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꿈틀 대는 이정후의 ‘3할 본능’…“나를 더 강하게 만든 시간”
‘야구 천재’ 이정후(25·키움)의 잠들었던 타격 본능이 다시 꿈틀대고 있다.
이정후는 31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전 3회 개인 통산 2번째 ‘그랜드슬램’을 터트리며 키움의 15-3 대승을 이끌었다. 이정후는 8회 추가 안타를 생산해 4경기 연속 ‘멀티 히트’를 기록하며 물오른 타격감을 이어갔다.
지난해 KBO리그 MVP와 타격 5관왕을 차지한 이정후는 올 시즌을 앞두고 보다 간결한 스윙이 가능하도록 타격 자세에 변화를 줬다. 강속구 투수가 즐비한 메이저리그(MLB) 진출을 염두에 둔 결정이었다. 결과적으로 이정후의 선택은 ‘독’이 되어 돌아왔다. 2024시즌 MLB 진출을 노리던 그의 야구 인생에 예상치 못한 타격 부진이 찾아왔기 때문이다.
이정후는 신인이던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6시즌 연속 ‘3할 타율’을 기록하고 있다. 홈런 개수나 타점 등 일부 지표에 변동 폭은 있었지만, 타율만큼은 매년 3할을 웃돌았다. 이정후의 이름 앞에는 언제나 ‘3할 타자’란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그의 반등을 의심하는 이는 없었지만, 초반 부진이 길어졌다. 이정후는 4월 22경기에 출전해 타율 0.218(87타수 19안타)에 OPS(출루율+장타율) 0.678을 기록하며 데뷔 이래 최악의 한 달을 보냈다. 그는 잘한 경기에서도 밝은 표정을 짓지 못했고, “죄송하다”는 말을 자주 꺼냈다.
재기를 위한 다양한 시도가 계속됐다. 욕심을 내려놓고 타격 자세를 원래대로 돌려놨다. 리드오프로 경기에 나서며 타순을 바꿔봤고, 머리카락까지 짧게 잘랐다. 5월 들어 부족하게나마 그의 이름에 어울리는 타구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정후는 5월 26경기에 나서 타율 0.305(105타수 32안타), OPS 0.783의 성적을 거뒀다. 시즌 타율도 0.266으로 끌어올렸다.
31일 기분 좋은 승리 뒤에 만난 이정후는 이번에도 “미안하다”는 말을 먼저 꺼냈다. 이정후는 “지난 롯데전에서 몇 번의 기회가 나에게 왔는데, 해결하지 못해 팀과 투수들에게 너무 미안했다”며 “이번 경기를 계기로 나한테 좋은 기회가 왔을 때 잘 살리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처음 겪어 보는 부진, 이정후에게도 쉽지 않은 시간이었다. 여기에 주장이란 부담감도 그를 짓눌렀다.
이정후는 “데뷔를 하고 이렇게까지 안 좋았던 적은 처음이었다”며 “잘 몰랐는데, (주장이란 부담감이) 어느 정도 있었다. 팀이 잘 안 될 때 내가 어떤 말을 해줘야 할까 고민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이정후는 “부진한 순간들이 나를 더 강하게 만들어주고, 야구를 보는 시야를 더 넓혀줄 거로 생각하려 한다”고 이야기했다.
이정후는 다시 ‘3할’이 보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조급하지 않게 천천히, 이정후는 그렇게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대전 | 배재흥 기자 he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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