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로 진격하는 우크라이나...대반격 임박한듯
수도 모스크바 공격 이후 접경지 드론·포탄 공격 증가
우크라 총사령관 "美 합참의장에 계획 설명"
양국 군 수뇌 전화통화…"장거리 포탄 등 추가 무기지원 요청"
美, 대반격 앞둔 우크라에 4천억원 상당 방공체계·탄약 지원
"패트리엇 탄약, 어벤저 방공시스템 등 포함…우크라 지원 계속할 것"
우크라이나 전쟁이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 러시아 본토를 향한 드론·포탄 공격이 증가하면서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이 임박한 모양새다.
미국 CNN 방송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약 15개월 전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한 우크라이나 전쟁이 새로운 국면에 들어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벨고로드와 브랸스크 등 우크라이나 접경지에 있는 러시아 도시들이 전례 없는 포격과 드론 공격을 받아 부상자와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쟁의 무대가 우크라이나 영토에 머물지 않고 러시아 영토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AFP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는 이 상황을 우려스럽게 지켜보면서 국경 지역의 어린이들을 대피시키고 있다. 특히 벨고로드 지역이 집중적인 공격을 받고 있다. 벨고로드의 국경 마을인 셰베키노는 이날 포격을 받아 아파트 8채와 주택 4채, 학교 1개와 행정건물 2채가 손상됐다. 셰베키노 인근에 있는 산업 공장에도 포탄이 떨어져 화재가 발생했다.
뱌체슬라프 글라드코프 벨고로드 주지사는 "셰베키노의 상황은 악화하고 있다"며 포탄 공격이 이어져 4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그는 전날 밤에는 임시 거주 시설이 공격받아 1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고 말했다.
글라드코프 주지사는 당국이 셰베키노와 그라이보론 국경 지역의 어린이들을 대피시키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선 어린이 300명이 250㎞ 거리에 있는 보로네즈로 이송될 것이며, 수일 내로 1천명 이상의 어린이가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두 지역 어린이의 안전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 성인인 우리는 모두 매우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크림반도 동쪽에 위치한 크라스노다르 지역에서는 이날 오전 정유 시설이 드론 공격을 받아 불이 났다.
브랸스크 지역은 이날 드론 공격을 받았다.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약 10대의 드론이 클리모프스키 지역 공격을 시도했다가 격추됐다.
러시아 접경지에 대한 공격은 수도 모스크바가 대규모 드론 공격을 받은 지 하루 뒤에 대거 발생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이들 공격을 시행했다고 비난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는 이와 관련해 언급하지 않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 영토 내에서 발생한 공격에 대해서는 대부분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번 공격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대한 대반격을 준비하고 있다고 공언하는 가운데 발생했다. 앞서 지난주에도 벨고로드 지역에서 교전이 벌어졌는데, 이를 두고 러시아 내부의 반체제 단체는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점령지들에 대한 공세도 증가하고 있다. 러시아가 세운 루한스크인민공화국은 이날 루한스크 카르파티 마을을 우크라이나군이 포격해 5명이 사망하고 19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역시 러시아가 점령 중인 자포리자의 도시 폴로히에서도 일련의 폭발이 발생했다고 이 지역 고위 관리인 블라디미르 로고프가 텔레그램을 통해 밝혔다.
러시아는 분노를 감추지 않고 있다.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민간인을 대상으로 포격이 계속되는 이 상황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 대해 서방 집단은 아무런 비난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우려스럽다. 조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 싸우는 우크라이나군을 이끄는 발레리 잘루즈니 총사령관은 마크 밀리 미국 합참의장에게 대반격 계획 등에 관해 설명하고 추가 무기지원을 요청했다.
러시아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잘루즈니 총사령관은 이날 자신의 텔레그램 채널에 올린 메시지에서 "밀리 합참의장과 전화 통화를 했다"면서 "그에게 전선 상황과 우리 영토 수복을 위한 우크라이나군의 향후 (대반격) 계획, 적의 예상되는 행동 등에 관해 설명했다"고 전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무기 및 군사 장비, 탄약 제공 문제도 논의했다면서, 우선순위에 장거리 포탄이 포함됐다고 소개했다. 또 방공시스템 추가 지원과 미 F-16 전투기 제공 등을 통해 우크라이나 방공망을 강화해 줄 것도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군과 미군 수뇌 간 전화 통화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앞서 오랫동안 준비해온 대반격 작전 시점을 결정했다고 밝힌 데 이어 이루어졌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자신의 텔레그램 채널에 올린 동영상 연설을 통해 "최고사령부 회의에서 (발레리 잘루즈니) 총사령관과 전술 부대 사령관들의 보고가 있었다"면서 이 회의에서 대반격 시점에 대한 결정이 내려졌다고 전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 지도부의 연이은 발언은 몇개월째 논의돼온 우크라이나군의 대반격 작전이 임박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달 26일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린지 그레이엄 미 상원의원도 이후 자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젤렌스키 대통령과 그의 보좌관들이 우크라이나의 대반격 계획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고 소개했다.
앞서 한동안은 우크라이나군의 대반격 작전은 봄철 해빙에 따른 진흙탕과 서방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지연 등으로 늦춰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최근 상당한 기간에 걸친 건조한 날씨로 땅이 굳어지면서 우크라이나군의 부대와 장비 이동이 수월해졌고, 서방이 지원한 무기로 전력 보강도 이루어지면서 대반격 작전의 조건이 갖춰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건강 이상설이 제기됐던 잘루즈니 총사령관은 최근 적극적인 활동을 통해 건재를 알리고 있다. 러시아 보안 기관 관계자는 자국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잘루즈니 총사령관이 5월 초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주의 지휘소에 머물다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격을 받고 중상을 입었다고 전했다.
잘루즈니 총사령관이 5월 10일 벨기에 브뤼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본부에서 열린 나토 군사위원회 회의에서 화상 연설을 하기로 한 계획을 전격 취소하고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건강 이상설이 확산했다. 러시아 군사 블로거들은 그가 심한 부상으로 중태에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 국방부는 우크라이나에 3억달러(약 4000억원) 상당의 군사지원을 추가로 제공한다고 31일(현지시간) 발표했다. 기존 재고 물량을 바로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것으로, 이번 지원은 2021년 8월 이후 39번째다.
미 국방부는 보도문을 통해 "이번 지원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역의 주민들을 죽이는 공습을 계속하는 와중에 자국의 군인, 민간인, 핵심 기간시설 등을 용감하게 방어하는 우크라이나의 방공망을 강화하기 위한 전력을 포함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우크라이나가 당장 전장에서, 그리고 장기적으로 안보에 필요한 역량을 갖추도록 지원하기 위해 동맹 및 파트너들과 계속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현철기자 hck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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