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라덕연에 당한 것만은 아냐...지난해 일부 차익 실현

문수빈 기자 2023. 6. 1.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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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가스 등 보유하고 있단 이유로 논란 빚었지만
최근 3년 간 8개 종목 중 5개 종목 순매도...이익 실현
가장 많이 줄인 ‘세방’, 157만주에서 44만주로 줄여

지난 4월 라덕연 호안투자컨설팅 대표 일당의 주가 조작으로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 발(發) 대규모 폭락 사태가 일어날 당시 국민연금이 서울가스, 대성홀딩스 등 일부 종목을 보유했고, 이 탓에 라 대표 일당에게 당했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국민연금이 지난해까지 관련 주식을 상당량을 매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래픽=정서희

1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2020년 4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문제의 8개 종목(다올투자증권·다우데이타·대성홀딩스·삼천리·서울가스·선광·세방·하림지주) 중 5개 종목을 팔고 2개 종목은 추가로 사들였다. 나머지 하나인 선광은 사지도, 팔지도 않았다. 국민연금은 시장 참여자의 추종 매매를 방지한다는 이유로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의 거래 내역은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은 통상 전체 자산 중 4분의 1가량을 국내 주식에 투자한다. 이 중 절반을 직접 운용하고, 나머지 절반은 30곳 내외의 민간 자산운용사를 선정해 위탁한다.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이 보유한 국내 주식의 시장 가격은 125조3730억원이다. 지난해 10월 종가 기준 국민연금이 가진 7개 종목의 가치는 약 1254억원으로, 전체 포트폴리오에서는 미미한 수준이다.

라 대표 일당이 주가 조작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진 3년 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국민연금이 집중 매도한 종목은 세방이었다. 국민연금은 2020년 4월 기준 세방을 157만2932주 갖고 있었으나 시장에서 꾸준히 물량을 풀며 지난해 10월 기준 44만5181주까지 줄였다.

이 기간 국민연금은 세방을 사고팔며 총 112만7751주를 순매도했는데 2020년 4분기와 2021년 1분기에 각각 59만6198주, 71만7014주를 팔며 집중 매도했다. 세방은 이 시기를 포함해 지난해 10월까지 1만~1만5000원 사이에서 등락을 반복했다. 지난해 11월이 돼서야 주가는 2만6000원선으로 올라섰다. 즉 국민연금은 세방 주식을 이익 실현하고 팔았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최고점을 잡지는 못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연금은 다올투자증권도 같은 기간 85만7733주 순매도하면서 지난해 10월 말 기준 65만3468주만 남겼다. 국민연금은 2021년 2분기에만 다올투자증권을 129만2856주를 사고 117만6855주 팔았다. 거래가 가장 활발했던 기간으로 이 시기엔 다올투자증권이 7790원으로 설정 기간 중 최고 종가를 기록했던 2021년 6월이 포함돼 있다. 이 외에도 국민연금은 하림지주는 52만5648주, 다우데이타 32만7858주, 삼천리는 10만5401주를 순매도했다.

반면 대성홀딩스와 서울가스는 각각 40만6877주, 13만5749주를 추가 매수하며 지분을 늘렸다. 이는 나머지 5종목을 판 수준에 못 미치는 수치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3분기에 대성홀딩스를 22만8412주 사며 집중 매수했다. 이 시기 대성홀딩스 주가는 8만원 선으로, 하한가 사태가 나기 직전 13만원 선까지 꾸준히 상승했다. 서울가스도 마찬가지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3분기에 서울가스 5만3570주를 사들였는데, 이 시기 주가는 24만~29만원이다. 하한가 사태 직전 서울가스의 주가는 49만원 선까지 올랐다.

국민연금은 지난 4월 폭락 사태가 불거질 당시 작전주를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하지만 세부 내역을 보면 이익 또한 없지는 않았던 셈이다. 국민연금이 지난해 10월까지 주식을 정리한 것은 주가가 과열이라고 할 정도로 올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민연금과 비슷하게 문제의 종목들을 정리한 기관 투자자도 있었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다우데이터의 주가 추이가 말도 안 돼 숏(매도 포지션)을 쳤다”며 “코로나19도 있었는데 주가가 (8개 종목처럼) 우상향한 종목은 흔하지 않다”고 말했다. 유튜브 채널 ‘설명왕 테이버’를 운영하는 김태형 씨는 1월 20일 다우데이타를 포함해 대성홀딩스, 삼천리, 선광, 세방 등을 지목하며 “어딘가의 기획작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시장에선 일찌감치 해당 종목들에 대해 발을 빼고 있었던 것이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직접 운용은 벤치마크에 준해 운용하고 위탁 운용 부문은 벤치마크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민간 운용사가 자율적으로 운영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사학연금과 공무원연금은 해당 종목을 아예 거래하지 않았다. 군인연금기금은 여유 자금을 기획재정부 주관 연기금 투자풀에 위탁 운영하고 있어 특정 종목에 대한 세부 거래 내역을 통보받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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