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편 들었다? … LFP 배터리 보도 '반론에 재반론'

김정덕 기자 2023. 6. 1.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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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심층취재 [추적+]
LFP 배터리 보도 댓글 팩트체크
LG화학도 인정한 LFP의 안정성
삼원계냐 LFP냐는 선택의 문제
국책硏, LFP 성능 개선됐다 평가
해외, LFP 연 19.7% 성장 전망
현대차도 LFP 전기차 제조 돌입

더스쿠프는 지난 5월 23일 '테슬라가 탑재할 때 본체만체하더니… K-배터리 뒤늦은 출발(통권 546호)'이라는 기사를 냈습니다. 그런데 일부 독자가 댓글을 통해 기사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LFP 배터리의 사실관계를 왜곡해 중국 편을 들었다는 게 지적의 골자였죠. 그래서 더스쿠프가 일부 독자의 '댓글'을 팩트체크했습니다.

LFP 배터리 수요가 점차 늘고 있다. 사진은 마티아스 젠트그라프 CATL 유럽 지사장.[사진=연합뉴스]

"기자분 공부 좀 하세요" "전형적인 기레기 기사네요. 돈을 얼마나 받았길래 이렇게 왜곡된 기사를 쓸까. 기네스북에 오를 기사네"…. 더스쿠프가 지난 5월 23일 '테슬라가 탑재할 때 본체만체하더니… K-배터리 뒤늦은 출발'이라는 기사를 포털사이트에 게재한 후 달린 댓글의 일부입니다.

댓글의 사실관계를 살펴보기 전에, 기사의 내용부터 설명해 볼까요? 요약하면 대략 이렇습니다. "1년여 전만 해도 국내 배터리 3사는 삼원계 배터리에 주력하면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에 큰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배터리 3사가 LFP 배터리 개발 쪽으로 전략을 바꿨다. 이미 중국이 저만치 앞선 시장에 너무 늦게 뛰어든 것 같은데, 업계는 너무 자신만만하다. 과연 쉽게 따라잡을 수 있을까."

더스쿠프 홈페이지에는 이런 댓글도 달렸습니다. "잘 읽다가 LFP 배터리가 삼원계 배터리보다 안정성이 좋다는 글에서 신뢰도가 확 떨어지네. LFP의 장점은 저렴하고, 기술진입 장벽이 낮다는 정도인데 안정성이 좋다니요?" 이 댓글은 가장 많은 공감을 받은 것 중 하나입니다.

공감을 받았든 그렇지 않든 댓글의 핵심은 LFP 배터리를 설명한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겁니다. 정말 그럴까요? 독자들이 댓글을 통해 지적한 이슈들을 하나하나 따져봤습니다.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기자의 의견이나 해석은 넣지 않았습니다.

정부와 정부 산하기관, 국내외 싱크탱크, 국내 배터리 제조사, 배터리 분야를 다루는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리포트 등에 기술된 자료만을 참조했습니다. 결과를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참고: 리튬이온배터리는 양극재, 음극재, 분리막 등으로 구성됩니다. 이중 니켈ㆍ코발트ㆍ망간(또는 알루미늄) 등 세가지 물질을 섞어서 양극재를 만들면 삼원계 배터리, 리튬인산철을 쓰면 LFP 배터리라고 부릅니다.]

■ 팩트체크➊ LFP 안정성 논란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의 준정부기관인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이 2021년 4월 내놓은 글로벌 시장동향보고서를 먼저 보겠습니다. 당시 보고서엔 이런 내용이 담겼습니다.

"LFP 배터리는 전체 용량의 90%까지 방전한 후에도 1000회 이상의 재충전이 가능하다. 1000회 이상을 충ㆍ방전한 후에도 기존 용량의 80% 이상을 유지한다. 삼원계 배터리는 과충전이나 과방전을 하면 급격한 온도 상승과 함께 폭발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LFP 배터리는 과방전이나 과충전을 해도 폭발하지 않아 안전하다."

이런 문구도 있습니다. "저렴한 비용, 자연적으로 풍부한 소재(철분), 안전한 특성, 무독성, 우수한 열 안정성, 더 나은 전기 화학적 성능 등의 특징은 LFP 배터리가 시장에서 많이 사용될 수 있도록 한 요인이다."

이번엔 LG에너지솔루션의 모기업인 LG화학의 공식 블로그를 들여다볼까요? 2021년 테슬라의 LFP 배터리 채택 선언 이후인 2022년 4월에 업데이트된 글에는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LFP로 대표되는 올리빈(육면체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격자 구조) 구조는 안정성이 높고 충ㆍ방전에 의한 성능 저하가 적으며, 열에 대한 안정성도 우수하다."

