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톡] 코로나는 끝나지 않았다
지구온난화가 뉴 팬데믹 부를 수도
범용백신, 강력치료제 있어야 안심
편집자주
과학 연구나 과학계 이슈의 의미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일들을 과학의 눈으로 분석하는 칼럼 ‘사이언스 톡’이 3주에 한 번씩 독자들을 찾아갑니다.
긴 터널을 지나왔다. 이제부턴 코로나에 걸려도 격리되지 않는다. 감기나 독감처럼 약 먹고 푹 쉬면 된다. 사실상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이다. 그런데 과학자들은 자꾸 불편한 경고를 한다. 코로나가 완전히 물러간 건 아니라고, 팬데믹(대유행)이 언제든 다시 몰아칠 수 있다고 말이다.
팬데믹이 또 올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근거는 백신 접종률이다.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지난달 30일까지 23억9,270만여 명이 코로나19 백신을 한 번도 맞지 않았다. 세계 인구의 약 30%에 달하는 숫자다. 인도와 중국, 러시아, 아프리카, 태평양 섬나라들, 심지어 미국에도 1차접종도 안 한 사람이 부지기수다. 미접종자가 많은 지역에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돌고 돌아 돌연변이가 생길 경우 세계 곳곳으로 퍼지는 건 시간문제다. 중국과 태국, 캄보디아, 라오스 등지에선 이미 코로나19와 친척쯤 되는 바이러스도 다수 발견됐다고 한다. 이들이 동물을 거쳐 사람에게 옮겨갈 가능성은 늘 열려 있다.
다음 팬데믹이 꼭 코로나란 법은 없다. 대다수 인구에게 면역력이 없어 새로운 팬데믹을 일으킬 수 있는 바이러스의 등장 가능성을 높이는 주요 원인으로 과학자들은 지구온난화를 꼽는다. 지구상의 바이러스는 10만 종이 넘지만, 대부분 ‘종 특이성’이 있어 특정 숙주에서만 병을 일으킨다. 가령 천연두와 B형 간염은 사람만 앓는다. ‘종간 장벽’ 때문에 한 종에서 다른 종으로 잘 안 넘어간다. 문제는 이런 특성들이 아주 견고하진 않다는 점이다. 원숭이에 있던 에이즈 바이러스는 병을 일으키지 않았지만, 사람으로 넘어와 수많은 목숨을 앗아갔다.
지구 온도가 올라가면 동물들이 나은 기후를 찾아 이동한다. 동물 간, 사람 간 접촉이 증가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이는 바이러스가 종간 장벽을 극복하고 다른 동물로 옮겨가는 ‘스필 오버’ 현상을 부추길 수 있다. 지난해 영국 과학학술지 ‘네이처’는 인도와 동남아시아, 호주 북쪽의 남태평양 섬나라들, 남아프리카, 미국 동남부부터 남아메리카 등지를 스필 오버의 ‘핫 스폿’으로 지목했다.
팬데믹을 겪어보니 바이러스를 아예 박멸해버리고 싶은 생각이 들 법하다. 하지만 바이러스가 없으면 세상은 또 다른 병원체인 세균으로 금세 가득 찰 것이다. 세균을 죽이는 게 바이러스다. 더구나 바이러스는 생태계 먹이사슬의 중요한 축이다. 바닷물 1리터에는 지구 인구보다 많은 바이러스가 존재한다고 한다. 덕분에 해양 생태계가 지금의 모습을 유지할 수 있다.
어쩔 수 없이 바이러스와 함께 살아야 한다면 ‘포스트 팬데믹’을 허투루 보내선 안 된다. 과학자들은 엔데믹 기간엔 백신보다 치료제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신종플루가 아무도 두려워하지 않는 보통 독감이 된 건 타미플루라는 강력한 항바이러스제가 개발된 덕분이다. 시중에 나온 코로나19 항바이러스제들은 아쉽게도 그만큼 강력하진 않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백신보다 만들기 어렵지만, 항바이러스제 개발에 투자할 적기는 바로 지금이다.
백신은 1가, 2가에 머물지 말고 범용으로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돌연변이가 등장해도 효과 떨어질 걱정 없이 계속 쓸 수 있도록 말이다. 변이가 생겨도 잘 변하지 않는 바이러스 부위에 대한 항체가 많이 생산되도록 설계하면 된다.
이미 만들어둔 백신은 아직 맞지 못한 이들에게 서둘러 공평하게 분배하고, 강력한 항바이러스제와 범용 백신 개발을 적극 유도하는 것이 포스트 팬데믹 시대에 보건당국이 해야 할 일이다. 그래야 한층 더 치열해질 바이러스와의 다음 싸움에 승산이 있다.
임소형 논설위원 겸 과학전문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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