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의 기타신공] 최철호 음악감독, 국내 드라마 음악 지존

조성진 기자 입력 2023. 6. 1. 10:17 수정 2023. 6. 1.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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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인기 드라마 OST는 그의 손에서
1000여 작품 넘게 제작…가장 기억에 남는 건 ‘추노’
‘MBC 베스트극장’으로 드라마 음악감독 데뷔
최근 ‘모래에도 꽃이 핀다’ 음악감독 내정
음악감독 덕목 “좋은 작품 많이 보고 창의적 사고 견지”
기타 세션까지, 30대 넘는 기타 소장
기타(Guitar) 특유의 멋 담긴 영화음악 하고 싶어
휘파람 부는 실력도 ‘월드클래스’
장근석 ‘치미로’ 밴드 멤버로도 활동
“장근석, 무대 장악력 대단…‘발군’의 역량”
“견자단, 음악에도 조예 깊어…진정한 예술가”
메인기타 65년 펜더 스트라토캐스터, 커스텀 펜더
30종 넘는 컬렉션의 ‘시계 매니아’
사진=조성진

[스포츠한국 조성진 기자] 최철호(53) 음악감독은 국내 드라마 음악계의 지존이다.

임영웅의 '사랑은 늘 도망가' OST로 더욱 큰 화제를 모은 KBS 드라마 '신사와 아가씨'를 비롯해 '추노', '매리는 외박중', '하나뿐인 내편', '! 삼광빌라', SBS '장길산''끝없는 사랑' 등등 숱한 인기 드라마 OST는 모두 최철호 감독의 손에서 나왔다.

지금도 연간 10~12개 이상의 드라마를 맡을 정도로 대한민국 드라마 OST계에서 가장 잘 나가는 음악감독이다. 지금까지 작업한 드라마 양만 해도 1000여 작품이 넘을 정도다. 많이 할 땐 단막의 경우 주당 3개씩 할 정도로.

최철호 감독은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으로 '추노'를 꼽았다.

"'추노'에서 음악적으로 해보고 싶은 건 거의 다 해봐서 여한이 없고 기억에 더 남는 것 같아요."

최 감독이 '추노'에서 자신의 역량을 잘 발휘할 수 있던 데엔 곽정환 감독도 한몫했다. 일반적으로 연출 감독들은 "이렇게 해주세요"라고 요구하는 편이다. 그러나 곽정환 감독은 "형이 하고 싶은 대로 다 해주세요"라고 하며 전적으로 최철호에게 믿고 맡기는 스타일이었다. '추노'는 드라마 음악감독으로서 그의 존재감도 높였다.

"누군가 제게 '직구가 아닌 변화구 스타일'이라고 한 적이 있어요. 정석적이기 보단 다른 식으로 해석하는 걸 선호해서 그런 것 같아요. 드라마 '나의 나라'를 할 때도 대본을 보던 중 갑자기 EDM이 떠올라서 EDM을 시도하게 됐어요."

최철호 감독은 최근, 씨름을 주제로 한 '모래에도 꽃이 핀다'란 드라마의 음악감독을 맡았다. '모범가족' 때 작업한 김진우 PD와 다시 손잡은 것이다. 김진우 PD완 정형화된 음악을 하지 않아도 되기에 그와 일할 때 편하고 즐겁다고.

서울 당산동에 있는 최철호 감독 스튜디오를 찾아 다양한 주제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관심 분야가 서로 비슷해서 인터뷰라기보단 즐겁게 대화하는 가운데 2시간이 금세 지나갔다. 전혀 50대로 보이지 않을 만큼 '동안'이었다.