세계 최고의 삼원계 배터리 제조사를 자회사로 둔 전문 화학기업도 LFP 배터리의 뛰어난 화학적 안정성을 인정합니다. 이 부분은 논란의 여지가 없을 듯합니다.

전기차 시장에서 삼원계와 LFP의 경쟁이 뜨겁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 팩트체크➋ LFP 배터리 vs 삼원계 배터리 = 기사에 달린 대부분의 댓글을 보면 '삼원계 배터리가 LFP 배터리보다 훨씬 낫다'는 전제를 깔고 있는 듯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정답부터 말하면 현 배터리 업계의 이슈는 둘 중 '어떤 것이 더 낫다'는 게 아니라 전기차 제조사가 '어떤 걸 선택하느냐'입니다.

지난 2020년 2월 장정훈 삼성증권 애널리스트가 내놓은 보고서를 보겠습니다. 그는 삼원계 배터리와 LFP 배터리의 에너지밀도, 배터리별 주행거리, 배터리 무게 등을 비교했습니다. 이를 통해 각각의 배터리를 테슬라 모델3에 적용했을 때 과연 어떻게 되는지도 정리했습니다.

장정훈 애널리스트가 계산한 결과는 이렇습니다. "테슬라 모델3(Standard Range Plus 기준)의 배터리용량은 62㎾h, 1회 충전 주행거리는 240마일(약 386㎞)이다. 이 배터리용량을 채우려면 팩 기준으로 LFP 배터리는 428㎏, 삼원계의 하나인 NCM(니켈ㆍ코발트ㆍ망간) 배터리는 365㎏이 필요하다. 격차는 17.3%다. LFP와 삼원계 배터리의 가격은 팩 Wh당 각각 0.75위안(㎾h당 106달러), 0.95위안(㎾h당 135달러)이다."

말하자면 LFP 배터리를 사용하면 NCM 배터리를 사용할 때보다 17.3% 더 무거워지지만, 가격은 21.5% 더 싸진다는 겁니다. LFP 배터리를 모듈 없이 팩 상태로 전기차에 배열해 전력 손실을 줄이는 기술인 'CTP(Cell-to-Pack)' 기술을 이용하면 LFP 배터리의 성능은 더 개선된다는 내용도 담았습니다.

그는 "제조사 입장에서 주행거리 등 전기차의 퍼포먼스를 중시하면 삼원계를 선호할 것이고, 비용과 전기차 가격을 낮추려 하면 CTP 기반의 LFP를 선택할 수도 있다"면서 "다만 CTP 기반 LFP 배터리는 충분한 경험치가 없고, 불량 발생 리스크도 안아야 한다"고 전망했습니다.

이후 테슬라와 벤츠, 폴크스바겐 등에 이어 지난해 리비안과 포드, 현대차까지 LFP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를 만들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중국 배터리 제조사인 CATL은 이 CTP 기술을 적용한 LFP 배터리를 출시했습니다.

LFP 배터리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시장이 형성된 셈입니다.[※참고: "중국 CATL이 생산하는 배터리의 70% 이상이 NCM 배터리"라는 댓글도 있었습니다. 사실이 아닙니다. 중국자동차동력전지산업창신연맹(CABIA)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CATL의 LFP 대 삼원계 생산 비율은 6 대 4입니다.]

현대차도 LFP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를 준비하고 있다.[사진=뉴시스]

■ 팩트체크➌ LFP 배터리 성능 진화 = 그럼 왜 완성차 업체들은 LFP 배터리에 관심을 갖는 걸까요. 지난 4월 28일 산업통상자원부는 '고성능 리튬인산철전지 양극소재, 전해액, 셀 제조기술 개발' 지원 사업을 하겠다면서 이렇게 밝혔습니다.

"LFP 배터리는 가격적인 이점이 있지만, 에너지밀도가 낮고, 주행거리가 짧아 한계가 명확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핵심 광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니켈ㆍ코발트 등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 최근 LFP 배터리 자체의 성능이 개선된 점 등으로 인해 전 세계 시장에서 급성장하고 있다."

요약하면 값비싼 광물이 들어가지 않고, 성능도 개선됐다는 겁니다. 얼마나 성능이 개선된 걸까요. 4월 27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내놓은 '중국 LFP 배터리 공급망 분석 및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참고하겠습니다. 여기엔 이런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2020년 중국 LFP 배터리의 셀 단위 평균 에너지밀도는 ㎏당 145~160Wh, 팩 단위 평균 에너지밀도는 ㎏당 120~140Wh였다. 최근 양산되는 중국 LFP 배터리의 셀 단위 평균 에너지밀도는 ㎏당 최대 210Wh, 팩 단위 평균 에너지밀도는 ㎏당 155~160Wh까지 향상됐다. 1회 완전충전 후 주행거리는 400㎞ 수준으로 개선됐다."

