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최고위는 들러리? ‘5인회’ 정체에 관심 쏠리는 이유

구민주 기자 2023. 6. 1.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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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윤’ 이철규‧박수영‧박성민 등 거론…“최고위 식물이라는 방증”
계파 갈등 조장 우려 속 “진짜 실세는 따로 있다” 얘기도

(시사저널=구민주 기자)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4월2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이철규 사무총장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정도로 의원들이 관심 없는 건 처음 본다." 태영호 의원의 사퇴로 치러지게 된 국민의힘 최고위원 보궐선거가 이례적인 '흥행 참패'를 겪은 데 대해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렇게 귀띔했다. 이제 집권 2년차인 집권여당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이자, 내년 총선을 직접 치르는 지도부에 '무혈입성'할 기회였지만 끝내 도전장을 던진 현역 의원은 한명도 없었다.

출마를 고심했거나 하마평에 오르던 이들은 기다렸다는 듯 다양한 불출마의 변을 내놓았다. '용산 대통령실이 후보군을 교통정리하고 있어 출마가 부담스럽다' '지역구 관리할 시간을 빼앗긴다' 등이 주된 이유였다. 하지만 무엇보다 '지금 지도부에 굳이 들어갈 유인이 없다'는 게 의원들 사이의 중론이었다.

김기현 최고위원회를 두고선 일찍부터 '식물 지도부'라는 당 안팎의 평가가 적지 않았다. 당초 초선 의원과 원외 인사가 주축이 돼 꾸려진 상황에서, 김재원‧태영호‧조수진 최고위원의 잇단 설화로 날로 신뢰와 권위를 잃어간 탓이다. 이런 가운데 최고위원회 바깥의 친윤석열(친윤)계 핵심 의원들이 당무에 실질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소문은 더욱 커져갔다. 즉 실권은 약하고, 되레 각종 리스크에만 더 쉽게 노출돼버리는 최고위원 자리를 의원들로선 쟁취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金 비공개 아침 회동, 당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손'? 

이러한 당 상황에 대한 물밑의 평가들이 오가던 가운데,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이 돌연 '5인회'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논쟁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 의원은 5월30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실제 중요한 의사 결정은 (당 최고위가 아닌) 다른 데서 한다. 당내 '5인회가 있다'는 얘기가 있다"며 "최고위원은 들러리"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자신이 최고위원 보궐선거에 불출마한 배경을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나온 얘기였다. 정식 지도부인 최고위와 별개로 당내에 그 이상의 힘을 가진 비선 모임이 있다는 걸 공개한 셈이다.

이 의원은 끝내 '5인회가 누구냐'는 질문에 답하지 않았지만 곧장 당 안팎에선 5인회의 정체를 밝히기 위한 활발한 추측이 쏟아졌다. 그 과정에서 다수의 친윤 핵심 의원들의 실명이 오르내렸다. 시사저널의 취재를 종합해보면, 현재 주요하게 언급되는 인물로는 김기현 대표를 비롯해 이철규 사무총장, 박대출 정책위의장, 박성민 전략기획부총장, 박수영 여의도연구원장, 구자근 대표비서실장, 배현진 조직부총장, 유상범‧강민국 수석대변인 등이다. 이중에서도 이철규‧박대출‧박성민‧박수영 등 4명은 빠짐없이 지목되고 있다.

실명이 거론된 인물들은 이미 지난 4월 공개된, 김기현 대표와 매일 비공개 샌드위치 회동을 갖는 이른바 '7인회'(이철규‧박대출‧박성민‧박수영‧배현진‧유상범·강민국)와 거의 대부분 일치한다. 4월 초부터 김 대표는 매일 평일 오전 8시 이들과 비공개 지도부 전략회의를 갖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진다. 당 대표실에 모여, 자신이 직접 임명한 7명의 당직자들과 샌드위치와 커피를 먹으며 그날의 현안에 대해 활발한 토론을 벌인다는 것이었다. 김 대표는 이 모임에서 당의 주요한 전략을 세운 이후 최고위원들과 조율하는 절차를 거친 것으로도 전해졌다. 당시 김 대표의 이러한 행보에 대해 최고위원들의 설화로 자신도 함께 흔들리고 있는 만큼, 별도의 세를 구축해 당내 리더십을 재건하려 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7인 회동에 이어 이번에 5인회까지, 김 대표가 일종의 '비선 모임'을 이끈다는 듯한 인식이 커지자 김 대표는 즉각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그는 6월1일 취재진 앞에서 "당대표와 사무총장, 정책위의장, 사무부총장, 수석대변인 등이 모여 의논하는 게 당연하지, 의논하지 않는 것이 당연하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5인회 관련한 의혹은) 말도 안 되는 얘기이며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당내에서도 김 대표의 의견에 동조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까지 당 정책위의장을 지낸 성일종 의원은 1일 SBS 라디오에 출연해 "당대표, 원내대표, 정책위의장, 사무총장 등이 사전협의를 하고, 협의가 끝나면 최고위원을 포함해 의견을 수렴해 보완하는 게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주요 당직자들끼리 모여 별도 논의를 갖는 것이 무슨 문제냐는 의미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시절 '문고리' '십상시', 그리고 윤석열 대통령 측근을 일컫는 '윤핵관'처럼 특정 계파를 지칭하는 듯한 의미로 인식돼 여론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총선을 앞두고 예민한 시점에서 괜히 당내 계파 갈등‧공천 갈등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국민의힘 한 의원 역시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당직자들 간의 활발한 토론과 회의는 아주 좋은 일이다. 하지만 최고위원은 선출된 권력인데, 김 대표가 이들을 뒤로하고 자신이 임명한 사람들과 더 깊고 많은 논의를 한다는 건 그리 좋아보이진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5인회 같은 얘기에 사람들이 솔깃해하는 분위기만 봐도 지금 최고위는 힘을 잃어버린 식물이란 게 분명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국민의힘 소속 장제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이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당선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진짜 실세 따로 있다? 원조 윤핵관 행보에 주목

일각에선 공개적으로 이름이 오르내리는 5인회 외에 당내 진짜 실세는 따로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친윤계의 핵심인 장제원 의원이 대표적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전부터 핵심 권력으로 꼽혀 온 장 의원은 이준석 사태 등을 거치며 윤핵관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커지자 2선 후퇴를 선언한 바 있다.

이후 한동안 중앙정치에서 목소리를 줄여 온 장 의원이 최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 자리를 맡으면서 다시 전면에 등장하려 한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과방위의 경우 여당이 '공영방송 정상화'와 '방송법 저지' 기조 아래, 총선까지 야당과 가장 극한 대치를 예고하고 있는 상임위라는 점에서 그의 존재감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최근 윤 대통령 지지율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고 총선도 다가오는 만큼, 장 의원을 비롯해 그동안 일선에서 물러나 있던 원조 '윤핵관'들의 활동 폭이 전반적으로 커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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