경쟁국인 일본보다 높아진 지 오래다. 잘살아 보자며 불철주야 일하던 기업가정신은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다. 대안으로 '시장 선도자', 즉 '퍼스트 무버' 전략이 시급한 시점이다. 분야에 따라 '빠른 추격자' 전략을 일부 견지하되 '선택과 집중'으로 전략 분야부터 '퍼스트 무버'로 나서야 한다.
시장을 선도하는 '퍼스트 무버' 전략은 '빠른 추격자' 전략과 접근 방법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후자는 생산성, 원가 등 투입 대비 산출 기반의 효율성이 핵심 요소인 반면, 전자는 시장을 선도하는 혁신의 방향성·전략성이 중요하다. 그간 정부와 기업 모두 '퍼스트 무버' 전략을 강조해왔지만 성과가 만족스럽지 않은 건 여전히 효율성 중심적 사고를 탈피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퍼스트 무버'가 되기 위해서는 우선 국가 R&D 전략의 획기적 전환이 시급하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R&D 투자 비율을 세계 1, 2위 수준으로 올린 건 매우 긍정적이나 '퍼스트 무버'가 되려면 많은 보완이 필요하다. 먼저, R&D 투자의 효율성 중심 사고를 방향성·전략성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시장을 선도하는 혁신은 효율성·생산성 중심 접근법으로는 나오기 어렵다. 열 번을 실패해도 한 번의 성공이 성과를 만든다. 우리 정부와 국회의 R&D 기획, 예산 및 심의 과정의 혁신이 시급하다. 둘째로, 글로벌 고객을 감동시킬 수 있는 미래 방향과 시대정신을 제시해야 한다. '퍼스트 무버'의 가장 중요한 조건이며, 과학기술인만이 아니라 인류 생활의 미래 방향에 관련된 다양한 분야가 참여하는 다학제적 접근이 필요하다. 올해 초 미국 CES를 감동시킨 세계적 농기계 회사 존 디어가 좋은 사례다. 셋째로, R&D 투자 비율보다 절대금액의 경쟁 우위를 확보해야 한다. 경쟁국 대비 R&D 절대금액이 열세인 우리로서는 전략 분야에의 선택과 집중이 필수적이다. '퍼스트 무버'가 되어야 대한민국이 산다.
[주영섭 서울대 특임교수(전 중소기업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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