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칼럼] 문신을 했다고 전부 조폭인가

2023. 6. 1.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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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문신이 하고 싶어졌다.

새길 문구까지 결정했지만 '그 나이에 무슨 문신이냐'는 타박과 조롱이 걱정돼 지인들에게 의견을 구하던 중 뜻밖의 말을 들었다.

총명한 머리와 열정적인 성격의 소유자답게 현재 노량진에서 경찰공무원시험 헌법 과목의 명강사로 활동하고 있는데 대화를 나누던 중 문신 때문에 경찰의 꿈을 포기한 수강생이 있어 안타까웠다는 말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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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문신이 하고 싶어졌다. 지난날의 수고함에 대한 고마움의 흔적을 남겨주고 싶었다. 새길 문구까지 결정했지만 ‘그 나이에 무슨 문신이냐’는 타박과 조롱이 걱정돼 지인들에게 의견을 구하던 중 뜻밖의 말을 들었다. 세상 모든 일은 우연이 아니라 필연인 듯하다.

사법시험 합격 후 법무부에서 사무관으로 일하다가 서울법대 대학원에서 헌법과 북한법을 전공한 변호사를 만났다. 총명한 머리와 열정적인 성격의 소유자답게 현재 노량진에서 경찰공무원시험 헌법 과목의 명강사로 활동하고 있는데 대화를 나누던 중 문신 때문에 경찰의 꿈을 포기한 수강생이 있어 안타까웠다는 말을 들었다. ‘경찰공무원 임용령 시행규칙’에 있는 ‘채용시험 신체검사표’에 “내용 및 노출 여부에 따라 경찰공무원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문신이 없어야 한다”고 규정돼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문신을 지우려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면접 기회조차 허용되지 않는다고 한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2004년 이를 불합리한 차별로 보고 시정 권고를 했다. 그러나 경찰에서는 현행법상 불법인 문신을 한 사람이 법을 수호하는 경찰이 되는 것이 적절하지 않고, 문신을 한 자는 과거 비행을 저질렀거나 범죄 성향이 강하다는 이유를 들어 지금까지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한다.

우리 헌법상 위 시행규칙은 위헌일 가능성이 매우 커 보인다. 문신을 통한 행복추구권(헌법 제10조)을 침해했고, 평등권(제11조)에 반해 문신을 한 사람과 하지 않은 사람을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했다. 또한 문신만을 이유로 취업 절차에서 탈락시키는 것은 직업선택의 자유(제15조)나 공무담임권(제25조)을 과도하게 제한한다.

이외에도 ‘사생활의 비밀은 국가가 사생활 영역을 들여다보는 것에 대한 보호를 제공하는 기본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헌재 2007. 5. 31. 2005헌마1139)에 비춰볼 때 문신 사실을 공개하라고 하는 것은 사생활의 비밀(제17조)과 양심의 자유(제19조)를 침해할 수 있다. 한편 문신을 통해 표시하고 싶은 내면이 통제돼 표현의 자유(제21조)와 예술의 자유(제22조)도 제한될 수 있다.

혹시 문신이 혐오감을 줘 다른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은 아닌지도 검토했다. 한국갤럽이 2021년 6월에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51%는 찬성, 40%는 반대. 9%는 유보라고 한다. 20대에서는 81%, 30대에서는 64%가 찬성이라고 한다.

문신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중국 유교문화의 영향과 일본 야쿠자들의 과도한 문신이 한몫한 듯하다. 그러나 우리 삼한시대에도 문신의 풍습이 있었으며, 전 세계에서 문신이 불법인 나라는 한국뿐이다. 대한변호사협회장 출신인 필자가 문신한다고 조폭으로 보는 것은 지나친 논리 비약이다.

문제는 의사 이외에는 문신시술을 불법화한 의료법 제27조와 충돌이다. 참고로 일본 최고재판소는 2020년 9월 비의료인의 문신시술을 처벌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우리도 문신시술을 받은 사람은 처벌하지 않는다. 인권 경찰을 표방하면서 모순되게 구성원의 입문 단계에서부터 합리적인 이유 없이 불평등의 장막을 드리운 것은 아닌지 스스로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찬희 법무법인 율촌 고문변호사

dingd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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