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퇴직연금 운용 규제 개선…DC·IRP형 계열사 채권 더 담는다

문수빈 기자 2023. 6. 1.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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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자 의견 청취 후 다음 달 2일 입법 예고 종료, 3분기 시행 예정

#A 자동차 직원 김씨는 개인(IRP)형 계좌를 통해 A 자동차의 계열사인 A 중공업 발행 회사채를 퇴직연금 적립금의 10%만 담았다. A 중공업이 우량한 기업이라고 판단해 비중을 더 늘리고 싶었지만 제도상 불가능했다. 하지만 이번에 금융위원회가 제도를 수정하면서 김씨는 A 중공업의 회사채를 30%까지 편입할 수 있게 됐다.

금융위원회 전경

1일 금융위원회는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퇴직연금 감독규정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이번 개정안은 퇴직연금 300조원 시대에 ▲유연한 적립금 운용을 지원하기 위한 운용 규제 개선 ▲금융 안정 제고 및 불건전 영업 관행 개선을 위한 규율 강화를 두 축으로 한다. 이번 개정안은 다음 달 2일까지 관련자 의견 청취를 거쳐 입법 예고 종료 후 3분기 중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개정안으로 확정기여(DC)형과 개인(IRP)형 퇴직연금의 이해상충 규제가 합리화된다. 사용자가 직접 운용하는 확정급여(DB)형은 사용자 또는 그 계열회사 등이 발행한 증권 등의 편입을 제한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해상충 발생을 막기 위해서다.

하지만 사용자가 아닌 근로자가 직접 운용하는 DC·IRP형은 이해상충 발생 가능성이 낮아 주요 선진국에서는 해당 규제를 완화하거나 아예 두지 않고 있다. 금융위도 이런 기조에 맞춰 현재 적립금 대비 10%인 계열회사 증권에 대한 편입 한도를 DC형은 20%, IRP형은 30%로 올린다.

DB형에선 동일인이 발행한 특수채, 지방채를 투자할 때 이 한도는 현행 30%에서 50%로 늘어난다. DB형은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지급해야 할 퇴직급여 수준이 사전에 확정돼 미래에 지급해야 할 퇴직급여와 퇴직연금 적립금의 현금 흐름을 일치시키는 게 중요하다. 미국과 영국 등에선 DB형 퇴직연금에서 자산-부채 매칭(ALM)에 기반한 운용이 일반화돼 있다. 이번 감독규정 개정으로 우량 장기 자산인 특수채, 지방채에 더 투자할 수 있게 돼 보다 DB형 퇴직연금은 원활한 ALM 운용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퇴직연금 적립금의 100%까지 편입 가능한 상품군도 확대된다.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시행령상 원리금 보장 상품과 금융위가 고시한 투자 위험을 낮춘 상품에 한해 적립금의 100%를 투자할 수 있다. 금융위는 후자인 투자 위험을 낮춘 상품에 ▲국채와 통안채 등을 담보로 한 익일물 환매조건부매수계약 ▲단기금융집합투자기구(MMF)를 추가했다. 이미 투자 위험을 낮춘 상품으로 분류된 채권혼합형펀드에 관해선 주식 편입 한도를 현행 40% 이내에서 50% 미만으로 상향한다.

금융위는 IRP형에서 은퇴 근로자들이 적립금을 연금 형태로 인출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 보증형 실적 배당 도입도 검토 중이다. 다수의 은퇴자가 퇴직연금을 연금 형태로 수령하는 게 아닌 일시금 형태로 받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연금 형태 수령을 유도하기 위한 정책적 유인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금융위가 도입할 보증형 실적배당보험은 납입 보험료를 실적배당상품으로 운용하되, 운용 이익이 발생할 경우 운용 실적에 따라 추가 기간 연급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운용 손실이 발생해도 일정 금액은 보증된다. 변액연금과 달리 사업비는 수취하지 않고 보증 수수료가 부과된다. 다만 중도 해지 시 이미 납입한 보증 수수료를 차감한 실적이 반환된다. 금융위는 이 상품이 내년 이후 출시될 것으로 내다봤다.

두 번째 축인 불건전 영업 관행 개선과 관련해선 기존에 퇴직연금 사업자에만 적용되던 공시 의무를 비퇴직연금 사업자의 원리금 보장 상품에도 적용한다. 커닝 공시와 불건전 과당 경쟁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이번 개정으로 비사업자의 원리금 보장 상품도 적용할 금리를 한 달 전에 공시해야 한다. 늦어도 매월 1일부터 3영업일 이전까지 공시해야 한다.

또 수수료를 활용한 변칙 고금리 원리금 보장 상품 제공도 금지된다. 일부 사업자는 수수료를 보조금처럼 활용해 고금리 예금을 만들어 일부 대기업 DB형 퇴직연금에만 독점적으로 제공해왔다. 예를 들어 A은행이 6.3%의 예금을 제시하면서 은행에서 5%를 줄 테니 사업자 B가 수수료 150bp(1bp=0.01%p)를 지불해 예금 금리를 보조할 것을 제안했다. 수수료 차액 20bp는 A은행이 수취하는 구조다. 금융위는 “이는 가입자 간 형평을 반하고 근로자 이익과도 무관하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파생결합사채 관련 규율도 강화된다. 일부 증권사는 실질은 원리금 보장 상품이지만 감독 규정상 원리금 보장 상품으로 분류되지 않는 변칙 파생결합사채를 제공해왔다. 이번 감독규정 개정으로 퇴직연금 개장에서 사모 파생결합사채는 판매가 금지된다. 또 원리금 보장 상품에 해당하는 원금 보장형 파생결합사체는 원리금 보장 상품 규제를 동일하게 적용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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