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9년 차 세븐틴, 팬덤을 넘어 근두운 타고 남녀불문 대중 속으로

박생강 칼럼니스트 2023. 6. 1.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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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틴의 ‘손오공’, 2023년 상반기의 가장 매력적인 K팝인 이유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생강의 옆구리tv] 언젠가부터 보이그룹과 걸그룹의 K팝 대중성은 크게 갈리기 시작했다. 특히 남자아이돌은 대중성보다 멋진 퍼포먼스에 치중하는 비중이 더 높아졌다. 상황이 그렇다보니 중독성 있는 훅이나 공감 가는 가사보다는 멋진 퍼포먼스의 배경음악 같은 비트와 멜로디, 멋져 보이는 이미지에 중독된 노랫말들이 중점이 되었다.

아마도 그런 이유로 빅뱅의 <뱅뱅뱅>이나 샤이니 <셜록>, 인피니트의 <내꺼하자>처럼 멋진 퍼포먼스와 세련된 음악, 시원한 훅, 혹은 보이그룹에 큰 관심 없는 남성들이 듣기에도 공감 가는 가사를 지닌 노래가 흔치 않아졌다.

그런 면에서 다국적 보이그룹 세븐틴의 열 번째 미니앨범의 <FML>의 타이틀곡 <손오공>은 오랜만에 남녀 불문 대중들에게 사랑받을 요소가 많은 K팝 곡이다.

일단 <손오공>에서 느껴지는 것은 데뷔 9년 차 13인조 보이그룹 세븐틴의 세련된 바이브다. 세븐틴의 멤버 우지와 세븐틴과 함께 해온 프로듀서 범주가 손을 댄 <손오공>은 세븐틴의 초기와 중기 음악과 미묘하게 결이 다르다.

세븐틴은 2015년 데뷔곡 <아낀다>에서 청량하고 귀여운 분위기의 다국적 보이그룹으로 본격적으로 대중들에게 얼굴을 알렸다. 하지만 이미 데뷔 때부터 세븐틴은 그저 실력 없는 '귀여운 척'이 아닌 노련한 보컬과 각 잡힌 무대매너에 청량한 귀여움을 듬뿍 얹은 느낌으로 팬들을 끌어 모으기 시작했다. 이후 중반기에는 K팝 보이그룹 다크모드 분위기에 합류한 강한 무대를 보여주기도 한다.

<손오공>은 언뜻 이 다크한 분위기의 연장선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음악과 퍼포먼스를 살펴보면 그렇지만은 않다. 오히려 <손오공>의 노래와 무대는 청량함과 강한 모습을 모두 보여준 세븐틴만의 세련된 분위기가 오묘하게 녹아 있다.

<손오공>은 비트는 강하게 몰아치지만 순간순간 적절한 끊고 맺음이 있다. 여기에 중독성 있는 후렴구가 시원하게 몰아친다. 그렇기에 <손오공>은 무대를 보지 않고 귀로만 들어도 이미 이 노래의 흥겨움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뭔가 헬스장에서 들으면 러닝머신 위에서 힘껏 달리다가 구름 위로 날아갈 것 같은 재미가 있는 노래인 셈.

하지만 세븐틴의 <손오공> 퍼포먼스는 듣는 음악과는 또 다른 차원의 쇼를 보여준다. 13명의 세븐틴 멤버들과 다수의 백댄서가 출연하는 무대는 한편의 거대한 뮤지컬 무대 같다. 또 구름에 휩싸이듯 나타나는 리더 우지의 모습에서 <손오공>의 장면이 자연스레 그려지기도 한다.

이어지는 세븐틴 멤버들이 보여주는 여럿인 동시에 하나로 모아지는 <손오공> 무대 퍼포먼스는 보는 내내 감탄을 자아내게 만든다. 아마도 플래시몹이나 학교 축제에서 따라하고 싶은 욕망을 느끼게 되는 무대이기도 할 듯하다.

한편 <손오공>이란 노래의 분위기 역시 한중일 다국적 그룹인 이들의 정체성을 보여주기에도 의미 있는 제목이란 생각도 든다.

게다가 <손오공>의 노랫말은 남성들에게도 공감 가기 쉬운 주제다. 꼭 어린 시절 본 만화책 <드래곤볼>의 주인공이 떠올라서만은 아니다. 일단 <땅을 보고 계속 올랐지 정상까지/많은 시련은 보란 듯이 I Always Win>의 도입부에 보듯 지친 이들을 위한 응원의 노래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힘들지만, 달리겠다'는 메시지는 사랑 노래를 제외하고 남성 리스너들이 가장 좋아하는 가슴 벅찬 노랫말 주제 중 하나다.

하지만 <손오공>의 노랫말은 손오공 이야기나 응원의 메시지만이 아니라 은유적으로 여러 이야기들을 연상시킨다. 쾌속의 후렴구인 를 지나갈 때면 이 노래가 9년을 함께 해온 그룹 세븐틴에 대한 찬가인 동시에 팬들에게 들려주는 노래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동시에 이 지점에 이르면 스포츠팀의 신나는 응원가로도 제격인 노래로 들린다. 또 어딘지 모르게 노래를 다 듣고 보면 강한 남자의 에너지 넘치는 '러브송' 같다는 인상까지 준다. 손오공의 분신술처럼 한 노랫말 안에 다양한 인상의 스토리가 담겨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다. 그렇기에 듣는 사람에 따라 다른 느낌으로 다르게 즐길 만한 요소가 많은 노래다.

세븐틴은 그간 성실한 모습으로 늘 좋은 무대를 보여주면서 탄탄한 팬덤을 다져왔다. 세븐틴의 신곡 <손오공>은 이제 팬덤을 넘어 그들을 잘 몰랐던 대중들에게도 근두운을 타고 빠르게 다가갈 법한 2023년 상반기의 가장 매력적인 K팝 중 하나다.

칼럼니스트 박생강 pillgoo9@gmail.com

[사진=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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