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지사의 국무회의 참석은 대통령 결심하기 나름"
'서울시와 함께 배석' 20여년 요구 묵살
김동연 "통합적 국정운영 첫 걸음 될 것"
[수원=뉴시스] 박상욱 기자 = 전국 최대 규모 광역자지단체의 수장인 경기도지사가 정부 최고 정책심의 기관인 국무회의에 참석해야 한다는 주장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행정안전부 통계 기준 경기도 등록인구가 1400만명을 훌쩍 넘기면서다. 단순히 인구 수만의 얘기는 아니다. 경기도에는 인구 백만 이상의 특례시가 3곳이며, 경제규모와 다양한 산업형태, 당면한 각종 사회문제 등 그야말로 '대한민국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상황을 고려했을 때, 서울시장과 동급 혹은 그 이상의 권한이 주어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무회의에는 국무회의 규정 제8조 1항에 따라 대통령 및 국무총리와 15인 이상 30인 이하의 국무위원들이 참여한다. 17개 광역지자체장 중 서울시장만 유일하게 배석하도록 하고 있는데, 대표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경기도지사가 함께 참석해야 한다는 의견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인구 1400만명 돌파 경기도 '대한민국 축소판'
1일 경기도가 행정안전부의 주민등록인구와 법무부의 등록외국인 통계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주민등록인구는 1360만 7919명, 등록외국인은 39만 5608명으로 총 1400만 3527명이 경기도에 거주한다. 이는 국내 총인구 5264만 5711명의 26.6%가 사는 셈으로, 서울 인구(967만 명)의 1.4배가 넘는다.
도는 2003년 12월 말 1036만 1638명의 인구를 기록하며, 서울시 인구 1027만 6968명을 처음 추월했다. 서울시는 지난 2015년 이미 1000만 명이 깨졌다.
인구 1400만을 돌파한 경기도는 산업, 경제 부분에서도 실질적으로 대한민국을 이끌어 가고 있다.
실제로 경기도의 '창업기업 수'는 대한민국, 프랑스, 터키에 이어 OECD 국가 중 4위를 차지하고 있다. 무역 규모는 (수출·수입 포함) 2021년 기준으로 OECD 국가 중 21위, GRDP의 경우 4445억 달러(2021년 기준)로 OECD 국가와 GDP로 비교 시 23위 규모다. 노르웨이(24위)와 이스라엘(25위)보다 앞서는 등 한 국가 이상의 인구와 경제 규모를 갖고 있는 셈이다.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실정을 대표하는 측면에서도 필요성이 제기된다.
경기도는 인구소멸위험지역(가평, 연천, 여주, 연천, 포천)에서부터 도시팽창에 따른 사회 문제를 모두 가진 대한민국의 유일한 지자체다.
최근 사회적 이슈인 전세사기, 난방비 폭탄, 1기 신도시, GTX 대중교통 및 공공요금 인상, 김포골드라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각종 사회재난, 복지, 노동문제 등 다양한 문제들에 대한 시급한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또한 지정학적 위치상 대한민국의 중심부로 접경지역 아프리카돼지열병, 코로나19 확산 및 대응 등에서도 이동 경로 등을 감안할 때 대응책 마련의 중심에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와 함께 최대 등록외국인(미군 포함)이 상주하고 있는 지역이며, 이와 관련한 사회문제나 국제 결혼 및 다문화 가정 등 미리 준비하거나 살펴야 할 문제들도 산적해 있다.
◇역대 도지사 국무회의 참석 요구에 20여년 묵묵부답
경기도지사가 국무회의에 참석해야 한다는 주장은 그동안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제기됐다.
경기도는 임창열 전 지사 재임 시절인 2001년부터 국무회의 참석을 '노크'해 왔다. 민선 3기인 손학규 전 지사를 비롯해 김문수·남경필·이재명 등 역대 지사들도 필요성을 제기하며 국무회의 참석 규정 개정을 건의했다.