음악감독 작업실(스튜디오)에 들어서면 대형 콘솔에서 그 외 시스템 관련 장비가 먼저 눈에 띄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최철호 감독 스튜디오에 들어서는 순간 출입구 정면 벽 한쪽에 일렉트릭기타 여러 대가 진열돼 있었다. 빈티지 펜더 스트라토캐스터에서부터 깁슨 레스폴, PRS(폴리드스미스), (Suhr), 그리고 마틴까지. 옆쪽으로 눈을 돌려도 벽에 기타가 걸려 있었고 다른 방에도 테일러를 비롯한 여러 대의 어쿠스틱기타가 놓여 있었다. 음악감독의 작업실이라기보단 기타리스트의 스튜디오에 온 기분이었다. 스튜디오의 다른 방엔 뱅앤올룹슨 빈티지 라디오도 있었다. 오래된 라디오를 좋아해서 산 거라고 답했다.

이 많은 기타를 보고 그냥 넘어갈 수 없기에 당연히 기타 얘기부터 시작하게 됐다.

사실 최철호 감독은 기타리스트이기도 하다. 자신이 맡은 드라마 OST에서 종종 기타 세션까지 하고 있다. 인기리에 방영된 장혁 주연의 드라마 '추노'에서 들을 수 있는 일렉트릭 기타도 그의 연주다. 드라마 할 때마다 세션 기타리스트가 와서 전체 트랙을 다 치기엔 양이 많아 일부를 직접 연주하고 있다고 했다.

최철호 감독은 견자단 주연의 '천룡팔부:교봉전'에서 음악감독뿐 아니라 안지훈과 함께 기타 세션도 했다. 거기에 휘파람 세션까지 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의 휘파람 부는 실력이 예사롭지 않다. 음악인들 사이에선 최철호 감독의 휘파람 실력을 '월드클래스'라고 평할 정도다.

최 감독은 30여 대의 기타를 소장하고 있는데, 그중 65년 펜더 스트라토캐스터와 커스터마이징 펜더를 애용한다. 커스터마이징 펜더는 63년 넥에 74년 바디로 개조한 기타다. 원래는 60년대 바디를 사용하려고 했지만 구할 수 없었다. 그러던 중 '리버브닷컴'에서 74년 바디가 '착한' 가격에 올라왔길래 이걸 사서 개조한 것이다. 픽업도 '싱싱험'이다. 일할 땐 싱글-싱글-험버커 방식이 제일 좋아서 이렇게 픽업을 개조했다고.

잉영웅밴드 멤버이기도 한 정상의 세션 기타리스트 이성렬의 62년 펜더 스트라토캐스터도 최철호와 일본 체류시 구매한 것이라고 했다. 이성렬 관련 보다 자세한 내용은 511일 자 스포츠한국 '조성진의 기타신공' 참조.

잉베이 맘스틴 등 여러 기타리스트를 카피하며 하루 10시간 이상 연습하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그에겐 화려한 솔로보다 데이빗(데이비드) 포스터 스타일의 팝이 더 좋았다. 최 감독은 이미 그때부터 '연주'보단 '만들기' 위한 자세로 들어간 것 같다고 회상했다.

그가 기타를 처음 잡게 된 건 점수 때문이다. 선생님이 기타를 치면 예능(음악) 점수 혜택을 준다고 해서 중1 때 기타를 시작하게 된 것. 어쿠스틱기타 학원에도 잠깐 다녔다. 그런데 2개월 만에 실력이 눈에 띄게 향상됐고 곧이어 일렉기타로 바꿨다. 대학 1학년 때 산 삼익 '베스타'가 첫 일렉기타다. 이어 펜더 스트라토플러스로 대폭 업그레이드했다. 이어 89~90년쯤 펜더 에릭 클랩튼 시그니처를 샀는데, 당시로선 고가의 기타였다,

이후에도 그는 펜더를 비롯해 아이바네즈 등 여러 기타를 경험했지만 펜더가 제일 잘 맞았다고 했다. 특히 펜더 기타 특유의 싱글코일 소리가 좋았다.

고교(청량고) 스쿨밴드에서 기타리스트로 활동한 최 감독은 대학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했다.

88년 대학가요제 출신 가수들 공연을 반주하며 세션 기타리스트로 데뷔하게 된다.

