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의 아침] “반성 없는 가해자 태도에 공론화 결심…엄벌로 연극계 권력형 성범죄 막아야”

윤주성 2023. 6. 1.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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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광주지역 연극계 성폭력 묵인 관행 공론화...2012년부터 몇 년간 지속해서 발생"
"피해자 대부분 연극계 막 입문한 20대 초반 사회초년생...성폭력 묵과 관행 속 오랜 기간 침묵"
"반성 없는 가해자 태도에 용기 내 공론화 결심...이후 익명조사 결과 성폭력 피해 6건 추가 접수"
"지난해 7월 가해자 3명 형사 고소...엄중한 처벌로 연극계 권력형 성범죄 막기 위해 탄원서 제출"
[KBS 광주]

■ 프로그램명 : [출발! 무등의 아침]
■ 방송시간 : 08:30~09:00 KBS광주 1R FM 90.5 MHZ
■ 진행 : 윤주성 앵커
■ 전화연결 : 김승선 변호사
■ 구성 : 정유라 작가
■ 기술 : 김영조 감독


▶유튜브 영상 바로가기 주소 https://www.youtube.com/watch?v=Uhz13ebfFtI

◇ 윤주성 앵커(이하 윤주성): 광주 지역 연극계 성폭력 사건과 관련해 지역 시민단체 등이 경찰에 엄중한 수사와 처벌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했습니다. 지난해 6월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공론화된 이 사건은 현재 어떻게 처리되고 있는지 또 피해자들은 어떤 상황인지 법률대리인 김승선 변호사 연결해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 김승선 변호사 (이하 김승선): 안녕하십니까?

◇ 윤주성: 광주 지역 연극계 성폭력 사건이 알려진 것이 작년이고, 성폭력 피해는 오래전부터 있었다고요. 그동안 어떤 문제가 있었습니까?

◆ 김승선: 지난 2018년도부터 적극적으로 연극계 미투 운동이 일어났고요. 광주 지역 연극계에서는 그로부터 4년이 더 지난 작년 2022년도 6월 29일에 광주 연극계 성폭력 사건 해결대책위원회라고 해서 발족을 했고 광주지방검찰청 앞에서 성폭력 피해 사건 관련 기자회견을 열었어요. 그때부터 광주 연극계 성폭력 사건이 본격적으로 공론화를 하게 되었는데 성폭력 피해 사실은 지난 2012년경부터 몇 년 동안 지속적으로 발생해왔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대응조차 하지 못한 채 피해자들은 2차 가해를 당하고 오히려 연극계를 떠나는 그런 상황이 일어났습니다. 장기간 성폭력 피해 사실들이 수면 위로 드러나질 못했어요. 이런 성폭력 피해들이 권력형 성범죄에 해당했는데 가해자들이 극단의 대표라거나 감독자 지위에 있었기 때문에 피해자분들이 쉽사리 이들에 대한 공식적인 문제 제기나 법적 조치를 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 윤주성: 말씀하신 것처럼 성폭력 피해가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것은 연극계에서 가해자들의 영향력이 크다는 점 때문이었겠군요?

◆ 김승선: 네. 아무래도 피해자분들은 대부분 연극계에 막 입문했던 20대 초반의 사회초년생 여성분들이었고 가해자들은 극단의 대표자거나 감독자와 같은 우월적 지위에 있는 권력자들이었습니다. 피해자분들은 연극계에서 공공연하게 이런 성폭력 피해가 일어나고 있었던 것을 묵과하고 있는 문화를 보게 되었고 또 자신이 입은 성폭력 피해를 왜곡한 2차 가해로 인해서 오히려 극심한 고통을 받아야 했었습니다.

사진 출처: 연합뉴스


이런 상황에서 오히려 피해자분들이 연극계 내에서 자신의 피해 사실을 공론화되는 것 자체가 어렵다고 느꼈고, 또 문제를 제기하더라도 제대로 된 대응이나 해결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질 수조차 없었습니다. 그래서 오랜 기간 침묵을 해왔던 것입니다.

◇ 윤주성: 그런데 이렇게 피해자가 성폭력 피해 사실을 공론화해야겠다 하고 결심한 계기가 있을까요?

◆ 김승선: 지난 2018년도 전국적인 문화예술계 미투 운동이 일어났을 때 이것이 피해자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또 문화예술계 구조적 문제 이런 것들이 수많은 여성이 인지를 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지지자들이 많고 용기를 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는데 오히려 그때 당시 광주 연극계에서는 "우리 광주 연극계가 가족 같은 분위기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성폭력 피해가 전혀 없다", 이런 취지의 이야기가 나왔고 피해자들은 광주 연극계의 그런 문화를 보고 희망이 없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광주를 떠났는데 뒤늦게나마 이렇게 성폭력 피해 사실을 공론화해야겠다고 생각했던 것은 바로 가해자들이 여전히 반성이 없었던 그런 태도 때문이었어요. 피해자들은 오히려 자신의 꿈을 포기하는 고통을 겪었는데도 가해자들은 뻔뻔하게 여전히 극단의 대표로 상당히 연극계에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활동을 하고 있었고 피해자는 이런 모습을 보면서 계속적으로 자신이 침묵을 한다면 자신과 같은 또 다른 수많은 피해자가 발생할 것이라는 생각에 뒤늦게나마 용기를 내서 공론화를 결심하게 된 것입니다.

