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때 구주매출 해놓고… 상장 4개월 만에 유증 나선 꿈비

연선옥 기자 2023. 6. 1.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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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코스닥 시장에 입성해 5월 대규모 유상증자 발표

올해 코스닥시장에 입성한 유아용 가구업체 꿈비가 상장 4개월 만에 또다시 대규모 자금 조달에 나섰다. 지난 2월 상장을 통해 100억원을 조달했는데, 유상증자를 통해 200억원을 추가로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게다가 꿈비는 상장 당시 구주(舊株) 매출이 적지 않았다. 대규모 자금이 필요했다면 당시 구주매출이 아니라 신주매출로 해야 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신주 매출은 주식을 신규 발행해 회사로 자금이 들어오는 구조이고, 구주 매출은 기존 주주가 공모 주식을 넘김으로써 투자 원금과 이익을 회수하는 것을 말한다.

꿈비는 지난달 시설자금과 운영자금 등 200억원을 마련하기 위해 150만주를 새로 발행하는 일반공모 방식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신주 발행가는 1만3460원으로, 이달 19~20일 청약이 이뤄질 예정이다. 유상증자 결정이 나오자 주가는 급락했다. 유상증자가 완료되면 꿈비의 상장 주식 수는 기존 797만여주에서 947만여주로 20% 가까이 늘어나게 된다. 기존 주식 가치는 그만큼 하락할 수밖에 없다.

신주를 발행해 회사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한 상장 기업은 이렇게 마련한 자금을 사업에 투자해 기업 가치를 높이고 주가를 부양해 주식에 투자한 주주들에게 보답하는데, 이 과정이 이뤄지기도 전에 신주를 추가로 발행해 기존 주주들의 기대를 저버리게 됐다.

실제로 유상증자 결정이 발표된 이후 이달 1일까지 5거래일 동안 주가는 15% 하락했다. 공모가 5000원으로 지난 2월 증시에 입성한 꿈비는 올해 첫 ‘따상상(시초가가 공모가 2배로 형성된 뒤 이틀 연속 상한가 기록)’에 성공했고, 상장 한 달 만에 주가가 3만4000원에 육박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주가는 1만6000원대로 낮아진 상태다.

박영건 꿈비 대표이사가 기업공개(IPO) 이전 이뤄진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는 모습./서울IR 제공

주주들 사이에서 황당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기업공개(IPO)를 통해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한 지 불과 몇 달 만에 대규모 유상증자를 발표한 회사의 결정이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유상증자는 일반 공모 방식으로 이뤄진다. 상장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 조달에 나선 경우는 이전에도 있었지만 꿈비처럼 공모 방식을 진행하는 것은 흔치 않은 사례다.

예를 들어 지난해에도 맥스트가 상장 6개월 만에 유상증자에 나섰지만, 당시 구주 1주당 신주 0.121주를 배정하는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 공모 방식으로 진행했고 2021년 상장 6개월 만에 유상증자에 나섰던 자이언트스텝 역시 구주에 신주를 배정하는 방식이었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신속하게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주주배정 방식 대신 공모 방식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회사 측은 신규 공장 건설을 위해 기업공개에 나섰지만, 당초 계획에 차질이 생겨 필요 자금이 늘어나 불가피하게 유상증자를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꿈비는 상장을 통해 100억원을 확보했는데, 해당 자금은 스마트공장 건설에 쓰인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장 건설 과정에서 계획에 차질이 발생했다. 당초 회사는 용인 남사읍 일대 토지를 매입해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었지만, 부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공장 예정 부지를 경기도 안성시로 바꿨다. 또 상장을 통해 마련한 자금은 토지 매입에 사용하고 130억원에 이르는 건축비는 은행권 대출을 받을 계획이었지만, 높은 금리 부담 등으로 금융권 차입 대신 유상증자를 선택했다는 것이 회사의 설명이다.

회사 안팎에서는 이번 결정으로 투자자의 신뢰가 크게 저하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 지 불과 4개월 만에 대규모 유증에 나선 것은 IPO 과정에서 자금 사용 계획을 꼼꼼하게 따지지 못했다는 것을 자인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상장 당시 구주 매출이 이뤄진 부분에도 비판이 크다. 꿈비는 상장 당시 200만주를 공모했는데, 이 중 87.5%가 신주 모집, 나머지 12.5% 구주 매출이었다. 구체적으로 박건영 대표의 동서인 이은석씨의 주식 25만주를 구주매출했는데, 이에 따라 공모액 중 12억5000만원이 회사가 아니라 이은석씨에게 돌아갔다. 구주 매출이란 기업이 상장할 때 기존 주주가 갖고 있던 주식(구주)을 공모주 투자자들에게 파는 것으로, 해당 자금은 회사가 아니라 기존 주주에게 돌아간다. 이 때문에 구주 매출 비중이 높은 공모주의 경우 기존 주주의 ‘배 불리기’ 논란이 따라붙고 투자 매력도 떨어진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을 때 상장하는 경우, 신주를 최소한으로 발행한 뒤 기업 가치를 제대로 평가 받을 때 추가로 신주를 발행하는 방향으로 주관사가 컨설팅하는 경우도 있다”며 “상장 직후 유상증자에 나서는 것은 아주 드문 사례는 아니다”라고 했다. 다만 꿈비는 공모주 청약에서 매우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고 공모가 역시 회사가 희망한 범위보다 높은 수준에서 결정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다소 이례적인 결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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