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벌 충돌’ 수단서 보육원 갇힌 어린이 60명 사망
군벌 간 유혈 충돌 사태가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는 수단의 한 보육원에서 최근 6주간 최소 60명의 어린이가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구호 물품이 끊기며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한 것이 대부분 사망 원인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AP통신은 수단 수도 하르툼의 한 보육원에서 지난달 26~27일(현지시간) 주말 이틀새 26명이 사망한 것을 포함해 지난 6주간 최소 60명의 영유아와 어린이가 사망했다고 31일 보도했다. AP통신은 보육원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대부분의 아이들이 음식 부족과 열병으로 숨졌다고 전했다.
격렬한 무력 충돌이 6주 가까이 이어지며 음식과 의약품, 기타 구호 물품이 크게 줄어든 것이 원인이었다. 보육원 직원들이 밖으로 나가 도움을 구하기도 어려운 위험한 상황에서 보육원이 사실상 고립 상태에 놓인 것이다. 보육원 관계자들에 따르면 초반에는 일주일에 3~6명 정도 숨졌으나 이후 사망자는 급격히 늘어났다.
이곳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아프카르 오마르 무스타파는 “재앙적인 상황”이라며 “전투 첫날부터 예견된 일”이라고 말했다.
보육원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테레사 수녀는 전투가 치열했던 지난 3주간의 상황이 가장 끔찍했다면서 “(포탄 파편에 맞지 않기 위해) 창밖을 내다볼 수도 없었다. 우리 모두는 갇혀 있었고, 감옥 같았다”고 말했다.
이 보육원은 지난달 29일 기준으로 생후 1개월~6개월 사이 165명과 7개월~12개월 사이 48명을 포함해 최소 341명의 영유아 및 어린이가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무력 충돌 사태가 발발한 뒤 하르툼의 병원에서 보육원으로 돌려보낸 24명의 어린이도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다. 보육원 간호사 헤바 압달라는 “아이들이 치료를 받았던 병원들이 전력 부족과 인근의 포격 사태로 인해 문을 닫아야 했다”고 말했다.
이곳 직원들이 보육원 상황을 찍은 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알려지자 지난달 28일 현지 자선단체가 유니세프 및 국제적십자위원회 도움을 받아 이곳에 음식과 분유, 약을 전달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지난 4월15일 시작된 수단 정부군과 반군인 신속지원군 사이의 무력 충돌이 도심 시가전으로 이어지면서 민간인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무력 충돌 발발 후 최소 190명의 어린이를 포함해 860명 이상의 민간인이 사망하고 수천여명이 부상을 입은 것으로 추산된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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