◇ 윤주성: 지금 성폭력 피해 사실을 공론화한 피해자는 몇 분이나 되고 이분들은 지금 연극계에서 떠나 있는 것인가요?

◆ 김승선: 지금 최초의 고소인으로 공론화를 시작하신 분은 피해자 두 분 계시고요. 추가적으로 피해 사실을 알려주시는 분들이 있으신데 저희가 고소대리인을 하고 있는 피해자 두 분에 한해서는 오랜 꿈이었던 연극을 두 분 다 포기하시고 광주 지역을 떠나서 생활하고 계신 정도로 연극계에서 아예 활동을 하고 있지 않은 상태입니다.

◇ 윤주성: 변호사님께서 이 사건 법률대리인을 하고 계시는데요. 피해자들에게 관련 이야기를 들었을 때 이런 성폭력 피해가 보다 광범위하고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왔다고 생각하십니까?

◆ 김승선: 저희가 일단 고소 진행을 하고 있는 피해자 두 분 같은 경우에도 한 분은 상습적인 강간치상 또는 강제추행치상과 같은 굉장히 심각한 성폭력 피해를 당하셨던 분이고 다른 한 분은 가해자로부터 기습적인 강제추행 피해를 입으신 분이에요. 그런데 그분들뿐만 아니라 이 사건이 공론화된 이후에 광주연극협회 인권위원회에서 회원 대상으로 익명 전수조사를 진행한 것이 있었는데 6건 정도의 성폭력 피해 사례가 추가로 접수되었고 또 이 공론화 이후에 고소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같은 가해자들로부터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고 피해 사실을 알려주신 분들이 두세 분 정도가 더 계세요. 이런 것들을 비쳐 봤을 때는 여전히 아직도 가해자들에게 추가적인 성폭력 피해를 입으신 분들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공론화하는 것 자체가 조심스럽거나 본인이 현재 연극을 하고 있기 때문에 쉽사리 밝히지 못하는 그런 상황인 것 같아요. 그래서 정말로 전수조사를 제대로 한다면 수십 건이 넘는 피해 사례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 윤주성: 광주 지역 연극계의 성폭력 문제를 공론화하고 작년 7월에 형사고소를 한 이후에 현재는 어떤 상황인지 궁금하네요.

◆ 김승선: 작년 7월경에 광주서부경찰서에 피해자 두 명을 고소인으로 해서 성폭력 대책위원회와 저희 민변 광주전남지부 공익 소송 대리인단에서 가해자 3명에 대한 형사 고소를 진행했습니다. 이후에 수사 기관이 엄중한 수사를 진행했고 가해자 3명에 대해서 고소 내용 중 일부 범죄 혐의에 대해서는 혐의가 인정된다는 의견으로 검찰 송치 결정을 내렸어요. 그런데 일부 혐의에 대해서는 범죄 혐의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불송치 결정이 내려진 상황입니다. 이렇게 분리돼서 대책위와 민변 소송 대리인단에서는 불송치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서를 제출했고요. 그래서 사건을 통합해서 담당 광주지방청 검사가 보완 수사 요구를 내려서 지금 현재는 다시 서부경찰서 수사팀에서 보완 수사를 진행 중인 상황이에요. 보완 수사 과정에서 저희 피해자 측은 추가 증거 자료와 또 법률적인 의견서 제출했었고 피해자분에 대해서 현재 범죄 피해 평가라고 하는 것을 진행 중에 있는 상황입니다.

◇ 윤주성: 말씀하신 것처럼 경찰 수사가 계속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엊그제 엄중한 수사와 처벌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는데요. 이렇게 탄원서를 제출했다는 것은 수사가 조금 더 엄격하게 엄중하게 진행돼야 된다 이런 문제의식 때문인 것인가요?

◆ 김승선: 네. 맞습니다. 광주서부경찰서에서도 이 사건의 중대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고 팀장급 수사관이 직접 사건을 맡아서 검토를 하고 있어요. 피해자분의 입장을 충분히 경청을 하고는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초의 결정 내용이 다른 이유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일부 불송치 그리고 일부 송치 결정이 났고 또는 가해자 측에 너무나도 일방적으로 유리한 참고인의 진술을 불송치 결정의 증거로 활용했다는 그런 아쉬운 점이 분명히 있었습니다.

