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미사일 경계경보 오발령에 내용도 수준 이하, 국민안전 위협이다 [핫이슈]
서울시-행안부 소통 안된 채
경계경보 오발령
시스템 이렇게 만든 게 누구인가
양치기 소년식 경보될까 두렵다
북한 미사일 발사처럼 시민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중차대한 사태가 발생했을 때 정부와 서울시가 제대로 경계경보를 내고 대응할 능력이 없다는 게 확인됐다.
어제 서울시가 낸 경계경보가 그 증거다. 서울시는 “오늘 6시 32분 서울지역에 경계경보 발령. 국민 여러분께서는 대피할 준비를 하시고, 어린이와 노약자가 우선 대피할 수 있도록 해주시기 바랍니다”라는 경계경보를 냈다.
애초 행정안전부는 미사일로 추정되는 북한의 발사체가 서해상으로 발사됐다는 점에서 백령도·대청도에만 경계경보를 발령했다고 한다. 다른 17개 시도 상황실에도 이 사실을 알렸는데, 서울시가 내용을 오해했다는 것이다. 경계경보로 서울시민 사이에 혼란이 발생하자 행안부는 “서울특별시에서 발령한 경계경보는 오발령 사항임을 알려드립니다”라고 정정했다.
경계경보는 내용이 최대한 정확하고 대피에 필요한 내용을 담아야 한다. 발사체가 향한 방향과 전혀 상관없는 1000만 서울 시민을 향해 경계경보를 발령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런 식의 경계경보가 계속되면 ‘양치기 소년식 경계경보’가 될 것이다. 시민들은 경계경보를 허투루 생각하게 될 것이다. 정말 미사일이 날아오는 상황이 되더라도 대피하지 않는 참혹한 불상사가 올 수 있다. 정확한 경계경보는 시민 안전을 위한 기본이다.
서울시는 “행안부에 내용 확인을 요청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자, 대응을 안 하는 것보다는 ‘과잉 대응’이 낫다고 보고 경보를 발령했다”고 해명했는데, 이 해명이 사실이면 이 역시 보통 일이 아니다. 경계경보 발령 같은 중대 사안을 놓고 행안부와 지자체 간에 소통이 되지 않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행안부의 경계 발령 내용을 지자체 담당자가 즉시 정확하게 확인할 수 없다면, 향후에도 경계경보 발령을 놓고 오락가락하거나 과잉·과소 대응하는 문제가 터질 수 있다.
사실 행안부의 애초 안내에 오해의 소지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는 점에서 신속한 소통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건 치명적인 문제다. 행안부가 어제 오전 17개 시도에 “현재 시각, 백령면·대청면에 실제 경계경보 발령. 경보 미수신 지역은 자체적으로 실제 경계경보를 발령”이라는 지령을 발송했는데, ‘경보 미수신 지역’이 어디인지가 애매하다. 서울시가 이 점을 행안부에 확인하려고 했는데 확인이 안 됐다는 것이다. 실제 비상 상황에서 이렇게 소통이 안 되면 국민 안전은 치명적인 위협을 받게 될 것이다.
걱정되는 건 대책이랍시고 실무자만 문책하고 시스템은 그대로 내버려 두는 것이다. 시스템상에 정보가 제대로 흐르지 않으면 그 시스템의 의사결정자들은 고립된 채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의사결정을 하는 게 옳을 수도 있다. 서울시 실무자는 북한 미사일이 서울로 날아 오는 상황까지 생각했을 것이다. 그 순간 엄청나게 엄청나게 고뇌했을 것이다. 정보 흐름이 막힌 고립된 상태였다면 경계경보를 낸 실무자의 의사결정 자체가 잘못됐다고 탓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진짜 문책받아야 하는 사람들은 시스템에서 정보가 제대로 흐르도록 관리할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다. 그 시스템을 엉망으로 내버려 둔 채 시스템의 한 노드를 맡은 실무자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건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서울시장과 행안부 장관부터 반성해야 한다.
그런데 이번에 북한이 서해상으로 발사체를 발사하자, 우리의 경계경보 시스템 부실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무엇 때문에 어디로 어떻게 대피해야 하는지에 대한 아무런 설명도 없이 그냥 ‘대피할 준비를 하라’는 문자만 보냈다. 반면 일본 오키나와는 “미사일 발사. 미사일 발사. 북한에서 미사일이 발사된 것으로 보입니다. 건물 안이나 지하로 대피해주십시오”라는 문자를 발송했다. 한국의 경계경보 시스템을 이렇게 만든 책임자들부터 깊이 반성해야 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어제 사과는 그 반성을 담고 있어야 한다.
김인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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