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래 여성’ 살해 20대 “살인해보고 싶었다” 자백…TV 범죄수사물 심취
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정유정씨(23·여)는 TV와 인터넷의 범죄수사 프로그램을 보면서 살인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고 진술했다.
부산 금정경찰서는 이 사건을 계획범죄로 판단하고 이르면 2일 살인 등 혐의로 정씨를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라고 1일 밝혔다. 경찰은 이날 신상정보공개심위원회를 열고 정씨의 신상을 공개를 결정했다.
경찰 조사 등을 종합하면 정씨는 범행 이틀 전인 지난달 24일 과외 연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A씨(20대)에게 학부모 행세를 하며 접근했다. 정씨는 “아이가 ‘중3 영어’를 배우고 싶어 한다. 집으로 보내겠다”고 하며 약속 일자를 잡았다.
해당 앱은 과외를 원하는 학생과 선생님을 연결하는 플랫폼이다. 선생님 회원과 학생·학부모 회원으로 구분되며 대면 과외나 온라인 과외로 나눠 학생과 선생님을 연결해 주고 있다. 휴대전화 앱이나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누구든지 가입하고 검색할 수 있다. 선생님 회원 40여만명에 이른다.
문제는 과외 아르바이트를 하기위해 선생님 회원으로 가입한 사람들의 개인정보가 과도하게 노출돼 있다는 점이다. 얼굴 사진은 물론 나이와 출신 중·고등학교, 재학 중인 대학교, 학과, 학번, 고교성적, 대학합격 유형, 합격전형 형태, 학생증, 거주지역, 수업료 등이 공개돼 있다.
정씨는 지난달 26일 오후 중학생으로 보이기 위해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구입한 교복을 입고 A씨 집을 찾아갔다. 미리 준비한 흉기로 여러 차례 A씨를 찔러 숨지게 한 뒤 시신을 훼손하고 경남 양산 방향의 풀숲에 시신 일부를 유기했다.
그의 범행은 여행가방을 숲속에 버리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택시기사의 신고로 드러났다. 정씨는 지난달 27일 긴급체포됐다.
정씨는 “우발적 범행”이라고 진술하다 수사관과 가족의 설득 끝에 범죄수사 프로그램, 범죄 관련 서적 등을 보면서 살인 충동을 느꼈다고 자백했다. 그의 휴대전화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 결과 정씨는 3개월 전부터 집중적으로 ‘살인’ 등을 검색한 것으로 조사됐다. 도서관에서는 범죄 관련 서적을 빌린 사실도 밝혀졌다. A씨는 경찰조사에서 “살인을 해보고 싶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시신훼손과 관련해서는 “완전범죄를 노리고 시신을 유기하기 위해 훼손한 것으로 보인다”고 경찰 관계자는 전했다.
정씨는 경찰조사에서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 (자신의) 가족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권기정 기자 kw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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