특히 지난 2014년 여야가 공동으로 발의안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비롯해 2015년에는 경기도의회가 '경기도지사 국무회의 배석에 관한 건의안'을 청와대에 전달하기도 했다. 그 배경은 2015년을 끝으로 서울시 인구가 1000만명 아래로 내려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20여년 동안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민주당 당대표인 이재명 전 지사도 국무회의 참석을 요구하다, 2019년 지역 현안인 미세먼지 대응을 위해 단 한 차례 참석하는 데 그쳤다.
'국무회의 규정' 제8조 1항(배석 등)에 따라 서울시장을 제외한 타 광역지자체장은 국무회의에 참석할 수 없다. 다만 의장을 맡는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중요 직위에 있는 공무원을 배석하게 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이에 비춰볼 때 당시 이재명 전 지사의 참석은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민선 8기 김동연 지사 역시 도지사 당선인 시절부터 국무회의 참석을 요청해 왔다.
염태영 인수위원장과 정성호·박정·조정식 인수위 상임고문은 지난해 6월 28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정책의 균형과 효율적 실행을 위해 경기도지사 국무회의 배석은 반드시 필요하다"라며, 정부가 경기도지사를 국무회의에 배석시킬 것을 요구했다.
관련 규정이 대통령 시행령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배석을 결정만 하면 된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서울시는 도시 행정 위주이므로 전국의 광역자치단체 대표성에서 분명한 한계가 있다"며 "경기도지사가 국무회의에 배석한다면 수도권은 물론, 전국의 다른 광역자치단체가 갖고 있는 현안도 가감 없이 전달해 국정운영의 동반자 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당시 당선인 신분이었던 김 지사도 "경제 부총리로 참석한 경험이 많아서, 국무회의에 참석하면 여러 면에서 앞으로 예상되는 경제 위기 극복 등에 실질적 도움 줄 수 있고, 건전한 비판과 좋은 정책을 낼 수 있어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왜 서울시장만?…"결국 윤 대통령 결심"
김동연 지사는 통합의 국정운영을 위해서도 경기도지사의 국무회의 참석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지난해 12월 자신의 SNS에 "인구 1400만 경기도는 그야말로 작은 대한민국이다. 현재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서울시보다 훨씬 지자체의 목소리를 잘 대변할 수 있는 이유"라며 "국민통합은 행정부 차원에서 대통령과 생각이 같은 사람들이 모여 외친다고 이뤄지지 않는다. 국무회의에서 다른 목소리와 비판에 귀기울이는 게 통합적 국정운영의 첫 걸음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 유일하게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서울시가 과연 17개 광역 지방자치를 대표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회의가 있다"면서 경기도지사 국무회의 참석 요구를 묵살하고 있는 정부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경제상황을 위기로 진단하고 있는 김 지사는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다년간의 국정경험 노하우를 활용해 중요한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1기 신도시 재건축, GTX 등 국가적 정책 추진에도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경제전문가로서 자신이 적임자이고, 지금이 적기라는 것이다.
김 지사는 "경기도지사의 국무회의 참석 여부는 결국 윤석열 대통령의 결심에 달려 있다"며 "국무회의에 참석해 잘못된 게 있으면 왜 잘못됐는지를 문제를 제기하고, 발전적인 방향을 위해 실질적이고 생산적인 토론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정부에 대한 발목잡기 목적으로 국무회의 참석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며 "경기도는 가장 인구도 많고, 모든 광역단체를 가장 잘 대표할 수 있는 지자체이기 때문에 국무회의에 참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정부여당 견제 목적이 아닌 도민 나아가 국민들의 먹고사는 민생문제 해결을 위한 현장의 목소리를 생생히 담고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경기도지사의 목소리가 필요하다고 본다"며 "다양한 현장의 의견에 대해 생산적인 토론을 한다면 충분히 국정 운영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앞으로 경기도지사가 국무회의에 참석할 수 있는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하려 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w78@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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