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CI 선진지수 편입의 이해득실 [마켓톡톡]

한정연 기자 2023. 6. 1.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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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증시 외국인 투자 확대 불확실
외환시장 전면 개방 위험요소 존재
홍콩 외환시장 공격 등 현존하는 위험

한국이 MSCI 선진국 지수에 편입될지 여부가 6월에 결정된다. 한국은 현재 MSCI 신흥국 지수, 아시아 지수에 편입돼 있다. 우리는 2008년 이후 여러 차례 MSCI 선진국 지수에 편입되기 위해 노력했지만, 한가지 요건 충족되지 않아서 실패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우리 시장 접근성이 좋지 않다는 것이다.

한국의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여부가 6월 결정된다. [사진=뉴시스]

■ 포인트➊ 변동성=MSCI가 생각하는 '접근성이 좋은 시장'은 역외 외환시장이 전면 개방되고, 공매도 범위가 넓은 곳이다. 한국 원화의 현물은 서울외환시장에서만 살 수 있다. 해외에서 거래되는 역외선물환(NDF) 시장이 있지만, 여기서는 원화의 선물이 거래되고 그 결과물을 차익거래를 통해서 정산받는 시스템이다.

우리 정부는 시장 접근성을 위한 여러 가지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지만, 외환시장의 전면 개방에는 유보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MSCI는 원화 현물을 24시간 거래할 수 있어야 미국과 유럽의 금융회사들이 언제든 원화를 확보해서 우리 증시에 투자할 수 있다는 논리다.

물론 그 역의 관계도 존재한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언제든 원화를 팔 수 있어야 우리 증시에서 자금을 뺄 수 있다. 한마디로 환율을 통해서 추가로 이익을 낼 수 있는 순간에 우리 증시에 진출하는 게 가능해야 한다. 이런 거래에서는 원화와 달러, 원화와 유로 환율의 변동성이 클수록 더 많은 이익이 난다.

MSCI 지수를 공식적으로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인덱스펀드는 리밸런싱이라는 보유 주식 비중의 변화 정책을 바꾸지 않는 한 항상 특정 주식을 보유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MSCI 선진국 지수 추종 자금이 외환시장에서 투기세력이 되기는 힘들다.

그래서 우리가 MSCI 선진국 지수에 편입되면 돈의 액수가 큰 만큼 더 움직이기 힘들어진다는, 이를테면 '변동성이 적어진다'는 주장이 나온다. 2020년 말 기준으로 MSCI 선진국 지수를 추종하는 돈의 규모는 2조9980억 달러, 신흥국 지수 추종 자금은 1조6630억 달러다. 그런데 MSCI 측의 또 다른 요구 조건인 우리 증시의 공매도 범위를 크게 넓히면 그만큼 변동성은 더 확대된다.

■ 포인트➋ 이해득실=여기서 우리의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의 득과 실이 드러난다. 투자금의 증대가 큰 이익이 될 것이라는 얘기가 많다. MSCI 선진국 지수를 추종하는 돈의 규모는 신흥국 지수의 두배 가까이 된다.

2020년 기준으로 한국과 관련된 자금의 규모는 2880억 달러다. 선진국 지수에 편입되는 것만으로 우리 증시에 기존의 두배 가까운 MSCI 추종 자금이 들어오는 걸까. 그렇게 단순하지는 않다.

우선 비중의 차이가 있다. 현재 우리는 신흥국 지수에서 약 12% 비중을 차지한다. MSCI 아시아 지수 자격은 유지되므로 이와 관련된 자금은 변화가 없다. 우리가 선진국 지수에 편입되면 다른 쟁쟁한 나라의 주식시장과 비교될 가능성이 높다.

그럼 그 비중이 크게 축소될 수밖에 없다는 변수도 있다. 우리 증시 공매도 확대에 따른 변동성까지 계산하면 결과적으로 우리 증시에 들어오는 외국인 투자금이 줄어들진 않겠지만 많이 늘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 변동성도 마찬가지다. 줄어들 수도 있고 줄어들지 않을 수도 있다.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의 이득이 선명하게 보이진 않는다.

