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 중 4명 경험, 재취업까지 8.9년…더 나빠진 ‘여성 경력단절’

오세진 2023. 6. 1.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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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미영(47)씨는 2007년 둘째를 낳으며 직장에 사표를 냈다.

김현숙 여가부 장관은 "경력단절 여성의 노동시장 조기 재진입 지원과 함께, 경력단절이 애초부터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재직 여성의 경력 유지·개발, 일·생활 균형이 가능한 직장문화 조성 등 경력단절 예방을 위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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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부 ‘경력단절 여성 등의 경제활동 실태조사’
게티이미지뱅크

최미영(47)씨는 2007년 둘째를 낳으며 직장에 사표를 냈다.

처음엔 완전히 일을 손에서 놓을 생각은 없었다. “2~3년 뒤 아이가 좀 자라면 다시 일을 할 생각”이었다. 그 사이 다니던 직장에서도 ‘복직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여러번 제안이 왔다. 하지만 아이를 맡길 곳이 마땅치 않았다. 복직은 하루하루 미뤄졌다.

큰 아이가 대학에 입학하고 둘째도 엄마 손길이 크게 가지 않을 만큼 자랄 정도가 되자, ‘나이’가 걸렸다. 10여년의 공백은 생각보다 컸다. 전에 다니던 회사로 돌아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두 아이를 키우는 사이 틈틈이 따놨던 한식·중식·일식·조리기능사 자격증이 떠올랐다. 집 근처 공공기관 구내식당 조리사 모집 공고에 원서를 냈다. 하지만 “경력이 없다”는 이유로 면접에서 떨어졌다. 다른 곳에도 원서를 냈지만 결과는 같았다. 지난해 4월, 최씨가 찾은 직업은 유기농 식품 전문매장 계약직 판매직원이었다. 임금과 처우 모두 15년 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나빠졌다. 하지만 최씨는 “나를 ‘○○이 엄마’라고 부르는 대신, 미영씨라고 부르는 곳에서 다시 일할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기쁘다”고 말했다.

성인 여성 10명 중 4명은 최씨와 마찬가지로 결혼과 임신, 출산, 돌봄 노동 등의 이유로 경력 단절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가족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2022년 경력단절여성 등의 경제활동 실태조사’ 결과를 1일 발표했다. 3년마다 실시되는 이번 실태조사는 25∼54살 여성 8521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번 조사에서 전 생애에 걸쳐 경력단절을 경험한 여성 비율은 42.6%로 나타났다. 경력단절이 처음 발생하는 평균 연령은 29살, 경력단절을 겪은 여성이 재취업하는 데는 평균 8.9년이 걸렸다. 자녀가 있는 기혼 여성이 경력 단절을 겪은 비율은 58.4%로, 자녀가 없는 기혼 여성(25.6%)보다 2배 이상 높았다.

경력단절 이후 처음 취업한 일자리의 고용 환경은 나빠졌다. 전일제(1일 8시간, 주 40시간) 일자리를 찾은 경우는 3년 전보다 3.2%포인트 감소(83.3%→79.8%)했고, 시간제 일자리 비중은 증가(16.7%→20.2%)했다.

경력단절 전과 후의 임금 변화를 분석한 결과, 경력단절 이후 처음 취업한 일자리 임금(월평균 214만3천원)은 경력단절 이전(월평균 253만7천원)의 84.5% 수준에 그쳤다. 특히 경력단절을 경험한 여성의 현재 임금(월평균 232만4천원)은 경력단절을 경험하지 않은 여성이 받는 임금(월평균 276만원)의 84.2%인 것으로 조사됐다. “결과적으로 경력단절이 임금에 상당한 손실을 가져온다”는 것이 여가부의 설명이다.

눈에 띄는 건, 경력단절을 겪은 여성의 비율은 2019년 실태조사 때보다 7.6%포인트 증가했다는 점이다. 여가부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이 시행되면서 어린이집·유치원 폐쇄와 학교의 원격수업 시행 등으로 양육 부담이 늘어나, 일자리를 유지하던 여성들이 경력단절을 경험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현숙 여가부 장관은 “경력단절 여성의 노동시장 조기 재진입 지원과 함께, 경력단절이 애초부터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재직 여성의 경력 유지·개발, 일·생활 균형이 가능한 직장문화 조성 등 경력단절 예방을 위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세진 기자 5sj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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