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에 희망 준 ‘키다리 아저씨’는 공무원…광주 남구 간부 공무원 ‘1대1’ 결연
광주광역시 남구청장실에 지난달 한 노인의 전화가 걸려왔다. 이 노인은 “구청 과장님이 잘 돌봐준 덕분에 손자가 최근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면서 “손자가 ‘과장님처럼 훌륭한 공무원이 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광주 남구가 긴급한 도움이 필요한 주민들과 구청의 5급이나 6급 간부 공무원들을 연결시켜주는 ‘1대1 돌봄 멘토링’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행정이나 사회 경험이 풍부한 간부공무원들은 각종 도움이 필요한 이웃들을 살뜰히 챙기며 지원하고 있다.
남구는 “사업 시작 10개월이 지나면서 공무원들과 주민들의 신뢰가 깊어지고 있다”고 1일 설명했다.지난 8월 시작된 이 사업을 통해 현재까지 공무원들과 결연을 맺은 이웃은 41가구나 된다. 구청은 간부공무원들 중 희망자를 파악해 도움이 필요한 주민들과 연결해 주고 있다.
공무원들은 풍부한 행정 경험을 토대로 이웃들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행정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직접 담당부서를 찾아가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돕고있다. 경제적인 후원이 필요하면 지역사회와 머리를 맞댄다. 청소년 들의 경우 고민 상담 등으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도 한다.
A공무원은 지난해 어머니가 사망한 이후 남겨진 청소년 2명이 교육비를 꾸준하게 지원받을 수 있도록 도움을 줬다. 이들 청소년들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을 통해 매월 30만원씩을 지원받고 있다. 인근 미용실 후원을 통해 무료로 머리손질을 받을 수 있도록 해주기도 했다.
B공무원도 지난해 가족 사망으로 1인 가구가 된 한 청소년과 결연을 맺었다. 그는 수시로 옷과 신발을 선물하고, 청소년이 학업에도 전념할 수 있도록 교재를 지원하고 진로도 상담해 주고 있다.
“도심 카페에 가보고 쇼핑도 해보고 싶다”는 노부부의 이야기를 들은 C공무원은 이들 소원을 들어주고 영화도 함께 봤다. 결연을 맺은 주민을 몰래 돕거나 가족처럼 지내는 공무원들도 있다.
전국의 많은 지자체에 비슷한 사업이 있지만 구청 간부 공무원이 도움이 필요한 이웃을 전담해 직접 챙기는 곳은 남구가 처음이다. 이들 공무원들이 결연을 맺은 주민들의 집을 직접 찾아가거나 전화 상담을 한 횟수는 500번이 넘는다.
멘토링에 참여하고 있는 남구의 한 6급 팀장은 “어려운 상황에 처한 이웃에 작은 도움이라도 되고 싶어 가벼운 마음으로 참여를 하게 됐는데, 이제는 아이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오히려 내가 더 큰 힘을 얻는다”고 말했다.
고귀한 기자 g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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