지난 3월 16일에 이안나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가 작성한 보고서 내용도 보시죠. "최근 LFP 배터리 채택률이 늘고 있는 건 삼원계 배터리의 안정성 문제가 계속되는 가운데, LFP 배터리의 에너지밀도가 빠르게 올라왔기 때문이다. 올해 기준 LFP 배터리의 셀 단위 에너지밀도는 ㎏당 230Wh까지 올라왔다. 2024년에는 260Wh 수준이 기대된다. 배터리의 모듈을 없애 공간을 넓히는 CTP 기술, 팩까지 없애는 CTB(Cell-to-Body) 기술까지 적용하면 에너지밀도는 더 올라갈 수 있다."

기준치를 어디 두느냐에 따라 수치는 조금씩 다르지만 LFP 배터리의 성능이 2년 전과 다르다는 건 분명해 보입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LFP 배터리의 장점은 안정성과 가격입니다. 단점은 에너지밀도와 무게였습니다. 그런데 이제 에너지밀도까지 높였습니다. 완성차 업체들이 LFP 배터리에 혹할 만하다는 얘깁니다.

일례로 현대차가 생산하는 EV6(GT 모델)의 1회 충전 시 주행거리가 342㎞입니다. 삼원계 배터리를 탑재했고, 가격은 7200만원이죠. 여기에 LFP 배터리를 탑재하면 배터리 가격이 21%가량 가격이 낮아진다고 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전기차 가격의 60%가량이 배터리 가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약 900만원은 더 싸지겠군요.

그래도 삼원계 배터리만 고집해야 할까요? 아니나 다를까, 지난 5월 18일(현지시간) 김용화 현대차 연구개발본부장(부사장)은 이탈리아에서 포니 쿠페 콘셉트 복원 모델을 공개하는 자리에 참석해 "LFP 배터리가 들어가는 차를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했습니다.

LFP 배터리가 삼원계 배터리보다 좋다는 게 아닙니다. 중요한 건 수요입니다. 일반 자동차엔 고급형과 보급형 라인이 각각 나뉩니다. 당연히 전기차도 그렇게 나눌 수 있습니다. 완성차 제조사 입장에서는 LFP 배터리로 보급형 전기차도 만들 수 있는 거죠. 게다가 늘 그렇듯 대세는 고급형이 아닌 보급형이죠.

LFP 배터리의 시장 규모가 커지는 것도 그래서입니다. 이전 기사에서도 언급했던 내용을 다시 살펴보겠습니다. 배터리 시장은 삼원계인 NCM 배터리와 NCA(니켈ㆍ코발트ㆍ알루미늄) 배터리, 그 외 LFP 배터리가 삼분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배터리 시장조사업체 EV볼륨에 따르면 2018년 기준 NCM 배터리의 시장점유율은 62.3%였습니다. NCA 배터리는 26.6%, LFP 배터리는 7.1%에 불과했죠.

하지만 지난해 NCM 배터리는 61.3%, NCA 배터리는 8.5%, LFP 배터리는 27.2%의 점유율을 기록했습니다. 지난 5년간 삼원계 점유율은 88.9%에서 69.8%로 하락했고, LFP 점유율은 3.8배 상승했습니다.

LFP 시장은 더 커질 전망입니다. 지난해 8월 UBS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105억 달러(약 14조원)였던 전 세계 LFP 배터리 시장 규모는 연평균 19.7%씩 성장하고, 2030년엔 527억 달러(약 70조원)를 넘어설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면서 "2030년엔 LFP 배터리가 전 세계 배터리 시장의 40%를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습니다. 국내 배터리 업계가 LFP 배터리 개발에 뛰어든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자, 그럼 국내 배터리 업계가 마음만 먹으면 LFP 시장을 뚫을 수 있을까요. 물론 미래는 모릅니다. 국내 배터리 업계의 저력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마냥 쉽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우리는 이제서야 개발을 시작했고, 중국은 이미 LFP 시장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가요. 기사에 달린 댓글 대부분은 LFP를 둘러싼 오해나 편견에서 기인한 것입니다. 그만큼 LFP 배터리를 신뢰하지 않는 이들이 많다는 방증이 될 수도 있겠네요. LFP 배터리의 미래가 궁금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을지도 모릅니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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