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의 창] 소프트파워로 세계 엑스포 유치하기

2023. 6. 1.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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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파워 사우디보다 앞선
자유·인권의 민주정신 담긴
K팝·드라마·영화 활용하고
외부·토종문화 섞인 부산을
포용력 보여줄 곳으로 부각

이번 11월이면 프랑스 파리에서 2030년 세계 엑스포 개최지를 선정한다. 한국은 부산이 개최지로 선정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녹록한 상황은 아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엄청난 석유 달러를 무기로 세계 각국에서 총공세를 벌이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이 간접적으로 사우디를 돕고 있어서 더욱 거센 도전이 예상된다.

막강한 오일 달러를 앞세워 유치전을 벌이는 사우디에 대항해서 한국은 어떤 무기로 싸워야 할까? 오늘날 한국에 있고 과거의 한국에는 없던, 또 막강한 경제력, 즉 강한 하드 파워를 가진 사우디에 없는 대표적인 것은 문화, 가치, 정책으로 대표되는 소프트 파워다.

먼저 한국의 K컬처는 분명한 강점으로 작용한다. 아시아뿐 아니라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K팝, K드라마, K영화를 통해 한국인의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더욱이 한국 문화는 자유, 인권을 중시하는 민주주의적 자유정신(Democratic Spirit of Freedom)을 바탕으로 두고 있다. 부정에 도전하고 불의를 비판하는 우리 전통문화의 맥을 이어 오늘의 한국 대중문화는 한국인의 민주정신을 잘 표현한다. 민주화 이후 검열이 사라지고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 환경에서 꽃핀 문화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국 대중문화는 이러한 민주적 가치를 암암리에 해외에 전파하고 있다. '오징어 게임'이나 '기생충'에서 나타나는 비판적 메시지는 더 이상 한국 사회의 문제가 아니고 오늘날 현대사회의 맹점에 대한 공격이고 이는 곧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확산하는 데 기여한다. 이러한 우리의 시끄럽지만 역동적인 민주주의 가치는 우리의 경쟁 상대인 사우디와 비교하면 더욱 돋보인다. 철저하게 권위주의적인 왕정, 그리고 인권과 여성의 지위를 억압하는 사우디 체제는 한국과 비교될 수 없다. 이러한 매력적인 한국의 모습은 소셜미디어와 정보기술(IT)로 접목되어 세계인에게 다가가고 있다. 물론 한국 대중문화뿐 아니라 전통문화, 클래식 문화의 우수성도 사우디가 한국을 넘보기 힘든 부분이다.

마침 우리의 개최 희망지인 부산이 문화 측면에서 발군의 모습을 보여준다. 오래전부터 개방된 항구 도시로서 외부 문화와 토종 문화가 만나 새로운 문화를 꽃피웠던 도시다. 이제는 세계적인 영화제가 된 부산영화제의 본거지로 세계 영화인에게도 잘 알려진 곳이 되었다.

더욱이 부산이야말로 한국인의 포용력을 보여주는 곳이다. 바다와 육지의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지닌 부산은 많은 영화인에게 개방적인 촬영지로 알려져 있다. 이 점에서 2030 부산엑스포추진위원회의 1호 홍보대사로서 활동하고 있는 이정재 배우는 부산을 '영화인의 마음의 고향'이라고 묘사했다.

엑스포 개최지를 결정하는 세계박람회위원회(BIE) 169개 회원국에 이 점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키며 BIE가 지향하는 세 가지 목표가 혁신, 교육, 협력이라는 점을 상기하면 더욱이 그 강점이 부각된다.

특히 한국의 교육열은 세계적인 수준이고 교육 수준 역시 높다. 여성이 차별받는 사우디와 비교할 때 한국의 양성평등한 교육 환경은 큰 강점이 된다. 교육 분야에서는 그 외에도 한국이 개발도상국에 전수하고 있는 다양한 지식 교육을 부각할 수 있다. 한국의 괄목할 만한 경제 개발 경험과 첨단 IT 관련 지식 전수는 한국의 대표적인 공공외교 자산으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의 성공적인 민주화 과정의 경험을 타국에 전수하고 있는데 이런 점은 유치 과정에서 한국만이 내세울 수 있는 점이다.

이제 한국의 소프트 파워를 앞세워 세계를 매혹할 때다.

[손지애 이화여대 초빙교수·외교부 문화협력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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