"90년경 제 연주가 괜찮다고 여긴 매니저 형들이 편곡 한번 해보라며 녹음실에서 일하게 됐어요. 얼마 후 녹음실 실장님이 드라마 한번 해보지 않겠느냐고 하시기에 좋다고 했고 이렇게 해서 그곳 작곡가 팀장으로 일하게 된 게 드라마 음악과의 인연입니다."

MBC 베스트극장 드라마 OST를 맡으며 음악감독으로 데뷔했다. MBC에서 SBS로 옮겼고 이어 KBS로 옮기게 된다.

"SBS는 음악감독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지만, KBS는 신경 많이 쓰죠. MBC는 제가 일할 당시엔 굉장히 프라이드가 강한 회사였어요. 옛날에 MBC 구내식당 밥 먹는 거 참 좋아했었는데."

최철호 감독은 슈퍼스타 장근석이 결성한 '치미로'란 밴드의 멤버로도 활동 중이다. 그는 장근석 '치미로' 밴드와 함께 지난 5월에 있은 일본 후쿠오카, 히로시마, 나고야 등 8개 도시의 클럽 공연을 마치고 잠깐 귀국했다. 장근석 치미로 밴드는 센다이, 삿포로, 오사카, 요코하마, 도쿄 등 일본 투어를 계속한다.

'장근석 치미로 밴드'의 이번 5월 일본 클럽 공연은 한마디로 감동의 도가니였다. 장근석 밴드는 그동안 돔아레나 투어 등 1만에서 5만 명이 모이는 큰 공연을 많이 했다. 그러다 보니 이번엔 팬들의 숨소리까지 들을 수 있는 작은 곳에서 하고 싶었다.

"장근석 치미로의 이번 일본 클럽 공연은 공연 때 술을 들고 나가는 게 컨셉이었어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고, 그래서 우린 술을 좋아하니까 한잔하면서 평소 이런저런 얘길 나누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잔 의도였습니다. 그렇게 꾸미지 않는 컨셉이라 더 반응이 뜨거웠던 것 같아요."

'장근석 치미로' 밴드의 일본 투어엔 리드보컬 장근석을 필두로 최철호안지훈의 트윈기타, 장태웅 베이스, 그리고 드럼 등 5인조 편성으로 함께했다. 장근석이 밴드마스터이기도 하다.

최철호 감독은 이번 일본 투어에서 특히 히로시마 공연 당시 앙코르 무대를 잊지 못한다고 했다.

"바브라 스트라이샌드가 배우들을 모아놓고 자신의 저택에서 '원 보이스' 공연을 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당시 영상을 보면 배우들 눈빛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습니다. 이번 앙코르 무대를 보던 일본 관객들이 바로 그러한 눈빛이었죠. 왜냐하면 일본 현지 팬들은 장근석을 큰 무대에서만 보다가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보는 건 처음이었기 때문입니다. 관객 모두, 마치 꿈을 꾸듯 보고 있었어요. 뒤에 있던 저는 그 순간 세션처럼 하지 않고 무대 앞으로 뛰어나갔어요. 그러자 반대쪽에 있던 안지훈도 뛰어오며 합류했죠. 장근석을 중심으로 2명의 기타리스트가 함께하는 순간 근석이는 자기를 바라보는 현지 팬들의 표정에서 너무 감동이 밀려와 펑펑 울기 시작했어요. 무대에서 한 번도 눈물을 흘린 적이 없던 근석이였습니다. 이런 건 뮤지션을 해야만 느낄 수 있는 매우 특별한 감동이기도 합니다. 공연이 끝나고 근석인 여러 차례 제게 "감독님, 너무 행복해요"라고 말할 정도였어요."

"장근석은 무대에 오르면 거의 '발군'의 역량을 보입니다. 무대 장악력 정말 탁월해요."

