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비즈] 유럽국가들의 노동개혁 시사점

2023. 6. 1.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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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현 정부가 출범하면서 대통령은 3대 개혁으로 노동·교육·연금의 개혁 추진을 강조했다. 우선 노사 법치주의 확립을 추진하고 파견, 대체근로 개편 등 노동규범의 현대화를 위한 논의를 시작했으나 노동계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일반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부 출범 1년, 노동개혁 정책에 대한 대국민 인식조사’ 결과, 응답자 80.3%는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노동개혁이 필수적’이라고 답했다. 가장 잘하고 있는 정책은 ‘노조회계의 투명성 제고’(29.6%), ‘건설노조 불법행위 엄단’(28.9%), ‘산업현장 법치주의 확립’(17.5%) 순이었다. 정부가 앞으로 중점을 두고 추진해야 할 고용노동정책은 ‘근로시간 유연성 확보’(22.5%), ‘산업현장 법치주의 확립’(19.4%), ‘고용유연성 제고’(13.8%) 순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유럽 국가들도 노동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03년 독일의 하르츠개혁 외에도 2012년 유럽 재정위기를 겪은 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프랑스 등도 2012년 이후 노동개혁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들의 현재 상황을 통해 우리의 노동개혁도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가늠할 수 있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2012년 해고 규제 완화, 근로조건 변경의 자율화 등 노동유연성을 개선하는 강한 노동정책을 추진했다. 그 결과, 실업률의 경우 스페인은 2012년 24.8%에서 2019년 14.1%로, 포르투갈은 16.6%에서 6.7%로 크게 줄었다. 고용률의 경우 같은 기간 스페인은 55.8%에서 63.3%로, 포르투갈은 59.3%에서 69.9%로 크게 상승했다. 반면 비정규직 완화 등 상대적으로 온건한 수준의 정책을 낸 이탈리아의 경우 실업률은 2012년 10.9%에서 2019년 9.9%, 고용률은 56.1%에서 59.1%로 스페인과 포르투갈에 비해 큰 변화가 없었다. 최근 이탈리아 멜로니 총리는 기본소득 정책인 ‘시민소득’을 축소하고 단기 고용계약을 더 수월하게 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노동시장 개혁 패키지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리스는 재정위기 이후에도 급진 좌파연합(시리자) 정권하에서 노동, 공공부문 개혁에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이었던 탓에 경제위기는 계속됐고, 2019년 총선에서 정권은 우파 신민주주의당(신민당)으로 넘어갔다. 이후 신민당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총리는 무상의료 폐기, 연금 추가 삭감, 법인세 인하 등 개혁과 친기업정책을 밀어붙여 2021, 2022년에 8.4%, 5.9%의 고속성장을 이뤄냈고 최근 치러진 총선에서 신민당이 압도적으로 승리했다. 프랑스는 잘 알려진 대로 마크롱 대통령이 2017년 취임 직후부터 해고 규제 완화, 고용유연성 강화, 기업별 협약을 산별협약에 우선, 실업급여 수급자격 강화 등 거대 노조의 반발에도 대국민토론회를 통해 반대파를 설득하며 개혁을 관철시켰다. 그 결과, 2018~2022년 독일을 앞서는 경제성장률을 기록해 20년 만에 재선에 성공했다. 마크롱은 현재 연금개혁을 추진 중이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노사관계가 상대적으로 원만하기에 노사정 합의로 노동개혁을 할 수 있었지만 프랑스 등 다수의 국가는 정부가 일관되게 강력한 리더십을 가지고 추진해 노동개혁 성과를 이룰 수 있었다. 노동개혁 과제는 노사 간 이해관계의 첨예한 대립으로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추진하기가 쉽지 않다. 독일도 사회적 대타협을 노동개혁을 추진했으나 노동계의 반발로 실패한 이후 정부 주도의 하르츠 위원회를 통해 노동개혁을 이뤘다. 따라서 정부 주도로 불합리한 노사관계 법·제도·관행 개선과 국가경쟁력 확보와 경제활성화를 위한 규제 개선을 추진해 국가적 위기를 사전에 방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혁신이란 파괴를 의미하지 않으며 권리와 의무를 현대화하되 사회의 토대와 가치를 유지하는 것이다. (중략) 평등과 자유는 기회가 주어지고 사업이 발전·성장하여 부와 직업을 창출할 때 실현된다.” 프랑스 정부의 노동법제 개정 입법이유서의 내용이다. 노동개혁이 필요한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

zz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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