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센 언니'들의 치명적인 쇼…뮤지컬 '시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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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 독방에 수감된 여성 6명이 의자에 다소곳이 앉아 각자의 범행을 속삭이듯 노래하기 시작한다.
그들은 풍선껌을 터뜨리는 소리가 거슬린다는 이유로 남편을 살해한 경험부터 의처증에 빠진 남편을 죽인 이야기까지 충격적인 이력을 늘어놓는다.
살인이 명성을 가져다주던 1920년대 미국 시카고를 배경으로 스타가 되기 위한 이들의 치명적인 쇼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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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최주성 기자 = 교도소 독방에 수감된 여성 6명이 의자에 다소곳이 앉아 각자의 범행을 속삭이듯 노래하기 시작한다.
그들은 풍선껌을 터뜨리는 소리가 거슬린다는 이유로 남편을 살해한 경험부터 의처증에 빠진 남편을 죽인 이야기까지 충격적인 이력을 늘어놓는다. "죽어도 싸다"는 말로 죽은 이를 조롱하는 이들에게서는 어떤 죄책감도 찾을 수 없다.
뮤지컬 '시카고'의 대표 넘버 '독방 탱고(Cell Block Tango)'를 부르는 여성들은 살인과 탐욕, 폭력과 배신에 익숙한 '많이 센 언니'들이다. 살인이 명성을 가져다주던 1920년대 미국 시카고를 배경으로 스타가 되기 위한 이들의 치명적인 쇼가 펼쳐진다.
'시카고' 오리지널 팀의 내한 공연이 지난 달 27일 서울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개막했다. 1996년부터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1만 회 넘게 공연을 이어오며 뮤지컬계의 전설로 자리매김했다. 2021년 공연 25주년을 맞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지난해 순회공연을 시작했다.
한국에서는 2000년 초연해 이번이 16번째 시즌이며, 오리지널 팀의 공연은 2017년 이후 6년 만이다.
보드빌(희극에 노래와 춤이 더해진 통속적인 쇼) 극장을 재현한 단출한 무대가 작품의 상징이다. 재즈로 달아오른 밤을 표현한 오프닝 곡 '올 댓 재즈(All That Jazz)'를 포함한 명곡들은 무대 뒤편 14인조 밴드가 라이브로 연주한다.
여동생과 바람을 피운 남편을 죽인 가수 벨마와 불륜남을 살해하고 수감된 코러스 걸 록시가 주인공이다. 두 사람은 돈만 있으면 승리를 보장해주는 변호사 빌리를 고용해 무죄를 선고받고 스타로 거듭날 계획을 세운다.
"세상은 하나의 쇼 비즈니스"라는 지론을 가진 빌리의 전략은 살인사건이라는 자극적인 소재를 좇는 대중과 언론을 이용하는 것이다. 작품은 사람들의 구미에 맞는 이야기를 지어내는 록시가 삽시간에 스타로 거듭나는 상황을 비추면서 진실을 신경 쓰지 않는 대중을 비웃는다.
대중의 관심이 가져다주는 달콤한 자극을 맛본 벨마와 록시의 경쟁은 점차 심해진다. 두 사람은 관객마저 유혹하려는 듯 무대에 설치된 사다리에 올라 시선을 잡아끌고, 관객에게 직접 말을 걸며 자신의 솔직한 심정을 드러내기도 한다.
지켜보는 모든 이를 빠져들게 하는 관능적인 춤은 두 사람의 가장 큰 무기다. 리듬에 맞춰 허리를 튕기는 동작부터 남성 백댄서에게 몸을 맡기고 눕는 동작까지 토니상을 8번 수상한 브로드웨이의 전설적인 안무가 밥 파시의 섬세한 연출이 드러난다.
벨마와 록시를 연기한 배우 로건 플로이드와 케이티 프리든은 무대 경험이 많지 않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탄탄한 노래 실력을 바탕으로 무대를 장악하는 힘을 보여준다. 두 사람 모두 '시카고'에 출연하는 것은 이번 시즌이 처음이다.
스타가 된 자신의 미래를 상상하며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천진난만한 록시를 연기한 프리든의 다채로운 표정 연기가 돋보인다.
빌리가 록시를 꼭두각시처럼 조종하며 언론과 인터뷰하는 장면에서 선보이는 노래인 '동시에 총에 손을 뻗었지(We both reached for the gun)'에서는 익살스러운 모습으로 관객의 마음을 빼앗는다.
공연은 8월 6일까지 계속된다. 14세 이상 관람가.
cj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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