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택 압수수색 당한 MBC 기자 "속옷 서랍까지 뒤졌다"

홍민성 2023. 6. 1.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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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개인정보 유출' 압색 상황 전한 기자
"수사기관, 韓 대변인 같이 말해…검찰인 줄"
"기자 길 걷겠다…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개인정보 유출 의혹과 관련 MBC 기자 임모씨를 압수수색 중인 경찰(왼쪽)이 30일 상암동 MBC 사옥 진입을 시도하자 노조원들이 이에 항의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개인정보를 유출한 혐의로 경찰로부터 압수수색을 당한 MBC 기자가 '과잉수사'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MBC 기자 임 모(42) 씨는 지난달 31일 블로그 플랫폼 브런치에 '과잉수사의 정의는 뭔가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압수수색 당시 상황을 전했다. 먼저 임 씨는 "기자는 기록하는 사람이고, 기자이기 전에 한 개인이 감당하기 힘든 일을 겪으며 기록을 남긴다"고 운을 뗐다.

임 씨는 압수수색을 나온 경찰로부터 "휴대전화부터 제출하라. 한동훈 장관님께서도 휴대전화 압수수색은 협조하셨다"라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하면서 "제 귀를 의심했다"고 적었다. 그는 "수사기관이 마치 한동훈 장관님의 대변인 같은 발언을 하며, 휴대전화 압수수색에 협조를 하라니, 압수수색을 경찰에서 나온 건지 검찰에서 나온 건지 헷갈릴 정도였다"고 전했다.

이후 임 씨는 경찰에 "한 장관님께서 당시 휴대전화 제출 과정에서 검사와 몸싸움이 벌어져 독직폭행으로 문제 제기하지 않았냐. 제 기억엔 끝까지 휴대전화 비밀번호는 알려주지 않으신 걸로 아는데, 어떤 협조를 하셨다는 말씀인지?"라고 되물었다고 한다. 이후 경찰은 더 이상 한 장관이 휴대전화 압수수색에 협조했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고.

사진=브런치 캡처


임 씨는 경찰이 압수수색한 물품도 열거했다. 그는 "경찰은 집안에 모든 PC, USB 등을 확인했고, 취재 수첩과 다이어리 등을 확인했다. 2006년에 사용했던 다이어리부터, 10여 년 전 사용했던 취재 수첩까지 집안에 자료란 자료는 열심히 들여다봤다"며 "과연 20년 전 다이어리와 10여 년 전 취재 수첩 등이 한 장관님의 인사청문회요청안 PDF 파일과 무슨 연관이 있는지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이 속옷까지 손으로 만지면서 수색해 화가 났다고도 했다. 임 씨는 "경찰이 방에 들어가서 팬티까지 만지는 것을 보고 솔직히 화가 났다. 영장을 발부하신 부장판사님도 같은 여자시던데, 영장에는 기자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하면서 속옷까지 수색하라고 영장 범위에 적어 놓지는 않으셨던데, 이런 경우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거냐"며 "저는 정말이지, 경찰이 속옷 서랍을 열고, 만질 때 상당히 불쾌했다. 그래서 '속옷은 손은 좀 씻고 수색해 주시죠'라고 정중히 부탁드렸다"고 전했다.

이어 "지난해 4월 한동훈 장관님의 인사청문회 파일이 문제가 되는 것이라면 저희 집에서 그 범위에 한해 압수수색을 하면 되는 것 아니냐"며 "휴대전화도 제출했고, 업무용 노트북도 제출했는데 굳이 가족들이 살고 있는 공간에 속옷 서랍까지 다 들춰보며 수치심을 주는 이유는 뭐냐"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국회를 출입하는 기자는 1000명이 넘고, 외신기자까지 하면 약 1300명에서 1500명 정도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인사청문회 기간이면 인사검증 자료들이 공개되고, 기자들은 그 자료들을 토대로 취재하면서 인사청문 대상자에 대해 검증하는 보도를 하는데 그 당시 무슨 일이 있었다는 거냐. 난생처음 압수수색을 경험하고 휴대전화와 노트북을 제출하고 나니, 군인이 총과 칼을 뺏기면 이런 기분일까 싶었다"고 토로했다.

끝으로 "한 장관은 인사청문회 검증 당시 따님 국제학교에 다니는 것 기자들이 취재할 때 미성년자녀니까 자녀에 대한 과잉 취재는 문제가 있다고 하지 않으셨나. 미성년자녀는 장관님 자녀에게만 해당되는 건 아니지 않냐"며 "취재와 수사. 어떤 게 더 당하는 입장에서 공포스러울지, 한 번쯤 생각해보셨나. 저는 기자로서 제 길을 걷겠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니까"라고 글을 맺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회의에 참석하기 전 한 장관의 개인정보 유출 의혹 관련 압수수색 등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앞서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지난 30일 한 장관 개인정보 유출 의혹과 관련해 임 씨의 휴대전화, 주거지, 차량 등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한 장관 가족의 주민등록초본 등 개인정보가 한 장관 인사청문회 당시 국회에 제출됐다가 외부로 새어 나간 것으로 보고 있다. 임 씨는 이 과정에 연루됐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민주당은 임 씨가 지난해 9월 윤석열 대통령 미국 방문 당시 '(미국) 국회에서 이 ○○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이 쪽팔려서 어떡하나'라는 자막을 달아 윤 대통령 발언을 보도한 당사자라는 점 등을 바탕으로 "명백한 언론 탄압"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민주당 언론자유특별위원회는 성명을 내고 "소위 '바이든 날리면'을 보도한 기자로 정권을 불편하게 한 보도에 대한 보복 수사가 아닌지 의심마저 든다"며 "윤석열 정권 들어 대한민국의 언론 자유는 끝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 장관은 압수수색이 이뤄진 날 기자들과 만나 "누군가를 억지로 해코지하기 위해 주민등록번호나 수십년간 주소 내역이라든가 이런 부분들이 담겨 있는 개인정보를 유포하고 악용한 것이 드러났는데도 그냥 넘어가면 다른 국민들께선 이런 일이 있어도 당연한 것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을 향해선 "저는 수사 주체가 아니고 피해자다. 채널A 사건 압수수색 당시 민주당은 굉장히 지금과 다른 반응을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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