사진 출처: 광주연극계성폭력사건해결대책위원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이 탄원서를 제출한 것은 그만큼 광주 연극계뿐만 아니라 전국의 많은 시민단체 그리고 연극계 관련자들이 이 사건을 주목하고 있고 관련자 가해자들의 범죄 혐의를 명백하게 밝혀서 엄중한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보다 철저한 수사를 당부하는 의미와 더 이상 광주 연극계뿐만 아니라 전국에 있는 문화예술연극계의 고질적인 권력형 성범죄 피해가 더 이상 재발하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에서입니다.

◇ 윤주성: 이번 사례처럼 성폭력 문제가 발생하면 이를 피해자가 공론화하고 해결하는 것이 쉽지 않은 현실인데요. 이런 부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까요?

◆ 김승선: 네. 맞습니다. 피해자분들은 직접적인 성폭력 피해를 입은 것뿐만 아니고 그 이후에도 이를 공론화하기 전까지 가해자들 그리고 가해자들이 속한 공동체로부터 수많은 2차 피해를 경험하게 됩니다. 이런 사회 때문에 공론화가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공론화 이후에도 엄청난 트라우마를 경험하게 되는데요. 반면 문화예술계 내 성폭력 사건에 대해서는 책임지고 피해자를 보호하고 또 가해자를 징계하는 체계적인 시스템의 부재가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현재 광주 연극계 성폭력 사건 대책위원회와 민변 그리고 시민단체, 예술인 개인 분들이 연대해서 피해자분들을 위한 법률 지원 그리고 전방위적인 조력은 하고 있는데요. 이런 점들이 개선되기 위해서는 향후 성폭력 피해가 발생했을 때 이 피해자분을 신속하게 보호하고 또 사건을 공정하게 조사를 할 수 있는 그리고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예방해주고 또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징계를 할 수 있는 문화예술계 성폭력 대응 시스템이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구축돼야 할 것 같습니다.

◇ 윤주성: 말씀하신 2차 피해가 어떻게 발생하고 있는 것인가요?

◆ 김승선: 예를 들면 피해자 분들이 언론에 공론화하기 전 단계에서 주변 가까운 지인 분들, 같이 연극을 활동하고 있는 다른 분들에게 피해 사실을 이야기하거나 본인의 고민을 어놓는 그런 경우가 있는데 오히려 가해자들이 너무나도 우월적 지위에 있기 때문에 피해 사실을 알리면 네가 더 피해를 입을 것이다, 아니면 가해자들과 친분이 있는 많은 분들이 피해자가 조신하지 못해서 또는 피해자가 오히려 그런 사건 발생을 유발했다 이런 내용으로 사실관계를 전혀 왜곡하는 그런 허위 소문을 퍼뜨린다거나 피해자로 하여금 본인이 이것을 공론화했을 때 더 많은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위협적인 표현을 서슴지 않고 하게 됩니다. 그래서 피해자 분들은 자신이 입은 피해를 사실을 밝히는 것 자체가 굉장히 조심스럽고 이로 인해서 본인이 오히려 더 많은 모함이나 험담을 듣게 되지 않을까 이런 걱정을 하는 등 2차 적인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입니다.

◇ 윤주성: 지금 가해자들은 어떤 입장인가요? 본인들의 입장이나 사과의 마음, 뜻 이런 것을 전해온 적은 있습니까?

◆ 김승선: 가해자가 지금 3명인데요. 1명에 대해서는 본인이 사건이 처음 공론화 됐을 때 피해자 분께 나름대로 본인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해오는 연락을 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가장 핵심적인 가해자 2명에 대해서는 본인들이 변호인을 선임해서 전혀 범죄 사실이 없다는 취지로 부인을 하고 있고 오히려 연인 관계였다거나 피해자에게 잘못이 있다는 취지로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하고 있는 그런 모순적인 상황입니다.

◇ 윤주성: 안타까운 상황인데요. 앞으로 대책위는 어떻게 대처해나갈지 앞으로의 활동 계획 말씀해주시지요.

◆ 김승선: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 진행 중인 가해자들에 대한 엄중한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피해자에 대한 이런 2차 가해를 예방하고 이를 위한 상시 모니터링도 실시할 계획이고요. 민변 소송 대리인단과 대책위에서 연대를 해서 향후 피해자들에 대한 검찰 수사에도 성실히 임하게 될 것이고 재판으로 간 이후에는 가해자들에 대한 재판 모니터링 등을 사건이 끝날 때까지 함께 연대해나갈 예정입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이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광주 문화예술계의 성차별적이고 폭력적인 문화를 바꾸는 것이라고 생각을 하기 때문에 대책위에서는 이런 재발 방지 노력 그리고 예방책도 함께 고민하고 마련해보고자 합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는 피해 생존자 분들이 다시 예술 현장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저희가 많은 노력을 하려고 하고요. 그때까지 방송을 청취하고 계신 많은 청취자 분들과 시민 여러분께서 관심을 가져주시기를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 윤주성: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윤주성 기자 (yj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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