[사진=뉴시스]

한 번 선진국 지수에 편입됐다고 해서 영원히 그 자리를 지킬 수 있는 것도 아니다. MSCI 신흥국 지수에서 선진국 지수로 편입된 3개 국가 중에서 지금까지 남아있는 나라는 2개다. 1997년 편입된 포르투갈, 2010년 편입된 이스라엘이다. 2013년 편입됐던 그리스는 신흥시장으로 내려갔다.

■ 포인트➌ 원천적 리스크=기본적으로 MSCI를 추종하는 자금의 절반 이상은 어차피 다시 월스트리트로 돌아간다. 미국의 경제 규모가 크기도 하지만, 미국에서 운용되는 자금 규모도 압도적이다.

세계 지수라는 아이디어도 결국은 하나의 사업이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가 발표하는 MSCI 지수의 경쟁자는 유럽의 FTSE 러셀 지수, 미국의 S&P 다우존스 지수다. 다우존스는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의 모회사이고, FTSE를 집계하는 곳은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다.

세계 지수 산출 산업의 2021년 시장 규모는 전년보다 8% 늘어난 37억 달러에 달한다. MSCI는 이 업계에서 시장점유율 24.8%로 1위를 차지했고, 2위가 24.2%의 FTSE, S&P 다우존스가 19.3%로 3위다. 매출은 지수를 보고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와 패시브펀드로부터 받는 수수료, 그리고 구독료가 있다.

■ 포인트➍ 개방이란 부담= 외환시장을 전면 개방해야 하는 부분은 부담이다. 득실에서 실에 해당한다. 외환은 세계 모든 펀드가 항상 노리고 있는 일종의 약한 고리다. 세계 어느 나라의 중앙은행도 자국 통화의 가치를 조정하려는 움직임에서 손을 놓지 않아서다.

특히 한국은 교역량이 많은 나라이기 때문에 환율의 급격한 변동은 경제에 무리가 될 수밖에 없다. MSCI 편입으로 인한 득보다 실이 많다고 볼 수 있는 이유다. 우리 정부가 외환시장의 전면 개방만은 받아들이지 않은 이유기도 하다.

블룸버그는 지난 5월 31일 '1조8000억 달러 규모의 (한국) 주식시장을 빅리그(선진국 지수)로 가져오면 역효과가 있을 수 있는 이유(Why Bringing a $1.8 Trillion Stock Market to the Big Leagues Could Backfire)'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MSCI가 한국을 신흥국으로 분류해 저평가(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발생했고, 이는 한국 증시 저평가의 원인"이라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또 "한국 정부가 역외 외환시장을 전면 개방하는 대신 내년부터 서울외환시장의 거래 시간을 런던 거래 시간까지 연장하고, 일부 외국 기업의 시장 참여를 허용하는 계획을 내놨다"며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의 트라우마가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런데 현실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 원화의 NDF 시장은 선물의 특징상 레버리지가 높아서 투기성이 높은 자금들의 단골 투자처였다. 또한 외환시장을 향한 공격은 1990년대 IMF 사태의 트라우마라기보단 현실에 가깝다. 홍콩은 2020년 이후 미국 등 헤지펀드의 주요 관심사가 됐다. 홍콩은 미국 달러당 7.75~7.85 홍콩달러가 유지되도록 연동하는 달러 페그제를 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교역량이 많은 나라이기 때문에 환율의 급격한 변동은 경제에 무리가 될 수밖에 없다. 우리 정부가 외환시장의 전면 개방을 받아들이지 않은 이유다. [사진=뉴시스] 

지난 5월 11일 홍콩의 은행간 하루짜리 금리인 하이보(Hibor)는 16일 연속으로 상승하며 16년 만에 최고치인 4.80%를 기록했다. 중앙은행 역할을 하는 홍콩 금융청이 홍콩달러 방어를 위해서 지속적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하면서 유동성이 축소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미국 헤지펀드 업계의 거물 투자자인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 캐피털 회장은 "미국 금리가 단기간에 급속하게 오르면서 홍콩 달러 페그제는 더는 말이 되지 않으며 깨지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빌 애크먼은 금액은 밝히지 않았지만 "홍콩달러 가치 하락에 베팅했다"고 밝혔다. 외환시장 전면 개방에 따른 두려움은 미국 투자자는 이해할 수 없는 현존하는 공포다.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jayhan0903@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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