"장근석은 저음이 매력적이고, 무엇보다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밴드 하는 것에 미쳐 있을 정도로 열심히 하고 있어요. 하루에도 여러 차례 톡으로 의견 교환할 만큼 음악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고, AC/DC 같은 록/메틀을 좋아하는 골수 매니아이기도 합니다."

십수 년 전 최철호 감독이 처음 장근석과 만났을 때의 일이다. 장근석은 최 감독에게 진솔한 음악을 하고 싶다며 특히 밴드 음악을 하고 싶으니 멋진 곡을 써달라고 했다. 장근석의 음악적 진정성에 감동한 최 감독은 "그래, 음악차트 1등 이런 건 신경 쓰지 말고 음악 그 자체를 즐기며 하자"고 답했다. 그런데 막상 곡이 나오자마자 오리콘 차트 1등을 비롯 여러 차트 정상에 올랐다.

"저는 장근석을 단지 배우라고만 생각하지 않습니다. 음악인이자 배우란 표현이 정확해요. 그는 음악에 대한 의도가 정말 선합니다. 돈을 벌려고 한다거나 또는 그 외 다른 목적을 갖고 하는 게 아니라 음악 그 자체가 너무 좋아서 하는 거니까요. 이번에 시도한 록밴드 컨셉이 장근석에게 가장 잘 맞는 것 같아요. 우리끼리도 그런 얘길 합니다. '이제야 길을 돌아서 온 것 같다고. 장근석은 이번 앨범을 하면서 자기 컬러를 확실하게 찾은 것 같아요."

"시간이 좀 더 지난 후 뮤지션으로 활동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장근석 치미로 밴드와 공연 같이 다니다 보니 너무 즐거웠기 때문입니다. 본격적으로 뮤지션을 해볼까란 생각이 들 정도로 재미있고 행복했어요."

지금도 장근석과 최철호 감독은 남다른 친분을 자랑한다. 함께 술잔을 기울일 때도 적지 않다. 주지하다시피 최철호 감독은 소문난 애주가다. 주량도 소주 7~8병 이상은 너끈히 마실 만큼 어마어마하다. 그런데 장근석의 주량은 그 이상이라고. 같은 애주가로서 기회가 된다면 최철호 감독과 장근석이 잔을 기울이는 걸 꼭 한번 보고 싶다.

최철호 감독은 롤렉스, 까르띠에 등 유명 브랜드 30여 종 이상 소유하고 있는 시계 매니아이기도 하다. 컬렉션 중에선 데이저스트를 비롯해 서브마리너, GMT배트맨, 씨드웰러까지 롤렉스가 가장 많다. 이외에 오메가 씨마스터와 드빌, 세이코, 지샥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예전엔 해외에 나가기만 하면 기타 매장에 이어 시계를 보는 게 일상이었죠. 익스플로러 구구형 모델을 좋아해서 이번 장근석 '치미로' 일본 공연 때 잠깐 나가서 시계매장을 둘러보려고 했어요. 그런데 일본 공연 주최 측에서 밖으로 나가질 못하게 해서 결국 시계샵에 못 갔어요. 오후 공연인데도 이미 현지 팬들이 오전 10시 이전부터 공연장 앞에 줄을 서 있어서 나가질 못하게 했던 겁니다."

"데이토나는 꼭 갖고 싶은데 돈이 있어도 구할 수가 없으니 안타깝기만 합니다. 이상하게 예전부터 데이토나완 인연이 잘 닿질 않네요. 기회가 된다면 꼭 데이토나는 콤비 말고 스틸(청판) 모델을 구하고 싶어요."

최철호 감독은 40mm 넘는 큰 시계보다 36mm 사이즈를 좋아한다. 익스플로러도 큰 사이즈가 나왔지만 구구형을 좋아하는 것도 이런 이유 중 하나다.

몇 년 전 롤렉스 익스플로러 18k 모델이 나온 적이 있지만, 배신감 같은 게 들어 좋지 않게 기사를 쓴 적이 있다.

