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단 평화 회담 중단···다시 물 건너간 평화
평화 회담이 또 한번 어그러지면서 내전 상태로 치달은 수단 사태가 다시 악화될 위기에 놓였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수단 정부군은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진행 중이던 평화 회담에서 철수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군은 이날 성명을 내 “신속지원군(RSF)이 휴전을 지속적으로 위반하고 있으며, 협정 조건 이행에 대한 약속도 부족하다”면서 상대방을 비난했다.
지난 4월15일 민간으로의 정권 이양을 둘러싸고 수단 군벌 간 무력 다툼이 촉발된 이후, 정부군과 신속지원군은 수도 하르툼을 비롯한 각지에서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인도주의적 휴전이 여러 차례 논의됐으나 교전이 중단되지 않으면서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지난달 초부터 미국과 사우디의 중재로 양 측을 한 테이블에 불러 앉히는데 겨우 성공했지만, 이날 휴전 논의가 또 다시 결렬된 것이다. 양측 중 어느 한 쪽도 우위를 점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평화 회담까지 중단되며 피해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군을 이끄는 압델 파타 알부르한 장군은 “아직 우리의 최대 무력은 사용하지 않았다. 나라를 파괴하고 싶지는 않다”면서 “그러나 적이 복종하지 않고 응답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가진 최대의 수단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반면 신속지원군은 성명을 내 자신들이 “정부군의 위반에도 불구하고” 휴전에 협조했다고 주장했다. 모하메드 함단 다갈로 장군은 “수단을 위하는 사람들은 알부르한 장군에게서 떠나라”며 정부군 병사들에게 탈영해서 신속지원군으로 합류하라고 독려했다.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수단의 인도주의적 위기는 날로 심화하고 있다. 유엔에 따르면 120만명이 집을 잃었으며 40만명이 이집트, 차드 등 이웃 국가로 피신했다. 하르툼의 한 보육원에선 고립된 아동 수십명이 음식부족과 열병으로 사망하는 등 인명 피해도 잇따랐다. 격렬한 무력 충돌이 6주 가까이 이어지며 음식과 의약품, 기타 구호 물품이 크게 줄어든 것이 원인이었다. 보육원 직원들이 밖으로 나가 도움을 구하기도 어려운 위험한 상황에서 보육원이 사실상 고립 상태에 놓인 것이다. 지난 주말 이틀새 26명이 사망한 것을 포함해 지난 6주간 최소 60명의 영유아와 어린이가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하르툼 남쪽 빈민가의 한 시장에선 포격으로 19명이 숨지고 106명이 다쳤다. 주민들은 하르툼 내 수단 정부군 통제 지역 중 한 곳인 알 샤자라에서 6발의 전차 포탄이 발사됐으며 군사 목표물과 상관없는 마요 인근 지역을 표적으로 삼았다고 증언했다.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분쟁이 멈추길 희망한다. 하르툼과 수단 전역에서 물과 식량, 의료품이 절실히 필요한 이들에게 구호품이 도달하기 힘들다. 양측이 회담에서 빠져나간 건 몹시 불행한 일”이라고 말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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