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민의힘 ‘횡령 의혹 1급 당직자’ 상급자였던 이철규, 진상조사 맡았다

문광호·조문희 기자 2023. 6. 1.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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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규 “내가 더 잘 알아 용납 안 돼”
징계 수위 등 사적 친분 작용 우려도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이 23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국민의힘 1급 당직자 A씨가 2018년 강원도당에 근무하며 직원 격려금과 활동비를 가로챘다는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진상조사를 맡은 이철규 사무총장이 당시 강원도당위원장이었던 것으로 1일 확인됐다. 이 총장이 당시 A씨의 직속 상급자였다는 점에서 이해관계자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징계 수위 등 결정에 사적 친분이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 총장은 “(오히려 상황을) 잘 알기 때문에 절대 용납이 될 수 없다”며 “엄정하게 하겠다”고 밝혔다.

경향신문 취재 결과 이 총장은 2017년 8월 강원도당위원장으로 선출됐고 한 달 뒤인 2017년 9월 의혹을 받는 A씨가 강원도당으로 승진 발령을 받아 함께 일하게 됐다. 이 총장은 2018년 6월 지방선거 패배 책임을 지고 사퇴해 함께 일한 기간은 10개월 정도다.

A씨는 이 총장과 함께 있던 시절을 포함해 강원도당에서 근무한 3년 동안 예산을 부적절하게 집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A씨가 도당 직원들에게 지급된 격려금과 활동비의 일부를 다시 걷어 사적으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A씨는 공금 목적의 도당 운영비를 걷었다고 반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당의 운영 경비는 국가로부터 지원받는 보조금과 당원들로부터 납부된 당비 등으로 구성되는데 A씨가 따로 운영비를 조성해 사적으로 사용했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된 ‘2018년도 정당 회계보고’의 정당 수입내역을 보면 당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총수입(828억원) 중 보조금이 274억원(33%), 당비는 149억원(18%)였다. 정치자금법에 따르면 보조금, 당비, 후원금 등 정치자금은 정치 활동을 위해 소요되는 경비로만 지출해야 하며, 사적 경비로 지출하거나 부정한 용도로 지출해서는 안 된다. 선관위에 따르면 의혹을 받는 A씨처럼 일단 지급한 돈을 다시 회수하는 경우 회계 기록이 남지 않아 선관위 차원에서 법 위반 여부를 포착하기 쉽지 않다.

A씨에 대한 진상조사와 징계 수위 검토가 이 총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당직자인사위원회에서 이뤄지고 있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에 따르면 사무처 당직자의 사회적 물의·비리·비위 등 부정사건 조사 등을 담당하는 당대표 직속 당무감사위원회가 별도로 있음에도 이 총장이 사건을 맡았다.

당내에서는 두 사람이 함께 일했던 만큼 진상조사와 징계 수위 결정 등에서 사적 친분이 작용하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하면서 “(이 총장의 해당 시기 강원도당 재임 사실을) 이미 알고 있고, 김기현 대표 등이 그런 부분까지 종합해서 고민 중”이라며 “어떻게 보면 (이 총장이) 이해관계자가 될 수 있으니 검토 중인 것”이라고 말했다. 한 당직자는 “이 총장이 A씨의 상급자였으니까 관계가 아예 없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A씨는 2017년 일반당무직 1급으로 승진한 당직자로 조직도상으로도 직속 상관은 이 총장뿐이었다.

이 총장은 통화에서 “(오히려) 내가 더 잘 안다. 알기 때문에 절대 용납이 될 수 없는 것”이라며 “대한민국에 법이 있고 상식이 있지 않나. 내가 무슨 공모를 하기를 했나. 또 온정주의가 나올 게 뭐가 있나”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엄정하게 할 것”이라며 “인간은 누구나 다 실수할 수 있는데 그런 게 발견됐을 때 어떻게 처리하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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