"저도 100% 동의합니다. 탐험가의 시계인데 18k 금시계라니요. (웃음)"

최 감독은 시계 좋아하는 거 외엔 다른 덴 별 관심이 없다. 자동차에 대한 욕심도 없다. 그는 "차는 튼튼하면 된다"는 주의다.

세계적인 무협 스타 견자단과 '천룡팔부:교봉전'을 작업한 소감, 비하인드스토리도 궁금했다.

최철호 감독은 중국과 한국을 오가며 견자단(전쯔단)과 몇 차례 술잔을 기울였다. 영화 '천룡팔부:교봉전' 음악감독을 맡아달란 제의를 먼저 해 온 것도 견자단이었다. 견자단은 최철호 감독의 '추노' OST에 깊은 인상을 받았던 것이다.

견자단이 '천룡팔부:교봉전' 연출을 직접 하겠다고 했지만, 최 감독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조금 관여하는 수준이거니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데 견자단은 하나부터 열까지 다하는 스타일이었다. 음악 작업도 최 감독 옆에 붙어서 같이 할 정도로. 이러다 보니 살짝 관점의 차이도 생기게 됐지만 서로에 대한 깊은 존중으로 잘 해결되곤 했다.

"견자단은 아버지부터 자식까지 모두 음악인 가족입니다. 견자단의 자식들도 음악을 하고 있어요. 아마도 그러한 DNA가 견자단 몸에 흐르고 있는 것 같아요. '천룡팔부:교봉전'을 작업하는 와중에 OST에 장치(특정 멜로디)를 몇 개 숨겨놨었어요. '이걸 어떻게 알겠어'라고 생각하며. 같이 작업한 우리 작곡가들도 모를 정도였으니까요. 그런데 견자단이 이런 걸 파악해서 너무 놀란 적이 있습니다."

"여기에서 '장치'란 의미는, OST 작업물의 어떤 특정 멜로디나 리듬이 있으면 그걸 여기에도 심어 놓고 저기에도 심어 놓고 하는 식을 말합니다. '표현'에 대한 거죠. '추노' 할 때도 오프닝에 성악과 랩/일렉트릭 사운드가 있었어요. 성악은 오지호를 위한 컨셉, /일렉트릭은 장혁을 위한 컨셉이었어요. 이 두 개가 혼란스럽게 나오길 원했죠. 그런 식의 장치를 조금씩 심어 놓는 걸 말합니다. 그런데, 보스턴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전쯔단이 그걸 다 적어 놓았더군요. 이걸 보고 깜짝 놀랐어요. 아무도 못 찾는 걸 찾았기 때문이죠. 대단한 현안을 가진 인물이란 말밖엔 할 말이 없을 만큼 놀랐어요. 지금까지 제가 숨겨놓은 장치를 찾아낸 사람들은 거의 없었습니다. 같이 작업하기 전엔 견자단을 영화배우/무도인으로 알았지만 작업 후 그를 예술가라고 인정하게 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견자단은 인품이 너무 좋고 젠틀합니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재미있는 일이 없었어요. 많이 친해졌는데도. (웃음) 몸 관리 때문에 그런지 술을 마시긴 해도 적당히 마셨고 평소 식사도 잘 안 했어요. 자기 관리가 정말 철저했습니다."

음악감독의 소양/덕목, 그리고 어떤 노력을?

"드라마 음악감독은 작곡만 잘해서 되는 게 아닙니다. 제 경우엔, 씬을 보며 처음에 만든 초안을 다시 보고 편곡하듯이 다시 꾸며 나갑니다. 다시 작곡 편곡하듯이 말이죠. 그리고 창의적인 사고를 많이 해야 합니다. 영화를 보는 순간에도 충분히 창작하며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떠올리며 보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런 음악을 여기서 쓰고 어떻게 이어지게 하고 이 부분에서 나라면 어떤 사상을 넣을까 등등 여러 관점에서 고민하며 영화를 감상하길 바랍니다."

