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균 10%! 수익률 1위 캐나다연금 비결은 정치적 독립

홍준기 기자 2023. 6. 1.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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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법률로 투자 독립성 보장, 대체투자 비율 국민연금의 4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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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인들의 노후를 책임지는 캐나다연금(CPP)은 지난 10년간 연평균 수익률이 10%였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 국민연금(연평균 4.7%)의 2배가 넘는 성적을 거뒀을 뿐 아니라 선진국 주요 투자기관 전체를 놓고 보더라도 1등이었다. 글로벌 연기금·국부펀드 분석 기관인 글로벌 SWF에 따르면, 총자산 1000억달러 이상인 모든 연기금 중 캐나다연금의 10년 수익률이 가장 높았다.

캐나다연금은 세계 주요 연기금 가운데 10년 수익률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의 에이거스 탄디오노 아시아·태평양 지역 총괄 대표는 높은 수익률을 유지하는 비결에 대해 “어떠한 정치적 간섭도 받지 않도록 법률로 자율성을 확보했고, 이를 바탕으로 독자적으로 판단해 과감히 투자한다”고 했다./CPPIB 제공

캐나다연금이 오랫동안 최고 수익률을 유지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캐나다연금의 운용을 맡고 있는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총괄대표를 맡고 있는 에이거스 탄디오노씨는 WEEKLY BIZ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투자와 관련해 어떠한 정치적 간섭도 받지 않도록 법적으로 보장돼 있고, 덕분에 과감한 투자 결정을 내릴 수 있어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기록할 수 있었다”고 했다.

투자에 정치적 고려 못 끼어든다

탄디오노 대표는 “기금 운용에 대한 세부 사항을 정부에 보고하지 않고 CPPIB가 자체적으로 투자 전략을 수립하고 중요한 투자 결정을 내린다”며 “어떠한 정치적 간섭도 막아주는 법률적 보호 장치가 마련돼 있기 때문에 투자와 관련한 의사 결정을 독립적으로 내릴 수 있다”고 했다.

캐나다연금(CPP)과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는 서로 분리돼 있다. 우리로 치면 국민연금공단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나누어져 있는 것이다. 1997년 ‘CPPIB 법률’을 제정해 CPPIB가 정부는 물론 CPP로부터도 독립된 지위를 확보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이 위원장을 맡는 기금운용위원회가 국민연금의 투자 방향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리는 것과는 구조가 다르다.

CPPIB법은 ‘과도한 손실 위험을 지지 않는 선에서 CPPIB는 최대한의 수익률을 달성하기 위해 투자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치적 고려 없이 높은 수익률만 목표로 기금을 운용해야 한다는 지향점을 명문화한 것이다. 탄디오노 대표는 “CPPIB법 덕분에 다양한 자산에 과감하게 분산 투자할 수 있어 안정적인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고 했다.

따라서 수익률 제고와 무관한 요소들이 투자에 끼어들 여지가 없다. 대표적인 것이 국내 투자 비중이다. 캐나다연금의 국내 투자 비중은 16%에 그친다. 탄디오노 대표는 이 정도 국내 투자 비율도 상당히 높은 것이라고 했다. 그는 “캐나다 국내총생산(GDP)이 전 세계 GDP의 3%에 못 미치는 수준임에도 16%나 투자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우리나라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채권 비중이 48%(올해 2월 기준)에 달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국내에서는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1년에는 기금운용위원회가 전체 자산 중 국내 주식을 목표치보다 더 많이 보유할 수 있는 ‘이탈 허용범위’를 2%포인트에서 3%포인트로 높이기도 했다.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을 더 많이 매수할 수 있게 길을 터서 주가 상승을 원하는 ‘개미’들의 표심을 의식한 조치라는 지적이 있었다.

캐나다에서는 집권 세력이 CPPIB법을 고쳐서 연기금을 정치적인 목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탄디오노 대표는 “CPPIB법을 고치려면 연방 정부가 동의해야 할 뿐 아니라 개별 주 중에서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법 개정 절차가 헌법 개정과 맞먹는 수준이라 CPPIB의 독립성이 위협받을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대체투자 비율이 59%에 달해

독립성이 철저히 보장되자 CPPIB는 투자 전문성을 제고할 수 있었다. 주식·채권 외의 분야에 투자하는 대체투자의 비율이 전체 기금의 59%에 이른다. 우리나라 국민연금(16.4%)의 4배에 가깝고 다른 글로벌 연기금에 비해서도 높은 편이다.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사모투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32%에 달하고, 부동산과 인프라 투자가 각 9% 정도다.

사모투자나 부동산, 인프라 투자 같은 대체투자는 주식·채권 투자에 비해 매니저의 실력이 중요하다. 수익성이 높은 반면 위험도 적지 않게 따르기 때문이다. 탄디오노 대표는 “우리는 독립성을 발판으로 꾸준히 운용 능력과 위험 관리 능력을 키워왔다”며 “그래서 기회가 왔을 때 과감한 투자에 나설 수 있는 것이 다른 투자 기관과 차별화되는 점”이라고 했다.

대체투자 비율이 높으면 지난해처럼 주식·채권 가격이 함께 크게 하락하는 국면에서도 수익률을 방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부동산이나 인프라 같은 투자 자산의 가격 사이클이 주식·채권과 다르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지난해 캐나다연금은 -5% 수익률을 기록했다. 손실은 입었지만 한국(-8.3%), 노르웨이(-14.1%), 네덜란드(-17.6%) 등의 연기금·국부펀드와 비교하면 훨씬 선방했다.

탄디오노 대표는 “우리는 장기 투자자로서 거의 모든 종류의 자산과 대부분 국가의 자본 시장에 투자하고 있다”며 “이러한 투자 방식은 특정 지역·자산에 투자가 집중됐을 때 발생하는 위험을 줄여준다”고 했다.

CPPIB는 현지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개별 사업에 대한 전문성을 보충하기도 한다. 현재 55국에 투자하고 있고, 투자 파트너 수는 327곳에 달한다. 2021년 CPPIB는 일본 미쓰이물산과 함께 ‘일본 데이터 센터 펀드’라는 합작회사를 만들었다. 도쿄와 오사카 지역에 데이터 센터를 건설하는 투자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다. 이 사업에 4억캐나다달러(약 3900억원)를 투자했다. 탄디오노 대표는 “우리는 특정 지역에 대한 투자 인사이트를 제공해줄 수 있는 외부 파트너나 우리의 능력을 보완해줄 수 있는 전문가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며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윈-윈’ 관계를 성공적으로 구축해온 것도 투자 수익률을 높여주는 요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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