"잘 만든 영화를 보면 오퍼레이팅 기술력에서 감탄을 금할 수가 없게 됩니다. 예를 들어 '아바타'의 오퍼레이팅 기술은 기가 막히죠. 크리스토퍼 리브 주연의 '사랑의 은하수' 음악도 아주 잘 만들었습니다. 특히 오퍼레이팅 기술에 깜짝 놀랐을 정도로. 벽에 걸려 있는 여자 초상화를 보며 그 여자와 사랑에 빠져 과거로 타임슬랩하는 작품인데, 배경음악으로 파가니니 광시곡이 나옵니다. 그림이 저기에 있으면 여기서부터 걸어가며 그 음악이 들리기 시작하는데, 천천히 걸어가는 동안 볼륨이 조금씩 올라갑니다. 볼륨을 그처럼 세밀하게 콘트롤한다는 점에서 감탄사가 나올 정도로. 지금은 디지털 믹서라 아날로그처럼 구현할 순 없지만, 이 영화는 아날로그 믹싱 사운드라 더욱 그 감동이 밀려옵니다. 거기에 화면 사이즈가 살짝 커지며 쑥 올라가는데 정말 기가 막힙니다. 꼭 감상하시길 추천합니다. 이외에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도 좋아합니다."

작곡 악상을 얻는 최철호 감독의 방식도 색다르다. 일반적인 작곡가들과는 달리 그는 악기에 의존하지 않고 곡을 쓴다. 머릿속에 떠오르면 입으로 흥얼거리며 휴대폰에 저장해 놓는 방식이다. 인터뷰 중에 자신의 스마트폰을 보여줬는데 많은 녹음파일이 들어 있었다. 우리가 듣는 최철호 감독의 곡 대부분은 이렇게 나온 것이다.

그는 배우 최철호와 이름이 같다. 따라서 관련 에피소드도 적지 않다. 최철호 배우가 주연을 맡은 영화를 함께 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최철호 감독에게 입금될 돈이 배우 최철호에게 간다거나 할 때도 있을 만큼 다양한 일이 있었다. '추노'를 함께 했던 최 감독의 후배 아버지가 목사였는데 어느 날 아들에게 전화했다. "너 아직도 최철호란 사람하고 같이 일하냐? 얼마 전에 여자를 때린 것 같던데"라고. 동명이인으로 가장 자주 듣는 오해 중 하나다.

포털 인물 검색에서 '최철호 감독'을 치면 소속사가 '포니캐년코리아'로 나온다. 그러나 그는 포니캐년코리아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최철호 감독은 일본 활동할 때 잠깐 '포니캐년재팬' 소속이었고 '포니캐년코리아' 직원들과도 친한 사이다. 그러던 중 포니캐년코리아 직원 중 하나가 인물정보에 포니캐년코리아 소속으로 올린 것이다.

"제겐 친정 같은 회사라 소속사를 포니캐년코리아로 올렸어도 개의치 않아요."

최철호 감독은 1969년 서울에서, 회사원(한국전력) 아버지와 약사 출신의 어머니 사이에서 2남 중 막내로 태어났다. 어릴 때 그림 그리기에 소질이 있던 그를 제대로 키워보고자 학교 미술 선생님이 집으로 찾아올 정도였다. 그러나 아버지는 "환쟁이는 절대 안 된다"며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그림을 좋아하던 성향이 지금은 만화 보는 걸 즐기며 대리만족으로 이어졌다. 바쁜 와중에도 어릴 때 봤던 만화를 다시 보는 걸 좋아하는데, 최근 '마징가Z' 정주행을 끝내고 '울트라맨'을 보고 있을 정도다.

"향후 다른 영화를 맡게 되면 기타라는 악기가 낼 수 있는 특유의 멋을 OST에 활용해보고 싶습니다. 또한 가장 클래식한 영화음악 스타일도 해보고 싶어요. 엔니오 모리꼬네 같은."

 

스포츠한국 조성진 기자 corvette-zr-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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